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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골로새서묵상일기

골로새서묵상일기 53 - 내 사정을 알리세요.

골로새서 4:7~8   내 모든 사정은 두기고가 여러분에게 알려드릴 것입니다. 그는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요, 신실한 일꾼이요, 함께 종된 사람입니다. 내가 그를 여러분에게 보내는 것은, 여러분이 우리의 사정을 알고 마음에 위로를 받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제 골로새서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4장, 총 95절로 된 짧은 책이지만 거반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묵상해 왔네요. 매번 묵상의 책들을 대할 때마다, 그때마다 다시 보게 되는 새로움이 있고, 형편마다 주시는 메시지가 있었는데요. 이번 골로새서도 제겐 다르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새롭고 재밌고 또 가슴에 새길 귀한 말씀들이었어요. 매일 아침 묵상은 따로 공부하거나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말씀의 범위조차 미리 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주실 말씀을 기대하며 아침을 기다리는데요. 때론 기대감에 벅차기도 하고, 때론 나눌 말씀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아침을 시작하기도 하죠. 그런데 매일 아침, 성경말씀은 저를 깨워 주었고, 또 주님의 생각으로 저를 인도해 주었습니다. 그것이 무엇보다 아침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이고요. 아무리 피곤한 저녁이어도 아침은 늘 새로운 활력이었어요. 골로새서가 제게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마무리가 아쉬울 정도입니다. 이 아침에 함께하셨던 분들은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바울은 골로새 교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마무리하면서 사람들의 이름을 나열합니다. 주로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언급이 있죠. 이는 바울 편지의 기본적 패턴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소개하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겠죠. 오늘 본문에는 두기고를 언급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골로새서는 이 두기고를 통해 골로새 교인들에게 전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기고는 바울과 함께 사역을 했던 동역자였죠.

 

보통 이런 본문을 대하면 두기고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일을 잘하고 신실했으며 헌신했는지를 설명하고 우리도 그런 사람이 되자고 말하는 것이 상식인데 사실 두기고에 대해서 제가 아는 바가 많지 않습니다. 바울과 지역교회 사이의 편지와 헌금을 연결 지었던 사람이나, 바울을 대신하여 어려운 초대교회를 도운 정도밖에는 아는 것이 없어 구체적인 소개는 못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오늘 본문에서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두기고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두기고를 통해 바울이 행하는 삶의 단면이에요.

 

바울은 두기고를 보내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는 그저 심부름꾼 정도의 이유가 아닙니다. 본문 그래도 적자면, "여러분이 우리의 사정을 알고 마음에 위로를 받게 하려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바울의 사정을 알리는 일이 주된 일이었죠. 아시다시피 바울은 지금 감옥에 갇혀있습니다. 그리 상황이 좋지 않아요. 그런데 그 소식에 위로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서 주님이 하시는 일들을 서로 나누고자 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 좋은 환경, 생각과 다른 상황에서도 역사하시는 주님을 보고 보여줄 수 있는 믿음은, 우리가 지금까지 묵상하며 나눴던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죄를 묵상하지 않고 은혜를 묵상하는 삶이 그래요. 잘못된 것, 실수한 것, 실패하고 나쁘고 밉고 화나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그럼에도 가능성, 어둠 속에 작은 불빛,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들을 볼 줄 아는 능력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의 능력이라는 말이겠죠.

 

저는 공동체가 다름이 아니라고 봐요. 자신의 처지를 알리고 나누는 것뿐입니다. 좋은 일만 나눌 필요 없습니다. 나쁜 일이면 함께 기도하고 좋은 일이면 함께 웃고, 이것이 가족이고 공동체죠. 우리 교회는 작고 이름 없는 교회죠. 그럼에도 저는 우리 교회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식구가 많아서요? 잘 모이고 믿음이 좋아 보여서요? 아닙니다. 진짜 제가 자랑하는 것은 따로 있어요. 그것은 남이 좋은 일에 배 아파하는 사람 없고, 남의 나쁜 일에 신나 하는 사람 없다는 점이에요. 너무 평범한가요? 그러나 이 평범이 얼마나 위대한 공동체성인지 모릅니다. 오히려 우리 교회는 남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할 줄 알고, 남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눈물로 기도할 줄 아는 교회라고 확신해요. 그렇게 기도로 생명을 살리고, 길을 여는 기적들을 맛보았잖아요? 한 번도 보지 못한 가족의 가족까지 내 공동체 가족이 아프면 언제라도 달려가 기도하잖아요? 이게 공동체죠.

 

그러니 자신을 좀 알리세요. 내 사정을 말하세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기쁘면 기쁘다고 말하세요. 누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고민으로 주저한다면 그 공동체는 떠나세요. 자신에게 좋은 공동체가 아닙니다. 누가 이러면 배 아프고, 누가 저러면 고소하고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공동체도 떠나세요. 그곳은 사랑을 나누고 서로 힘이 되어주며 기도하는 공동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파도 내 사정을 이야기하세요. 누구를 통해 어떻게 위로와 권면과 길이 열릴지 모릅니다. 기쁘면 자랑을 하세요. 그 기쁜 소식에 공동체 가족들이 위로를 받고, 기도의 응답으로 기뻐할 것입니다. 내 가족이 잘 되는 일에 덩달아 기쁘고, 내 가족이 아픈 일에 함께 울어주며 기도하는 공동체를 꼭 만드세요. 그 시작은 나의 사정을 알리는 일부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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