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4. 06:59ㆍ묵상하는말씀/고린도후서묵상일기
고린도후서 4:16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가나, 우리의 속 사람은 날로 새로워집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 날이 참 좋더군요. 며칠 전에는 겨울이 온 것처럼 춥더니 갑자기 여름처럼 덥다가 어젠 이게 가을이구나 싶을 만큼 맑고 화창했습니다. 날씨가 변덕이 심하죠? 그래도 우리는 변화무쌍한 날씨의 심술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우리의 인생을 가로막을 만큼 커다란 문제가 아님을 알죠. 기대한 가을에 겨울이 와도, 겨울이 온 줄 알고 꺼내 입었던 두꺼운 옷이 민망할 순간이 와도, 그래도 그것이 세월의 역행이 아님을 잘 알죠. 왜냐하면 우리는 하루의 날씨에 내 인생을 맡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흘러가는 계절의 흐름을 바라보기 때문이죠. 그렇게 넓고 깊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잠시의 추위도 더위도 한낱 지나가는 바람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긴 안목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였으면 합니다.
바울은 4장에 들어서서 어떤 문제나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자신의 자세를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메시지를 마무리하고 있죠. 오늘 본문은 '그러므로'로 시작합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그러므로'로 시작하는 것은 이전의 메시지를 떠올리게 하죠. 바울은 이미 자신을 질그릇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표현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질그릇입니다. 이는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아니 오히려 하찮고 흔하고 별 특별하지 않아도 하나님은 그런 보편적이고 보통의, 모든 이들의 창조주이심을 선포하죠. 그저 일반적인 바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사용하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잘 깨지고 잘 상한 연약한 존재임도 암시하죠.
무엇보다 그릇은 그 자체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을 담았느냐에 따라 가치가 정해짐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질그릇 속에 주님의 은혜와 선물, 사랑과 손길이 담겨 있고, 그분의 계획과 섭리가 흐른다는 사실을 강조하죠. 그래서 질그릇은 무한한 가치가 있음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는 낙심하지 않는다고 선포하죠. 이어지는 메시지는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아는 말씀입니다 .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가나, 우리의 속 사람은 날로 새로워집니다."
보통 우리는 이 구절을 영성이 충만한 모습으로 해석하죠. 육신은 나이가 들면서 늙어가지만 내 안에 지혜와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는 의미로 말이죠. 그리고 그 해석은 틀림없습니다. 아프면서 성숙해진다고 하나요? 우리의 고난이 나를 더욱 단단하고 강인하게 만들기도 하고,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질 때 드러나는 주님의 기적과 같은 도우심이 더 강력해지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오늘따라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질그릇이 깨져야 향기가 난다고 말이죠. 여인이 주님 발 앞에서 자신의 향유 옥합을 깨뜨린 것처럼 말이죠. 누군가는 그것이 미련한 짓이라고 했지만 예수님은 그녀에게 '아름다운 일'을 하였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귀한 것을 드렸다는 의미로만 작용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수님이 주목하신 것은 깨뜨렸다는 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향유가 담겨 있다면 그것은 자신만의 가치일 거예요. 그런데 옥합을 깨뜨리는 순간, 그것은 누군가 남을 위한 것이 되죠. 예수님은 십자가 앞에서 그 모습을 떠올리셨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깨뜨려 십자가에서 죽으면 그 깨뜨림이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 된다는 것을 말이죠.
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사람을 살린다는 옛 말이 있죠? 참는다는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분명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원인과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시대에서 참는다는 것은 미련한 짓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섬긴다는 것이 그래요. 나를 깨지 않고는 섬기기가 힘듭니다. 나의 주장을 깨지 않고는, 나의 습관과 가치를 깨지 않고는 낮아지기가 힘들죠. 누군가 버린 쓰레기를 내가 대신 줍는 순간, 누군가 삽니다. 내가 한 것도, 내가 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나를 깨뜨려 공의를 이룰 때 누군가 살아요. 나만을 위한 습관을 깨뜨리고 누군가를 위해 길을 예비하는 일, 그것으로 누군가 삽니다. 우리는 그렇게 깨져야 향기 나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커피 한 잔을, 매일 그 자리에서 일하는 미화원에게 따뜻한 인사 한 마디를 건네보시면 어떨까요? 내가 늘 하던 익숙한 삶을 잠시 깨뜨리고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를 살릴지도 모르니까요. 오늘도 힘내시고 많이 웃는 하루 되시길 빕니다.
'묵상하는말씀 > 고린도후서묵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린도후서묵상일기 44 - 나의 삶은 나의 직분입니다. (0) | 2022.10.21 |
---|---|
고린도후서묵상일기 43 - 믿음만이 내 길을 인도합니다. (0) | 2022.10.20 |
고린도후서묵상일기 42 - Never Say NO! 안된다고 말하지 마세요. (0) | 2022.10.19 |
고린도후서묵상일기 41 - 석과불식(碩果不食) (0) | 2022.10.18 |
고린도후서묵상일기 40 - 수고는 고되지만, 열매는 답니다. (0) | 2022.10.17 |
고린도후서묵상일기 38 - 믿음과 나의 말은 하나입니다. (0) | 2022.10.13 |
고린도후서묵상일기 37 - 통증은 선물입니다. (0) | 2022.10.12 |
고린도후서묵상일기 36 - 잘 지고 잘 늙어야 합니다. (0) | 2022.10.11 |
고린도후서묵상일기 35 - 십자가 없는 면류관은 없습니다. (0) | 2022.10.10 |
고린도후서묵상일기 34 - "내 편에 있는 사람이 더 많다." (0) | 2022.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