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묵상일기 170 - 우리는 누군가의 길을 예비하는 사람들입니다.

2026. 4. 19. 14:07묵상하는말씀/사도행전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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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13:24~25   그가 오시기 전에, 요한이 먼저 회개의 세례를 모든 이스라엘 백성에게 선포하였습니다. 요한이 자기의 달려갈 길을 거의 다 갔을 때에 말하기를 '여러분은 나를 누구로 생각하십니까? 나는 그리스도가 아닙니다. 그는 내 뒤에 오실 터인데, 나는 그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는 사람입니다' 하였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름다운 주일입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의 크신 은혜와 평강이 여러분의 삶에 가득하시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참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아침이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서죠. 산더미 같은 일들 앞에서 마음을 다잡으며 또 하루를 묵묵히 버텨냅니다. 때로는 억울한 일을 겪고도 억지로 웃어야 하고, 때로는 지친 몸으로 늦은 밤까지 내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문득 깊은 회의감이 밀려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는가.' 

그저 먹고살기 위해 반복되는 하루를 견디고 있을 뿐이라면, 내 삶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더 높이 올라가라고 몰아붙이죠. 무대 중앙의 주인공이 되어야만 가치 있는 인생인 것처럼 우리를 재촉합니다. 더 잘해야 하고 더 인정받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옥죕니다. 하지만 그런 삶의 끝에 남는 것은 차가운 피로와 깊은 공허함뿐이에요.

그런데 성경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삶의 문법을 보여줍니다. 바울은 사도행전에서 세례 요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들려줍니다. 사람들은 요한을 보며 그가 메시아일지 모른다고 열광했죠. 그는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았고 얼마든지 자신을 높일 수 있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단호하게 선을 긋죠.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 계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다." 

이 고백은 단순한 겸손이 아닙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존재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선언입니다. 요한은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기 뒤에 오실 분의 길을 예비하는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요한을 향해 "여자가 낳은 사람 가운데서 세례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었다"고 극찬하셨습니다. 주님이 그를 이토록 높이신 이유는 그가 단순히 겸손한 사람이거나, 예수님의 오심을 알리는 전령 역할만 잘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창조된 인간의 진짜 본질이 무엇인지, 인간이 이 땅에서 어떤 스탠스로 살아야 하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신 선언입니다. 인간은 본질상 누군가를 위해 무던히 길을 닦고 만들어가는 존재로 지음받았습니다. 그것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자 거룩한 창조의 목적입니다. 세례 요한은 바로 그 위대한 창조의 본질을 자기 삶으로 완벽하게 증명해 낸 사람이었기에 그토록 큰 자라 칭찬받은 것입니다.

이 말씀은 그저 광야의 한 인물에 대한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대로 이어지는 생명의 말씀입니다. 우리는 흔히 내 노동이 오직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버티며, 내 삶을 유지하려고 애쓴다고 말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가 하는 수많은 일은 결국 누군가의 필요를 채우고 누군가의 삶을 든든히 붙드는 거룩한 일이 됩니다. 

새벽부터 빵을 굽는 사람의 수고로 누군가는 하루를 시작할 든든한 힘을 얻습니다. 버스를 모는 기사님의 인내 덕분에 누군가는 안전하게 일터와 집으로 돌아갑니다. 보이지 않는 사무실 한구석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숫자를 맞추는 사람의 성실함 덕분에 수많은 이들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고 굴러갑니다.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아이의 마음을 살피며, 지친 식구를 기다려 주는 그 따뜻한 손길 역시 누군가의 내일을 굳건히 떠받치는 생명의 길이 됩니다. 

우리는 자주 내 일상을 대단하지 않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보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평범한 하루 속에서 누군가를 살리는 위대한 길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쉽게 초라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교회에서 눈에 띄는 큰일을 하지 못한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 삶은 그저 생계를 위한 단순한 반복일 뿐이라고 깎아내리지 마십시오. 우리가 묵묵히 버텨 낸 오늘 하루는 이미 누군가를 위한 위대한 길이었습니다. 우리가 꾹 참아 낸 말 한마디, 묵묵히 책임져 낸 그 작은 자리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숨 쉴 틈이 되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감당한 그 일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벅찬 용기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이 우리의 수고를 돈의 크기와 성과의 높이로만 평가할지라도 결코 흔들리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리고 있는지를 다 보고 계십니다. 그러니 우리의 일터는 단지 먹고살기 위한 치열한 전쟁터가 아닙니다. 그곳은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를 보내신 거룩한 사역지이며, 누군가의 길을 준비하게 하신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입니다.

이제 더 이상 "나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다"라고 자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 하루는 겨우 나 하나 건사하는 초라한 시간이라고, 내 인생은 엑스트라에 불과하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당당하게 이렇게 선포해야 합니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길을 예비하는 사람이다." 

내가 감당하는 이 평범한 하루는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나의 눈물과 땀과 인내는 반드시 누군가를 살리는 생명의 길이 됩니다. 세상은 늘 주인공이 되라고 소리치지만, 하나님은 조용히 길을 닦는 사람의 위대함을 아십니다. 그러니 내일 다시 삶의 자리로 나아갈 때 굽은 어깨를 활짝 펴십시오. 운전대를 잡을 때도, 책상 앞에 앉을 때도, 가족을 위해 식탁을 준비할 때도 이 사실을 굳게 기억하십시오. 나는 단지 하루를 버티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님 안에서 나는 누군가가 걸어갈 길을 위대하게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바로 거기에 우리의 진짜 존엄이 있고, 가장 눈부신 사명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이 거룩한 사명을 품고 기쁨으로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https://youtu.be/0RGT5yW3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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