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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요한복음묵상

요한복음서묵상78 - 나에게 주어진 영적인 주권도 행사할 때 가치가 있습니다.(요한복음19:1~16)

총독 빌라도는 예수님을 태형에 처합니다. 느닷없이 매질과 모욕을 한 이유는 아마도 그쯤 해서 예수를 풀어주고 싶은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예수님에게서 죄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는 예수님과의 대화에서 받은 신뢰감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18장 마지막 부분에 빌라도는 예수께 진리에 대해 질문하죠. 요한복음은 더 이상 그 대화의 상세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질문과 동시에 빌라도는 자신의 마음을 굳힙니다. 예수님에게서 죄를 찾지 못했다는 판결이죠. 

이것으로 재판은 끝났어야 합니다. 그러나 빌라도는 자신의 판단과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유대인들의 반응에 끌려다니죠. 그들이 맹렬한 기세로 몰아붙이자 빌라도는 한 걸음씩 물러섭니다. 분명 아니라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타협점을 찾으려고 하죠. 그리고는 결국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유대인의 선택으로 자신의 판결을 결정합니다. 이는 자기 스스로 말한 말과도 배치되는 모습이었죠. 그는 예수님께 이렇게 말하죠. "나에게는 당신을 놓아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처형할 권한도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이 말은 분명 맞습니다. 자신에게 권한이 있었죠. 그러나 그는 그 권한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유대인의 반응이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민란을 일으킬까 봐, 소요사태로 인해 어려움이 생기면 자신의 입지에 영향이 있을까 봐, 그래서 진급하지 못할까 봐, 그는 자신의 확신을 표현하지도, 자신의 권한을 드러내지도 못합니다. 아무리 권한을 주어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없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주셔서 은혜를 누리지 못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사랑을 부어 주시고, 말씀으로 길을 알려주셔도,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죠. 

남에게 자신의 감정을 맡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상황에 나의 기분을 결정하도록 하는 이들이 있어요. 남의 말에 흔들리고,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학대하고, 남이 규정한 대로 자신을 규정하며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근 인기를 얻었던 이태원 클래스라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와요.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 마!” 그런데 내 기분을 다른 사람이 정하도록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업다운을 하는 이들이 있죠. 이런 상황 때문에, 저런 일 때문에 자신의 확신을 저버리며 타협하는 이들이 있어요. 자신의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누리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이들 말이죠. 빌라도는 우리 안에 있는 그런 모습을 끄집어내어 보여줍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을 믿습니까? 그러면 그 믿음대로 행동하세요. 누가 어떻게 보든, 누가 무엇이라고 하든, 나의 신앙은 내가 지키며 가세요. 나의 기분과 감정은 나에게 맡겨진 나의 권한임을 잊지 마세요. 휘둘리지 마세요. 빼앗길까 봐, 없어질까 봐 두려워서 내가 지켜야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저버리지 마세요. 오히려 그 두려움과 타협이 나에게 주어진 권한도, 사역도, 소망도 잃게 만들지 모릅니다. 타인에게 나의 주권을 팔지 마세요. 눈앞의 유불리에 진리를 바꾸지 마세요. 은혜는 누리는 자에게만 가치가 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영적인 주권도 행사할 때 가치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 오늘도 우리는 남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진리에 의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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