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묵상하는말씀/골로새서묵상일기

골로새서묵상일기 55 -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있는 한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골로새서 4:10   나와 함께 갇혀 있는 아리스다고와 바나바의 사촌인 마가가 여러분에게 문안합니다(마가가 여러분에게 가거든 잘 영접하라는 지시를 여러분이 이미 받았을 줄 압니다).


바울의 작별인사는 계속됩니다. 여러 사람들을 골로새 교인들에게 소개하고 있죠. 오늘은 아리스다고와 마가를 소개합니다. 아리스다고는 데살로니가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가 언제부터 그리스도인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바울이 제2차 전도여행 때 데살로니가 지역을 거쳤고, 아리스다고가 바울의 3차 전도여행 당시부터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바울의 2차 전도 여행 당시 예수를 믿고 바울을 따르지 않았을까 추측됩니다. 아리스다고에 비해 마가는 익숙한 인물이죠. 마가복음을 기록한 사람입니다. 그는 바울을 그리스도교의 전파자로 거듭나게 한 장본인인 바나바의 사촌이라고 기록되어 있네요. 이렇게 기록한 것으로 보아서는 아마도 당시 여러 초대교회 내에서 바나바의 명성이 있었던 것으로도 보여요.

 

오늘 자신의 동역자들을 소개하고 같은 길을 가는 이들이 함께 만나는 즐거운 꿈을 꾸게 하는 바울의 편지 전개는 지극히 평범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아리스다고와 마가를 동시에 소개하는 부분이 저는 매우 흥미로워요. 바울이 의도를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저의 눈에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생각을 지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리스다고와 마가 사이에는 바울에게 대비되는 히스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리스다고는 성경에서 그리 많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등장 때마다 따라다니는 단어가 있어요. 그것은 '함께'라는 단어입니다. 아리스다고가 그리스도인이 된 이후에는 늘 바울과 함께했어요. 바울의 전도여행에 함께 하였고, 지금도 바울과 함께 로마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누군가 늘 함께 해 준다는 것은 대단한 위로입니다. 아리스다고는 바울에게 그런 위로와 같은 인물이었을 거예요. 반면, 마가는 바울과 부침이 있는 인물이었어요. 바울은 1차 전도여행 때 바나바와 함께했습니다. 그때 바나바의 사촌인 마가도 함께 했죠. 그런데 마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여행에서 이탈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바울은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2차 전도여행에서는 바나바와 갈라서죠. 바나바가 바울에게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생각하면 이 갈라짐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바울이 다마스쿠스로 가던 도중, 주님을 만나고 회심을 했죠. 그런데 그 회심으로 바울은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자신의 배경이었고 모든 삶의 중심이었던 유대교 기반을 다 잃었죠. 잃은 것뿐만 아니라 배신자로 낙인찍혀 원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초대교회 그룹에 편입이 되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어제까지 기독교인 사냥꾼이었던 바울을 초대교인들이 어찌 믿을 수 있겠어요? 그래서 바울은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서 고향에서 은둔생활을 하죠. 그런데 그런 바울을 이끌어주고 초대교회의 지도자로 세워준 인물이 바나바입니다. 바울에게는 은인과 다름없는 인물이죠. 그런데 그와 갈라설 정도로 마가에게 화가 나 있었던 거죠. 마가는 바울에게는 분열의 상징이고, 분노와 아픔의 인물인 셈입니다.

 

이렇게 보면, 아리스다고와 마가는 바울에게 있어서 완전히 반대되는 인물이지 않습니까? 하나는 늘 함께한 인물이고, 다른 하나는 헤어짐의 인물이니까요. 세월이 흐르니 다 부질없었을까요? 젊은 혈기로 갈라침을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을까요? 바울은 말년에 마가와 다시 함께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귀한 동역자로 소개하죠.

 

이 아침에 저는 지금 함께하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그 얼굴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미소 짓게 하고 행복합니다. 감사하고 기뻐요. 동시에 이 아침, 그동안 내 인생에 스쳐갔던 이들도 떠오르네요. 어느 때는 그렇게도 제 가슴을 아프게 하고 미웠던, 어느 때는 애잔함과 그리움에 울었던, 그런 얼굴들이 스칩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이 들리는 듯해요.

 

"그 모든 이들로 인해 네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있는 한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아픔이 아닌 감사로, 슬픔이 아닌 기쁨으로, 잊고 싶은 기억이 아닌 나의 삶에 자양분으로 남는다면 그 모든 시간은 내 안에서 귀하게 쓰일 거예요. 만남도 헤어짐도 모두 다 섭리가 될 겁니다. 상처(Scar)를 별(Star)로 만들 수 있다면 말이죠. 지나간 모든 일이 감사로 남기를 바랍니다. 내게 주어진 모든 일이 사라지지 않고 감사로 영원히 남기를 바랍니다. 지나간 모든 시간에 건배를... 지나간 모든 일들에 축복을...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