사도행전묵상일기 185 - 우리는 영웅이 아닙니다.
2026. 5. 6. 05:00ㆍ묵상하는말씀/사도행전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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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14:11~15 무리가 바울이 행한 일을 보고서, 루가오니아 말로 "신들이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내려왔다" 하고 소리 질렀다. 그리고 그들은 바나바를 제우스라고 부르고, 바울을 헤르메스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바울이 말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기 때문이다. 성 바깥에 있는 제우스 신당의 제사장이 황소 몇 마리와 화환을 성문 앞에 가지고 와서, 군중과 함께 두 사람에게 제사를 드리려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서, 바나바와 바울 두 사도는 자기들의 옷을 찢고, 군중 가운데로 뛰어 들어가서 외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어찌하여 이런 일들을 하십니까?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여러분이 이런 헛된 일을 버리고,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살아 계신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려는 것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긴 연휴를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아침입니다. 쉼이 끝났다는 아쉬움도 있겠지만, 쉼은 멈춤으로 끝나는 시간이 아닙니다. 더 잘 걷기 위해 숨을 고르는 시간입니다. 더 따뜻하게 일하기 위해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이죠. 오늘 우리의 일상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쉼이 우리 안에 새로운 힘이 되고, 다시 마주하는 삶의 자리가 주님이 주신 소중한 자리로 느껴지기를 축복해요. 오늘도 주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시고, 만나는 사람마다 사랑으로 바라보게 하시기를 빕니다.
루스드라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면서부터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바울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바울은 그 사람을 주목하여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구원받을 만한 믿음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바울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대의 발로 똑바로 일어서시오.”
그러자 그 사람이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거죠. 사람들은 흥분했습니다. 그런데 그 흥분은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루스드라 사람들은 바나바를 제우스, 바울을 헤르메스라고 불렀습니다. 더 나아가 그들은 두 사람에게 제사까지 드리려 했습니다.
이 반응에는 오래된 신화적 배경이 있습니다. 고대 문헌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찾아온 두 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박대했다가 마을이 큰 재앙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려웠을 것입니다. 다시 신들이 찾아온 것은 아닌가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바울과 바나바를 하나님의 종으로 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두려움과 결핍을 채워 줄 초월적 영웅으로 떠받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 군중들의 모습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안에도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특별하게 봐 주기를 바랍니다. 내 말을 더 권위 있게 들어 주기를 바라죠. 내가 누군가보다 더 지혜롭고, 더 옳고, 더 나은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교만입니다.
우리는 남을 도울 때도 쉽게 착각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내가 상대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누르기도 합니다.
“내 말이 맞아.”
“너는 아직 몰라.”
“내가 해 봐서 알아.”
이런 마음이 우리 안에 들어옵니다. 선의로 포장되었지만, 때로는 폭력이 됩니다.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 우월감을 확인하려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조언했는데 상대가 따르지 않으면 왜 화가 날까요? 왜 속으로 “그래, 얼마나 잘되나 보자” 하는 마음이 생길까요? 그것은 내 안에 이미 내가 더 낫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더 알고, 내가 더 옳고, 내가 더 지혜롭다는 우월감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는 순간도 그렇습니다. “저 사람은 저럴 거야.” “분명 또 실수할 거야.” 이렇게 단정하는 순간, 우리는 하나님의 자리에 앉게 됩니다. 그 사람의 전체를 알지도 못하면서 재판관이 되는 거죠.
그러나 바울과 바나바는 달랐습니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신처럼 떠받들자, 그들은 옷을 찢으며 소리쳤습니다.
“여러분, 왜 이런 일을 하십니까?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이것이 참된 사명자의 태도입니다. 그들은 영웅의 자리에 앉지 않았습니다. 숭배를 즐기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박수를 자기 것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자신들도 똑같이 연약한 사람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영웅이 아닙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머리 위에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 앞에서 똑같이 연약한 사람입니다. 배운 사람도 부족합니다. 가진 사람도 흔들립니다. 경험 많은 사람도 실수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지혜는 도토리 키 재기와 같습니다. 조금 더 안다고 해서 남을 함부로 판단할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먼저 걸었다고 해서 남을 내려다볼 권리가 생기는 것도 아니예요.
우리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은혜를 베푸는 일이 아닙니다. 함께 걷는 일입니다. 눈높이를 맞추는 일입니다. 넘어지는 사람 옆에 서는 일입니다. 때로는 내가 붙들어 주고, 때로는 내가 붙들림을 받는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상처 입은 치유자들입니다. 내가 받은 위로로 누군가를 위로하지만, 나 역시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랑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비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분별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재판관이 되지 말라는 뜻입니다. 나도 흙으로 지어진 연약한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판단하는 그 잣대로 나도 판단받을 수 있음을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더 겸손해야 합니다. 더 조심해야 합니다. 더 많이 긍휼히 여겨야 합니다.
복음은 누군가의 머릿속에 억지로 주입하는 딱딱한 교리가 아닙니다. 복음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사랑입니다. 나를 나답게 하고, 너를 너답게 세우는 은혜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은 군림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르치려 드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사랑하는 것입니다. 격려하는 것입니다. 축복하는 것입니다. 판단 대신 긍휼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지적 대신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마치 남이 몰라서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모든 이들에게는 이미 복음이 있습니다. 바울은, 하나님께서 사람 안에 하나님을 알만한 것을 심어 주셨다고 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뿐이죠. 설교는 훈계나 가르침이 아닙니다. 응원하고 격려하고 용기를 잃지 않게 하는 사랑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겸손해야 합니다.
오늘 하루, 영웅이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도 조용히 주님께 맡기면 좋겠습니다. 나도 부족하고, 너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더 따뜻하게 대해야 합니다. 부족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 줍시다.
“괜찮습니다. 다시 해 봅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런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됩시다.
주님은 영웅을 찾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사랑할 사람을 찾으십니다. 높은 자리에 앉아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함께 울고 함께 걷는 사람을 찾으십니다. 오늘도 서로의 곁을 묵묵히 지켜 주는 따뜻한 동반자로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판단은 줄고, 긍휼은 깊어지며, 사랑은 더 넓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https://youtu.be/sPFT-cP3X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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