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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민수기묵상

각각의 자기 분량대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사역’입니다.

민수기 31:25-54 각각의 자기 분량대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사역’입니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늘 생활에 바빠서 선교도 못나가고
길거리에서 복음도 전하지 못하는데 어떡해요?”

어쩌면 질문이라기보다 탄식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주로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서 나오는 영적인 탄식이죠.
자신들의 생업으로 인해
주님의 일을 하지 못함에 대한 자책을 듣습니다.
가정에서 아이들의 양육에 모든 시간을 빼앗기는
어머니들의 같은 탄식은 더욱 크죠.

‘주님의 일’이라는 프레임이 있습니다.
우리의 인식에는 주로 목회자의 일이나 선교사가 되어야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주님의 은혜를 받고 그 ‘주님의 일’을 하고자 할 경우,
신학교를 가야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직업적으로 목회자가 되어야
‘주님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오늘 본문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을 배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미디안 전투에는 각 지파에서 1,000명씩이 동원되었습니다.
지파를 대표해 뽑힌 인원들이죠.
12지파니까 도합 12,000명이
당시 이스라엘 1,000,000명을 대표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미디안전투에서 승리를 한 이들에게
전리품의 반을 배분합니다.
그리고 반은 나머지 이스라엘 일반 백성들에게 배분하죠.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이것은 공정한 배분이었을까요?
전쟁에 동원된 인원은 12,000명입니다.
그들은 다른 이들을 대표했지만 전쟁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이죠.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그런 헌신이 없었다면 전재의 승리도 없었겠죠.
그렇다면 그들이 가져온 전리품은 어쩌면
온전히 그들의 몫이 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 현실에 가깝게 예를 들어보죠.
같은 회사에 근무를 합니다.
그런데 한 부서의 사람들이 회사를 대표해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것으로 나라에서 상을 받았어요.
그 상은 전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대답을 듣지 않아도 뻔합니다.
왜냐하면 직접적으로 일을 한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하나님은 전쟁에 나간 사람들도, 전쟁에 나가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다에게 전리품을 배분하십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한 공동체니까 같이 나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습니다.
일을 했건 안했건 같은 공동체니까 같이 분배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죠.
이 말씀에서 느끼는 진정한 의미는,
공동체 모두가 전쟁을 치렀다는 의미입니다.
공동체 모두가 같은 일을 했다는 의미라는 것이죠.

말에 어폐가 있는 것 같죠?
전쟁은 분명히 12,000명만 출전했는데 다같이 전쟁을 치르다니요?

공동체란 그런 것입니다.
남편이 회사에서 일을 해 돈을 법니다.
아내는 전업주부로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살림을 하죠.
그렇다면 일은 남편만 하고 아내는 안 하는 것일까요?
일을 해서 번 돈은 남편의 것입니까?
사실은 같은 일을 하는 것이죠.
다만 자리만 다를 뿐입니다.
남편은 회사에서, 아내는 집에서 각각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남편은 사무의 일을, 아내는 집안일을,
남편은 외면의 일을, 아내는 내면의 일을 각각 수행하는 거죠.
그렇게 같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공동체입니다.

직접 선교지에 가서 일하는 사람들을 ‘선교사’라고 합니다.
그들을 보내고 기도하며 후원하는 이들도 선교사입니다.
전자가 ‘보내진’ 선교사들이라면, 후자는 ‘보내는’ 선교사들이죠.

바울사도는 사역의 필요에 따라 주어지는
은사에 대해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각각의 은사들이 다르고, 하는 역할들이 다르죠.
어떤 이는 교사로, 어떤 이는 선지자로 세움을 받죠.
어떤 일을 하든지, 어떤 자리에 있든지
주님의 공동체에 있다면 그들은 같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보시는 공동체의 관점이시죠.
목사만이 ‘주님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주님의 공동체에 참여한 모든 일이 ‘주님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이는 현장에서, 어떤 이는 골방에,
어떤 이는 지식으로, 어떤 이는 지혜로,
어떤 이는 강함으로, 어떤 이는 약함으로,
각각의 자기 분량대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사역’입니다.

세상에서는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하는 사람만이 빛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무대 뒤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그 공연을 위해 일하는
모든 작은 사람들도 기억하시죠.
그것이 주님의 공정이에요.

오늘 이 아침,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축복하세요.
그 자리가 ‘사역의 자리’이고, ‘주님의 일’하는 자리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주께 하듯 하세요.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대하듯 하세요.

골로새서3:23~24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에게 하듯이 하지 말고, 주님께 하듯이 진심으로 하십시오. 여러분은 주님께 유산을 상으로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이 섬기는 분은 주 그리스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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