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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요한복음묵상

요한복음서묵상86 - 믿음은 결과가 아닙니다.(요한복음21:1-14)

오늘 본문도 우리가 잘 아는 본문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세 번째로 나타나신 장면입니다. 내용은 굳이 설명 드리지 않겠습니다. 잘 아시는 내용일 뿐만 아니라 본문을 읽어볼 때 굳이 해석이 필요하지 않은 내용들이니까요. 다만 이 본문을 다른 각도에서 한번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성경을 읽어보는 것도 흥미롭잖아요? 

이 장면의 장소는 이전 예루살렘에서와 달리 갈릴리호숫가입니다. 예루살렘과 갈릴리 호수는 먼 거리입니다. 약 150Km 정도 떨어져 있죠. 그들이 갈릴리로 간 이유는 아마도 그곳이 그들의 집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배를 탔던 것으로 보아 자신들의 옛 직업인 어부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하죠. 마치 3년간의 제자 생활을 청산하고 이제 자신의 옛 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조금 전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았는데 왜 그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을까요? 이전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나타나셔서 자신의 몸에 난 상처와 못 자국까지 보여주셨는데요. 그런데 왜 그들은 마치 자포자기 한 사람처럼 보일까요? 게다가 본문에 보면 이번에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이는 아직도 예수님이 죽으셨다고 믿었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행동이 나올 리가 없죠. 그렇다면 자신들이 본 부활하신 예수님은 어떻게 설명할까요? 두 번씩이 눈으로 확인한 일은요? 어쩌면 그것들을 그저 꿈이나 환상쯤으로 여긴 것은 아닐까요? 이런 무리한 추측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자들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이해될 수 있는 단 하나의 해석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20장 하반절의 예수님의 메시지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죠. 어제 우리는 어떤 내용을 묵상했는지 기억하시죠? “본다고 믿어지는 게 아니야! 믿어야 보여지는 거야!” 여기에는 기적이나 눈으로 보이는 것이 믿음의 출발이 아니라는 말씀이 깃들여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20장 마지막에는 이런 기록이 있죠. 예수께서는 제자들 앞에서 다른 많은 기적을 보여주셨지만 이 책에는 기록하지 않았다고요. 요한복음에는 전체적으로 기적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 기조로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이 베푸신 기적을 기록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있는 메시지가 믿음이에요. 그 믿음을 기적이나 눈으로 보는 것에 의지하지 말라는 말씀이 주된 메시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고요. 제자들의 입장에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적이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저 자신들에게 보여지는 것으로는 그들이 기대하는 이적이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부활하신 예수님이라면 이제 천하를 호령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히고 죽였던 세력들을 다 내몰고 왕이 되는 기적이어야 비로소 기적다운 기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부활하셨지만 너무 조용했습니다. 잠시 보이시고는 금세 사라지셨어요. 그런 기적에 제자들은 당황했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기적이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자신이 본 것을 의심했을지도 모르죠. ‘이것은 꿈이었을 거야~’ 이런 해석이라면 제자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도 하죠.

이런 해석을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일 묵상하겠지만 이어지는 대목은 그야말로 요한복음의 백미인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이죠.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이 대목입니다. 왜 이런 대화가 필요했을까요? 지금까지의 해석이라면 이 요한복음 21장의 주제는, 여전히 "너는 나를 보았기 때문에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복이 있다." 이 메시지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부자가 되면 좋은 일 할께’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죠. 저도 많이 들어봤습니다. ‘대학만 가면 교회 나올게요.’ ‘취직만 하면 예수 잘 믿을게요’ ‘낫기만 하면 충성할게요’ 이런 말들을 수없이 들었는데요. 지켜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믿음은 거기서 나오는 것이 아니거든요. 믿음은 결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믿음은 이런 거예요. ‘좋은 일을 하라, 그러면 부자가 될 것이다.’ 

믿음은, 많이 얻어서 나누고, 내가 완전해서 사역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나누다 보니 주님이 공급해 주시는 것이 믿음이고, 내가 사역하다 보니 나를 점점 자라게 하시는 것이 믿음이에요. 그렇게 베드로가 변하고, 요한이 변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의 왕이 되어야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다 보니 그곳에 왕 되신 예수님이 계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믿음이죠.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도 믿음의 열매가 아니라 뿌리를 심는 우리 되기를 바랍니다. 심고 물 주는 일이 우리의 일입니다. 결과가 어떠해도 그것은 주님의 일이고요. 우리는 씨 뿌리고 가꾸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하루 되기를 빌어요. 오늘도 건강하시고, 웃음이 가득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보고 싶고 그리운 공동체 가족들, 모두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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