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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골로새서묵상일기

골로새서묵상일기 48 - '나 어제 너와 같았으나, 너 내일 나와 같으리라'

골로새서 4:1   주인 된 이 여러분, 정당하고 공정하게 종들을 대우하십시오. 여러분도 하늘에 주인을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기 바랍니다.


골로새 인근에 계시록에 등장하는 일곱 교회 중 하나인 라오디게아가 있고, 그 곁에는 온천으로 유명한 히에라폴리스가 있습니다. 골로새, 라오디게아, 히에라폴리스는 마치 삼각형처럼 연결된 지역이죠. 그래서 그런지 골로새 교회를 세운 이들은 이들 지역에까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중 파묵칼레로 유명한 히에라폴리스는 로마제국의 유력자들에게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회복과 치유의 도시였던 것으로 보여요. 그것은 그 도시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히에라폴리스는 히에로스, 그러니까 거룩하다, 신성하다는 뜻(holy)에, 도시를 나타내는 폴리스를 합친 이름으로 그들에게는 신비하고 신성한 도시였던 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이들이 죽음 이후에는 이곳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하죠. 그래서 고대 무덤이 이곳에 많습니다. 현재까지 약 1200개가 넘는 무덤 비석들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요. 그중 한 비석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고 합니다.

 

'나 어제 너와 같았으나, 너 내일 나와 같으리라'

 

이 말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어림잡아 느껴지는 의미는 아마도 우리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데 저는 오늘 본문을 묵상하면서 이 글귀가 다른 의미로 떠올랐어요. 마치 처지가 다르고 삶이 다른 너와 나지만 결국은 다르지 않은 그저 같은 존재가 아닌가? 고 말이죠.

 

한때 저는 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이 갖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들이 있죠. 어릴 적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요. 때론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마음먹기도 하고 그러죠. 물론 저는 그리 큰 불만을 느끼며 살지는 않았지만 늘 목회에 바쁘셨던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을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자식보다 타인을 더 배려하고 아끼는 아버지를 보면서 느끼는 서운함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어느덧 제가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아들만으로 삶이 끝나지 않았고, 아들이 아버지가 되는 일이 벌어진 거죠. 

 

요즘 자영업자의 삶을 살면서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늘 음식점이나 가게들에 손님으로 등장했던 내가 어느 순간 손님이 아닌 가게 주인으로 서 있더라고요. 주객이 전도되었다고나 할까요? 어느 때는 주로, 어느 때는 객으로, 그때마다 바뀌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이전의 모습을 돌아보곤 해요.

 

우리는 영원히 주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영원한 객도 없죠. '나'가 되었다고도 '너'가 될 수 있고요. '주인'되었다가도 '종'이 되기도 합니다. '이 처지'에 놓였다가 '저 처지'에 놓이기도 하고요. '이 입장'이었다가 '저 입장'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달라지는 내 자리를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는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요. 마치 영원할 것 같은 내 자리를 믿고 까불다가 갑질 소리를 듣는 것처럼 말이죠.

 

바울은 정당과 공정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는 의와 공평이라는 말이죠. 의롭게 사는 것, 공정의 삶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나 어제 너와 같았으나, 너 내일 나와 같으리라'

반대로 말하면, '나 어제 너와 달랐으나, 나 내일 너와 같으리'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것, 그것이 의롭고 공평한 삶인지도 몰라요. 내가 너의 자리에 설 수도 있음을 알고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 그것이 공정인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그 깨달음 위에 있는 거죠. 성질이 더러워서 갑질 하는 것 아닙니다. 무슨 신분의 차이 때문에 소리 지르는 것 아니에요. 내가 너와 다르다는 차별의식, 신분은 정해졌다는 특권의식, 그리고 세상은 반드시 의로운 길로 흐른다는 하나님 나라의 진리를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내일 내가 그 상대방의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은 아마도 공손할 거예요. 우리는 다 똑같습니다. 모두 주님 앞에서는 예외 없이 사랑받는 자녀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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