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6. 06:38ㆍ묵상하는말씀/느헤미야서묵상
삼일을 푹 쉰 느헤미야는 예루살렘의 상황을 직접 보기 위해 나섭니다. 그가 본 예루살렘은 한 마디로 황폐 그 자체였지요. 성벽은 무너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고, 문들은 불에 탄 채로 버려져 있었습니다. 길도 끊겨 있고, 인적도 끊긴 지 오래였던 것 같아요. 몇 개월 전에 느헤미야가 그의 형제 하나니로부터 예루살렘의 상태에 대해 전해 들었을 때 느헤미야는 주저앉아 울었죠. 그리고 그의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예루살렘의 상태를 보게 되었는데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보지 않고 들었을 때와 직접 보았을 때의 차이가 분명히 있겠죠? 아마도 더 참혹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더 마음이 무너져 내려 절망스러웠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지요. 자신이 그 자리에 있어 보지 못하면 쉬운 판단을 합니다. 탁상공론(卓上空論)이라는 말이 있죠. 탁자 위에서 펼치는 헛된 말이라는 뜻이죠. 실현성 없는 허황된 이론을 뜻하는 것인데요. 자신의 일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가볍게 생각하기 쉽죠. 느헤미야가 그랬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귀로 듣는 것과 눈으로 본 현실은 분명히 차이가 있었을 거예요. 어쩌면 들었을 때 무엇인가 하려고 하는 열정이 있었다면 실제 본 이후에는 그 열정보다 겁이 더 났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현장을 목격했을 것이기 때문이죠. 무슨 일이든 남의 일이면 간단히 생각하죠.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되면 평점심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손가락 끝의 작은 상처도 남이 다치면 무슨 호들갑이냐고 핀잔을 주지만 자신에게 벌어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죠.
저는 느헤미야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그는 매우 섬세하고 여리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고향 땅의 아픔을 말로만 듣고도 그는 주저앉아 울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니 직접 눈으로 본 현장에서는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성경에는 그가 주저앉았다는 말이 없네요. 울었다는 말도 없고 그저 담담히 현장을 둘러봅니다. 그리고 또 극히 담담하게 관리들과 사람들에게 자신의 계획과 목표를 제시하죠.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입니다. 왜일까요?
저는 그것이 기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할지 몰랐을 때는 눈물만 나오죠.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압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도우시고 함께 하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리고 현장으로 달려가죠. 그렇다면 이제는 나의 감정이나 눈으로 보는 현장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과 그분이 도우시는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기도를 따라 사는 삶이죠. 얼마나 큰일인지, 얼마나 아픈 일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일을 하나님이 도우시는지가 더 중요한 일입니다. 내가 기도해서 얻은 해답은, 그 일이 해결될만한 일인가? 가 아니라 그 일에 하나님이 도우시고 함께하시는가? 입니다. 기도는 그런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기도했고 하나님의 확신을 얻었다면 주저앉아 울지 마세요. 이제 내가 그 확신의 주체가 되세요. 나를 통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역사를 드러내세요. 내가 그 기도의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기도했다는 것은 나에게 맡겨진 사명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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