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묵상일기 75 - 지도는 영토가 아닙니다.

2025. 12. 18. 05:00묵상하는말씀/사도행전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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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7:37   '하나님께서는 나를 세우신 것과 같이, 너희를 위하여 너희의 동족 가운데서 한 예언자를 세워 주실 것이다' 하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말한 사람이 바로 이 모세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주님의 은혜 안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바람이 차가운 겨울이지만, 마음의 온도는 서로의 응원으로 따뜻하게 지켜가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걸음마다 하나님이 준비하신 은혜의 길이 열리길 축복합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기보다, 누군가에게 한 줄기 빛이 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스데반의 설교는, 이스라엘의 긴 역사를 훑어 내려오다 오늘 본문 37절에서 드디어 핵심을 찌릅니다. 그들이 그토록 자랑하고 숭배하는 모세가 남긴 가장 중요한 유언, 신명기 18장 15절을 인용하죠.

신명기 18:15   주 당신들의 하나님은 당신들의 동족 가운데서 나와 같은 예언자 한 사람을 일으켜 세워 주실 것이니, 당신들은 그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모세는 위대한 지도자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존재 목적은 자기 자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마치 밤하늘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았습니다. "나를 보지 말고, 내 뒤에 오실 그분을 보라"는 것이 모세 율법의 진짜 핵심이었던 거죠. 모세는 철저히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이정표였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이 이정표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그들은 이정표를 닦고, 장식하고, 숭배했지만, 정작 그 이정표가 가리키는 목적지로는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불교 철학의 능엄경에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하는데, 사람들은 손가락이 얼마나 예쁜지, 혹은 손가락의 모양이 어떤지만 따지느라 정작 달을 놓친다는 뜻입니다. 유대인들도 바로 이 어리석음에 빠졌습니다. 그들은 모세라는 [손가락]을 금칠하고 숭배하느라, 그가 가리킨 [예수 그리스도]라는 달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수단이 목적을 삼켜버린 비극입니다. 그들은 율법을 지키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율법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사랑과 구원은 거부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고대 유대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도 똑같은 덫에 걸립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의 형식과 절차, 교리와 전통에는 민감하지만, 정작 그 모든 것이 가리키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는 놓치고 있지 않습니까?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목적 전치 현상(Goal Displacement)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과정상의 규칙이나 절차, 혹은 감정에 집착하다가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현상입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교회에서 주방 봉사를 시작할 때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 형제자매를 섬기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국 간을 맞추는 문제로 다투고, 설거지 방법으로 언성을 높입니다. 사랑은 사라지고 미움만 남습니다. 음식이 목적이 되어버린 것이죠.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겠다는 부모의 마음은 순수했습니다. 그런데 내 뜻대로 안 되는 아이에게 점점 분노를 쏟아냅니다. 아이의 성장과 행복이라는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부모의 통제와 자존심만 남습니다. 결국 관계가 파괴됩니다. 옳은 일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새 반대하는 사람에 대한 증오와 편견이 앞섭니다. 정의 구현이라는 본래 목적은 뒷전이고,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것이 목적이 됩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감정, 자존심, 편견 같은 비본질적인 것들이 끼어들 때, 우리는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손가락에 낀 때를 보느라 달을 놓치는 것입니다. 지도를 읽는 데만 몰두하느라 영토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모세가 진짜 위대했던 이유는 자신이 '달'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철저히 안내자의 위치를 지켰고, 사라져야 할 때 사라졌습니다. 그는 백성들에게 '나를 따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 같은 선지자, 나보다 더 위대한 분이 오실 것이니 그분을 따르라'고 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통찰입니다. 지금 우리를 화나게 하는 그것이 진짜 본질입니까? 아니면 껍데기입니까? 일을 하다가 감정이 상하거나 벽에 부딪힐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질문하십시오. 

"내가 이 일을 처음에 왜 하려 했지?"

분노와 편견이라는 곁가지를 과감히 헤치십시오. 모세라는 수단을 넘어 예수라는 목적을 바라봐야 합니다. 율법의 형식을 넘어 사랑의 본질로 나아가야 합니다. 껍데기를 붙들고 싸우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세요. 하나님은 우리가 과정의 덫에 걸리지 않고, 끝내 목적지인 사랑과 생명에 도달하기를 원하십니다.

철학자 알프레드 코르지브스키는 이런 말을 했죠.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지도는 영토가 아닙니다. 손가락은 달이 아니에요. 비본질적인 감정과 형식에 매몰되지 마십시오. 그것들을 뚫고 지나가야 비로소 본질이신 주님이 보입니다.

https://youtu.be/bMn5UBNRD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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