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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베드로전서묵상

'항상 복음을 전하라. 꼭 필요하다면 언어도 사용하라.'

베드로전서 3:1-6 '항상 복음을 전하라. 꼭 필요하다면 언어도 사용하라.'

간혹 오늘 이 본문이 오해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아내들, 즉 여인들에게 하는 말이죠.
남편에게 순종하고, 순복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얼핏 보면 여인들은 무조건 남편들에게 머리를 숙이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게다가 분량도 문제입니다.
남편에게도 권면을 하는데요.
고작 한 절뿐이고, 여인들에게 권면하는 말은 여섯 절입니다.
여인에게는 순종을 강조하지만 남편에게는 이해를 권면합니다.
이 또한 마치 아내를 봐주면서 살라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 때문에 이 구절은 페미니즘 신학자들에게 종종 공격을 받는 본문입니다.
분명 베드로가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으로 인해 영향 받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남성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여성에 대한 우월의식이 존재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도 그 우월적 차별의식은 우리 내면에 엄연히 존재하니까요.

그러나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오늘 본문을 조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당시 여성들은 사회적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당시 사회는 장성한 남성 중심으로 꾸며졌습니다.
어린이와 여인들은 머릿수조차 계산되지 않았고요.
결혼생활 또한 남성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쩌면 여인들은 남성의 생활에 한 도구에 불과했고, 대화나 의견의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여인들이 인정받을 방법이 단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외모를 가꾸는 일 뿐이었습니다.
단 한번에, 혹은 단 한 순간의 눈에 띄어야 하는 운명으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죠.

이사야서 3장을 읽어보면,
당시 여인들이 얼마나 많은 치장을 했었는지가 기록되어 있는데요.
귀걸이, 팔찌, 반지뿐만 아니라 발찌도 하고, 코걸이까지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코걸이가 눈에 띄는데요.
오늘날로 보면 코에 하는 피어싱인 셈이겠죠.
다른 기록에 보면, 초대교회 당시에는 여인들의 염색이 유행했다고 하더군요.
그때 이렇게 외모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으니까요.
누가 대화를 청하겠습니까?
누가 꿈이나 비전을 물어보겠습니까?
누가 담고 있는 생각을 나누겠습니까?
말하기도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마치 화려하고 예쁘면 선택을 받는 진열장의 액세서리처럼 여인들은 길들여졌는지도 모릅니다.
여인들이 외모에 힘을 기울인 것은 하나의 삶의 방식이었던 셈이죠.

그런데 베드로는 그 여인들에게 겉치장보다 속사람으로 대면하라고 말합니다.
화려한 외모보다 순결한 행실을 무기 삼으라고 말이죠.

초대교회에는 여인들이 많았습니다.
보통 교회에 여인들에게 더 많습니다.
이는 여인들이 훨씬 은혜가 많고, 신앙이 깊다는 뜻이죠.
그런데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여인들이 훨씬 성숙하다는 뜻도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먼저 알아차렸고, 또한 이해했다는 뜻이니까요.

또한 여인들이 훨씬 긍휼합니다.
베드로는 그 여인들에게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지도 모릅니다.
여인들 안에 숨어있는 장점, 경건하고 순결한 행실 말이죠.

어떤 초대교회 교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항상 복음을 전하라. 꼭 필요하다면 언어도 사용하라.'
이 말은 복음은 말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말은 마음의 중심을 조금 도울 뿐,
복음은 그 내면의 중심과 생각, 그리고 가치관으로 전해진다는 뜻이죠.

눈에 보이는 것이 힘이 아닙니다.
드러나는 것이 능력이 아니고요.
우리가 믿는 주님의 세계는 보이지 않는데 힘이 있습니다.
아무 말 하지 않는데 힘이 있고요.
가슴으로 품는데 능력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 앞에서 아무 말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고 싶은 말, 그 많고 많은 말 하얗게 잠재우고
오직 주께서만 말씀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승리입니다.
가슴에 품고 십자가를 묵묵히 지는 것, 그것이 승리이고요.
그것이 또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었습니다.

알아주지 않는다고 힘겨워하지 마세요.
복음에 애쓰고, 사랑에 애쓰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노여워하지도 마세요.
세상의 칭찬에 기대하지도 마시고,
누군가의 박수를 꿈꾸지도 마세요.
오직 우리의 사랑은 주님이 아심을 기억하며 사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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