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묵상일기 72 - 회복은 '회피'가 아니라 '직면'에서 옵니다.

2025. 12. 15. 05:00묵상하는말씀/사도행전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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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7:35   이 모세로 말하면, 이스라엘 백성이 '누가 너를 우리의 지도자와 재판관으로 세웠느냐?' 하고 배척한 사람인데, 하나님께서는 바로 이 모세를 가시나무 떨기 속에 나타난 천사의 능한 손길을 붙여 지도자와 해방자로 세워서 그들에게로 보내셨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아침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새 힘으로 우리에게 맡겨진 시간들을 믿음으로 승리하며 살아내는 한 주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아픈 기억이 있는 장소, 실패한 기억이 있는 사람을 피하고 싶어 합니다. 눈에서 안 보이면 마음에서도 멀어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그것을 '망각' 혹은 '세월이 약'이라고 부르며 덮어둡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피 대처(avoidance coping)라고 합니다. 불편한 감정과 기억을 의식 밖으로 밀어내는 방어기제의 일종이죠. 단기적으로는 고통을 줄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미해결 과제로 남아 우리 내면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진시킵니다.

모세에게 이집트는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40년 전, 자신의 모든 자존심이 무너진 곳, 동족에게 거절당하고 살인자가 되어 도망쳐 나온 악몽 같은 곳입니다. 왕궁의 후계자에서 광야의 목자로 전락한 치욕의 현장이었죠. 모세는 미디안 광야 깊숙이 숨어, 지난 40년 동안 이집트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을지 모릅니다. '이제 내 인생에 이집트는 없다'고 생각하며, 기억을 모래 속에 파묻었을지도 모릅니다. 철학자 키르케고르가 말한 [절망의 병]이 그에게도 있었습니다. 자기 자신이 되기를 포기하고, 과거의 정체성을 지워버림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려 했던 것이죠.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 것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모세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그를 부르셨을 때 그는 끊임없이 핑계 대며 거부합니다.

"내가 누구이기에"
"그들이 믿지 않으면"
"나는 말을 잘하지 못합니다"

갖가지 변명으로 거절의 이유를 늘어놓습니다. 40년이 지났지만, 그의 마음속 두려움과 실패감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었던 거죠.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억압된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서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모세의 거부 반응은 바로 그 증거였습니다.

'회피'는 진통제일 뿐, 치료제가 아닙니다. 도망치는 것으로는 과거의 실패를 지울 수 없습니다. 그저 덮어두고 외면하고 있을 뿐입니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이렇게 경고하죠.

"우리가 직면하지 않는 것은 운명이 되어 우리를 찾아온다."

회피한 문제는 결코 소멸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른 형태로 우리를 무너뜨립니다. 하나님은 모세가 평생 '도망자'의 마음으로 살다가 죽기를 원치 않으셨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데 있지 않고, 과거를 온전히 통합하고 초월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미디안의 지도자로 쓰지 않으십니다. 굳이, 기어코 그가 도망쳐 나온 이집트로 다시 보내십니다. 사도행전 7장 35절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사도행전 7:35   이스라엘 백성이 '누가 너를 우리의 지도자와 재판관으로 세웠느냐?' 하고 배척한 사람인데, 하나님께서는 바로 이 모세를 지도자와 해방자로 세워서 그들에게로 보내셨습니다.

거부당한 바로 그 장소에서, 실패한 바로 그 사명으로 다시 보내신 것입니다. 왜 하나님은 이토록 잔인하게 아픈 곳을 찌르실까요?

직면해야만 진정한 회복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실패했던 그 자리, 넘어졌던 그 돌부리 앞에서 이번에는 하나님의 손을 잡고 넘어서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곳은 더 이상 상처의 땅이 아니라 영광의 땅으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 치료의 핵심은 '안전한 환경에서의 재경험'입니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회피하는 대신, 치료적 관계 속에서 다시 마주하고 재해석할 때 비로소 치유가 일어납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가장 완벽한 치료적 동행자가 되어주신 것입니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는 약속과 함께 말이죠.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네가 피하고 있는 그곳으로 가라." 

혹시 껄끄러워서 피하고 있는 관계가 있습니까? 실패가 두려워 다시 도전하지 못하는 사명이 있습니까? 우리는 과거에 갇혀 있을 수도, 그것을 새롭게 의미화할 수도 있는 자유를 가진 존재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자유를 포기하고 회피를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회복은 도망치는 데서 오지 않습니다. 하나님과 함께 다시 마주 설 때, 비로소 과거는 지나가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됩니다. 오늘, 우리가 피해온 '그곳'을 향해 한 걸음 내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 용기 있는 발걸음이 우리를 완전한 자유로 인도할 것입니다.

https://youtu.be/7tGGzZjylx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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