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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요한일서묵상일기

요한일서묵상일기 78 - 태양은 누구를 위해서 빛을 내지 않습니다.

요한일서 5:6~8   그는 물과 피를 거쳐서 오신 분인데, 곧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는 다만 물로써 오신 것이 아니라 물과 피로써 오셨습니다. 성령은 증언하시는 분입니다. 성령은 곧 진리입니다. 증언하시는 이가 셋인데, 곧 성령과 물과 피입니다. 이 셋은 일치합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무더위도, 불쾌지수도, 그 어떤 세상의 뉴스들도, 나의 기분을 흔들 수 없고, 내 맑은 영혼을 혼탁케 할 수 없음을 오늘 선포하며 시작하는 하루이길 빕니다.  내 사랑을 남에게 넘겨줄 수 없듯이, 내 가정을 남의 조롱에 맡겨둘 수 없듯이, 주님이 주신 나의 영혼도 다른 이들의, 다른 영들의 손에 의해 훼손되지 않게 지키는 것이 우리가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유이고, 믿음을 붙잡고 사는 까닭임을 잊지 않는 오늘 되시길 빕니다.

 

오늘 본문은 좀 어렵습니다. 물과 피와 성령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요.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말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파악이 쉽지가 않습니다. 이는 학자들 간에도 주장이 서로 엇갈릴 만큼 난해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오늘 묵상이 어려운 것은 이 부분을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적용하느냐 하는 부분이죠.

 

일단 오늘 본문을 수차례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 혹은 말씀이 어려울 때 저는 곧잘 무엇인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내려놓고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가볍게 본문을 반복해서 읽는 습관이 있어요. 그렇게 여러 번 읽다 보면 떠오르게 하시는 것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사도 요한이 이전에 물과 피, 그리고 성령에 대해서 말했던 장면이 있었음을 떠올렸어요. 그것은 세례 요한에 대해 말할 때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세례 요한은 물로 세례를 주는 이었습니다. 그에게 예수님께서 오셔서 세례를 받으셨죠. 그때 세례 요한은 예수님을 보며 받은 인상을 사도 요한이 요한복음에 적어 놓았죠. 그 장면이 요한복음 1장에 기록되어 있죠.

 

세례 요한은 예수님 위에 성령이 비둘기처럼 머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예수께서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거 하기 위해 물로 세례를 베풀었다고 말하죠. 그리고 자신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요한복음서 1:36   "보아라, 하나님의 어린양이다" 

 

이는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실 예수 그리스도를 예언한 것이죠.

 

너무도 많이 들었던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서사이지만 오늘 이 아침에 저에게는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의 심장을 가지고 이 땅에 내려오셔서 우리와 함께 하시며 오로지 우리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위해 일하셨다는 사실이 감사했습니다. 지배를 하거나 강압하지 않으시고 그저 긍휼히 여기셨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우리는 나와 뜻이 다르거나 적대적일 때 마음을 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말해도 듣지 않고 가르쳐주어도 따르지 않을 때는 낙심하고 분노하기에 급급하죠. 아마도 예수님에게 우리가 딱 그런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분의 능력으로 우리를 강제하실 수도, 혹은 조정하실 수도 있었을 텐데 그분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눈물로, 그저 안타까움으로, 그저 당신이 모든 것을 안고 가셨어요. 그게 이 아침, 제 마음을 울립니다.

 

우리는 남에게 좋은 사람이길 바라죠. 그리고 도움의 손길도 베풀고, 나의 것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같은 마음이 되지 않을 때, 그럼에도 알아주지 않고, 도리어 왜곡하고 비난하고 배반할 때 우리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내 마음을 짓누릅니다. 제 안에도 그런 아픔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인간에 대한 절망감이 있고, 베푼 사랑과 은혜에 대한 배신감이 여전히 나를 우울하게 만들죠. 그래서 불쑥불쑥 숨겨졌던 감정들이 폭발할 때가 있습니다. 

 

태양은 누구를 위해서 빛을 내지 않죠. 스스로 빛을 낼 뿐입니다. 그래서 그 빛이 은혜든, 축복이든, 태양은 따지지 않아요. 자신을 자랑하지도 않죠. 우리가 그렇습니다. 우리 안에는 성령께서 함께하십니다. 그 성령은 스스로 빛을 발합니다. 우리의 사랑은 누구를 위한 사랑이 아니라 내 스스로 발하는 사랑이죠.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고, 우리의 빛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빛이 어둠 속에서 더 빛나듯이 나도 더욱 어두운 곳에서 더욱 기뻐하며 사는 사람이 되길 꿈꿔봅니다. 때론 그것이 나의 피를 내는 아픔의 고통일지라도, 성령께서 보혈로 만드셔서 허다한 문제를 덮는 축복을 누리는 경험도 하길 기도합니다. 우리는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겁니다.

 

오늘도 우리가 기뻐하는 것, 감사하며 미소 짓는 것을 알아주지 않을 거예요. 때론 누군가 그 때문에 오히려 박해할지도 모르죠. 그러나 누가 알아줘서, 누가 좋아해서 내가 기뻐하는 것이 아니죠. 그 모습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기 때문에 기뻐하기로 작정하는 겁니다. 그때 주님이 내 안에서 운행하시기 때문에 좋은 기분으로 오늘을 사는 거죠. 오늘도 성령을 품고 세상의 물에서 비록 상처가 나더라도 그 상처의 피가 오히려 향기 되고 메아리 되어 모든 심령을 거룩하게 물들이는 귀한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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