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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요한복음묵상

요한복음서묵상84 - 성령은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길잡이입니다.(요한복음20:19-23)

저의 아버지께서 제게 남긴 유언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병상에 계셨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거의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셨는데요. 어느 날 잠깐 저와 눈이 마주치시고는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성령을 받아라”

그 말씀이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습니다. 마치 부활하신 주님이 제자들에게 던지신 명령과도 같은 말씀처럼 말이죠. 제자들은 불안에 떨었던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승이었던 예수님은 신성모독과 내란의 목적으로 처형을 당한 상태라 그 죄목이 언제 그들에게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이죠. 대제사장 집 뜰 안에서 베드로가 사람의 시선을 피하며 떨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문을 모두 걸어 두었다는 표현이 그들의 불안과 공포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때 예수님께서 그들 앞에 현현하셨습니다. 그리고 평안하라고 말씀하시죠. 

불안과 공포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모습, 주님의 손과 발에 난 못 자국만으로 그들의 불안은 기쁨으로 바뀌죠. 이유는 예수님이 그들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끝끝내 최후의 승리는 하나님께 있음을 믿는 믿음이 바로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죠. 믿음은 현재가 아닙니다. 믿음은 미래의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아는 데서 나옵니다. 그리고 연이어서 그들에게 파송 명령을 하시죠. 그리고 숨을 내뱉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이는 마치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생기를 코에 불어 넣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그 생기가 바로 성령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우리는 성령으로 살도록 지음 받았습니다. 그런데 범죄로 인해 그 성령을 잃은 것이죠. 그리고 예수님은 성령의 삶이 어떤 것인지도 알려주십니다. 용서입니다. 다른 이들의 죄를 용서해 주는 것입니다. 이를 조금 더 포괄적으로 말하면 이웃을 사랑하는 것, 타인에 대한 사랑을 말씀하시죠. 

믿음과 평안, 그리고 용서와 이웃 사랑은 하나로 이어진 개념입니다. 믿음이 없이 평안도 없습니다. 불안으로 가득한 영혼에 평안은 없습니다. 또한 평안이 없으면 용서도 없고요. 내 안에 넉넉함의 여유가 없으면 누군가에 대한 관심도 가질 수 없죠. 용서 없이 이웃에 대한 사랑도 없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에는 용서가 같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하나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믿음 없이는 소망을 가질 수 없죠. 믿음 없이는 앞날에 대한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망 없이 사랑도 없습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남을 사랑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사랑하는 여러분, 성령은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길잡이입니다. 성령 받기를 원하는 것은 바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품기 원하는 마음과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성령 충만하기를 빕니다. 이 아침에 여러분을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성령이 충만한 여러분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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