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묵상하는말씀/요한복음묵상

요한복음서묵상87 - 사랑은 상대방에게 나를 맡기는 거예요.(요한복음21:15-19)

오늘도 본문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두 아는 내용이죠.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내 양을 먹이라’ 이 부분은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표적인 대화 내용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의미로 받아들여지죠. 세 번을 물으시는 것을 베드로의 세 번 부인과 연결하는 해석도 있고, 베드로에게 용서와 사명을 동시에 제공하는 내용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헬라어 표현을 두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죠. 예수님은 아가페(무조건적인 사랑)라는 단어를 쓰시는 반면에 베드로는 필로스(우정을 뜻하는 사랑)로 대답하는 것으로, 예수님과 베드로의 간극을 조명하는 해석도 있습니다. 어떤 해석이든 베드로에게 있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대화일 것은 분명하고요. 이 대화를 어떤 측면으로 해석하든 베드로는 실제로 교회의 반석이 된 것으로 보아서, 예전과는 달리 예수님의 뜻을 파악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본문이 또 새롭게 보입니다. 참 이상하죠. 요한복음을 일독하는 것이 몇 번쯤 될까요? 족히 10번은 넘는 것 같은데요. 이번 묵상을 통해 또 전혀 다른 메시지가 저에게 들려옵니다. 어제 묵상에서부터 이어지는 내용으로 이 본문을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어요. 일단 이 본문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면 어떤 내용이라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보통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예수님의 질문에 집중하죠. 아니면 사명을 주시는 말씀, ‘내 양을 먹이라’ 이 부분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에게는 더 중요하게 들리는 말씀이 있는데요. 그것은 18절입니다.

18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를 띠고 네가 가고 싶은 곳을 다녔으나, 네가 늙어서는 남들이 네 팔을 벌릴 것이고, 너를 묶어서 네가 바라지 않는 곳으로 너를 끌고 갈 것이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이 말씀을 하기 위해 위의 말씀들을 꺼내신 것으로 보여요. 이 18절 말씀은 마치 이런 말씀처럼 들려요. ‘뭘 모르는 시절에는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 이제 알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저는 철들었다는 의미를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데요.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하지 않는 법을 아는 것이라고요. 성숙한 사람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할 수 있어야 하죠. 이 말씀을 어제 묵상과 연결시켜 보면, 어릴 적에는 자기 뜻대로,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었다는 뜻이 되죠. 눈으로 보이는 것을 믿고, 자신의 유익을 위해 따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주님을 사랑하면, 진정으로 예수님을 사랑하면, 나의 뜻이 아니라 주님의 뜻에 따라 나의 팔을 벌리고, 주님이 주신 사명을 허리에 찬다는 의미입니다.

사랑은 나의 뜻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상대방에게 나를 맡기는 거예요. 세 번씩이나 사랑에 대해 언급하신 이유를 저는 이렇게 들었습니다. ‘네가 하는 사랑은 진짜 사랑이냐?’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는 사랑 아니고 너를 그에게 주는 사랑 맞니?’ 그 사랑이어야 사명도 진짜가 됩니다. 그 사랑이어야 믿음도 흔들리지 않죠. 오늘도 한걸음 조금 더 성숙한 사랑 나누는 하루 되시기를 빕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