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후서묵상일기 36 - 잘 지고 잘 늙어야 합니다.

2022. 10. 11. 07:01묵상하는말씀/고린도후서묵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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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후서 4:11   우리는 살아 있으나, 예수로 말미암아 늘 몸을 죽음에 내어 맡깁니다. 그것은 예수의 생명도 또한 우리의 죽을 육신에 나타나게 하기 위함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흐릅니다. 벌써 올해도 두 달 남짓 남았습니다. 새해 계획들을 세우고 다짐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 3/4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가고 한 살을 더 먹게 되겠죠? 그래도 지나온 시간들은 다 의미가 있고, 또 감사의 시간이었기에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가 되고 소망이 됩니다. 올해 여러분들의 남은 시간들을 축복하고 기쁘고 복되게 만드실 주님을 찬양합니다. 

 

바울은 질그릇에 담긴 보물을 바라보라고 우리에게 조언했습니다. 이는 질그릇을 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보물을 보라는 말씀이겠죠. 나는 연약해도 내 안에 주님은 강하심을 기억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8절부터는 조금 다른 의미로 메시지가 변합니다. 답답한 일과 박해, 모진 공격들이 등장하고 그 어려움에도 우리는 굳건할 수 있음을 강조하죠. 그 이유로 바울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부활이 일어나고, 그분의 죽으심은 생명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두운 밤이 있어야 광명의 새벽을 볼 수 있고, 치열한 싸움을 싸워야 승리를 맛볼 수 있다는 말씀이죠. 그러고 보니 성경은 처절한 노예의 삶을 통해 해방의 기쁨을 누리고, 거친 광야를 지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가는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하나님의 원리는 우리의 육체와 하나님의 영이 조화롭게 동역하는 관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말이 있죠?

 

"하나님 없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하나님 또한 우리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신다."

Without God, we cannot. Without us, God will not.

 

참회록으로 잘 알려진 초대교회 교부 성 어거스틴이 했다고 알려진 이 명언은 하나님과 우리의 동역 관계를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육체와 영의 조화로운 관계에 가장 큰 핵심을 바울이 오늘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바로 거친 광야의 길을 가는 육체와 그 길을 가나안으로 이끄시는 하나님과의 관계처럼 말이죠. 몇 주 전, 그런 말씀 나눈 기억이 있어요.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자고 말이죠. 바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육체의 일이고, 그 결과를 만드시는 분이 영이신 하나님의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입니다. 그것을 바울은 살아 있으나, 예수로 말미암아 늘 몸을 죽음에 내어 맡긴다고 표현하죠. 우리의 시간은 늘 죽음을 향해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지나면 우리는 하루를 죽은 것이죠. 그럼에도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산다면 하나님은 우리의 죽음 속에서 생명의 향기를 발하신다는 뜻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지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질 때가 있습니다. 함께 고난에 동참하며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행복해하는 이들을 보면 감동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서 나와 다른 특별한 빛이 보이기 때문이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는 사람처럼 멋진 사람은 없습니다.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해야 할 일이라고 끝까지 하는 이들에게서는 향기가 납니다. 그렇게 나의 몫을 다할 때 주님은 역사하시죠.

 

언제나 이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매일 늙어요. 그래서 지는 것도 잘 져야 합니다. 늙는 것도 잘 늙어야 하고요. 기쁘게 지고, 즐겁게 늙어야 하죠. 그래야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생깁니다. 요즘 줄임말이 유행이죠?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더라고요. 예전에는 지면 다 죄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져도 잘 싸웠고, 져도 기쁘게 지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시대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직 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기회가 있고, 또 다음 날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죽음도 고난도 광야도 십자가도 즐거워야 합니다. 그때 우리 안에 생명도 성공도 가나안도 부활도 소생하기 때문이죠. 오늘도 잘 지고, 잘 늙는 하루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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