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6. 06:10ㆍ묵상하는말씀/느헤미야서묵상
느헤미야의 기도는 기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먼저, 어제 우리는 기도의 대상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묵상했죠?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인정하고 찬양하는 것이 우리 기도의 시작이죠.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바로 회개입니다. 회개는 단순한 겸손이 아닙니다. 마치 뭔가 바라는 것이 있어서 나를 낮추는 것이 아니죠. 회개는 이런 것과 같아요. 어느 높은 산에 올라 전경을 바라볼 때 그 앞에 펼쳐진 장관을 보며 압도당할 때가 있죠.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이나 바닷가 백사장의 한가운데서 그 크기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탄식이 절로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때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이 자신의 초라함입니다. 마치 한 줌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존재임을 인식하죠. 겸손은 그런 것입니다. 이는 뛰어난 학식을 가진 학자나 존경심이 우러나올 만큼 위대한 인물들 앞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을 향한 위대함과 존경심은 나의 겸손이 가지고는 결과이죠. 우리가 주님 앞에 설 때 저절로 생기는 것이 이 겸손이고, 이 겸손이 회개를 이끕니다. 그동안 교만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죠. 내가 최고인 줄, 내가 주인인 줄, 내가 다 아는 줄 알았던 자신의 교만이 저절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겸손이 가지는 능력이에요. 느헤미야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고 또한 자신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회개를 하죠. 그런데 그 회개가 어떤 통찰력을 가지느냐 하면, 바로 역사의식입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현재 상황이 민족적인 죄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몇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옛 선조들의 죄악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죠. 그런데 그는 이 죄악을 옛것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남 탓을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현재 나의 문제이고, 또한 나를 통해 새로움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래서 지금 그 오랜 문제들을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내가’ 회개를 하고 있어요.
우리가 하는 회개를 돌아보면 남 탓이 많습니다. 어느 때는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도 곁들이죠. 심지어 옛 선조의 죄로 인한 지금 현재의 상황을 한탄하는데 급급할 때가 많습니다. 옛 과거를 들춰낸다고 회개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회개는 아니에요. 회개는 그 모든 것을 나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회개입니다. 예로부터 흘러내려 온 잘못들, 혹은 다른 이들의 문제들, 그것들은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역사 인식이에요. 마치 예수님께서 우리의 문제를 당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십자가를 지셨듯이 말이죠. 그것이 겸손이고 진정한 회개입니다.
우리가 공동체적으로 기도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족의 아픔을 위해 기도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죠. 때론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도 우리 가슴을 치며 기도합니다. 나의 믿음을 보시고 이 땅을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인식은 우리가 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남을 위해 하는 우리 기도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우리가 책임지는 일들이 많을수록 주님이 우리를 책임지시죠. 그렇게 공동체적 기도는 나의 기도가 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공동체적 역사 인식이 필요한 거죠.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이 땅의 문제들은 곧 나의 문제입니다. 이 땅의 완악함은 곧 나의 기도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오늘이 바로 우리 손에 맡겨진 것들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나의 회개가 변화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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