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385 - 진짜 믿음은 나의 필터를 깨뜨리고 '하나님의 필터'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2025. 9. 3. 05:00ㆍ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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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서 24:25~26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마음이 그렇게도 무디니 말입니다. 그리스도가 마땅히 이런 고난을 겪고서, 자기 영광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는 아침이지만 여전히 덥습니다. 밖에 내리는 비는 아직 가을비는 아닌 듯하죠. 그래도 자연은 역행하는 법이 없습니다. 더딘 것 같아도 반드시 때는 오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하심도 그렇습니다. 비록 여전히 덥고, 여전히 힘들고, 여전히 변한 것 없어 보여도 자연이 돌아가듯 시간은 흐르고 주님의 때는 반드시 옵니다. 우리의 믿음도 오늘 하루 말씀을 통해 더욱 깊어지고 선명해지기를 기도합니다.
어제 우리는 길 위에서 만난 제자들이 지난 며칠간의 상황을 얼마나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무덤이 비었고 부활하셨다는 소식까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부활 신앙이 없었음을 묵상했지요. 예수님도 그들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보셨던 모양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그들을 향해 듣기에 따라서는 꽤 거친 말씀을 쏟아내시죠. "어리석은 사람들", "믿는 마음이 이토록 무디니"와 같은 표현은 거의 모욕에 가까운 언사입니다. 사랑과 온유의 대명사이신 예수님께서 왜 이토록 격한 표현을 사용하셨을까요?
그 이유를 알려면 먼저 유대인들에게 구약 성경, 즉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구약은 그들에게 단순한 종교 경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역사였고, 법이었으며, 삶의 모든 기준이 되는 문화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말씀을 암송했고, 그 말씀대로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구약 성경의 핵심에는 장차 오실 메시아에 대한 수많은 예언이 아주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특별히 이사야 53장처럼, 메시아가 백성을 위해 고난 받고 죽임을 당했다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이야기는 구원 역사의 중심 주제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평생 말씀을 삶처럼 여기며 살아왔고, 그 말씀의 전문가였던 그들이 정작 진짜 메시아가 말씀대로 고난 받고 부활하신 사건 앞에서는 왜 그토록 무지했을까요? 예수님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십니다. 그들은 말씀을 있는 그대로 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필터'를 통해 해석했던 것입니다. 당시 로마의 식민지배라는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그들은 말씀을 '정치적 해방', '민족주의적 기득권 회복'이라는 필터를 끼고 읽었습니다. 그래서 메시아는 당연히 다윗 왕처럼 강력한 힘으로 로마를 무너뜨리고 이스라엘의 영광을 되찾아 줄 분이어야 했죠. 그렇게 자기만의 필터를 가지고 말씀을 대하니, '고난 받는 메시아', '죽임 당하는 구원자'에 대한 말씀들은 보이지 않거나, 애써 외면하고 왜곡해 버렸던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과연 나는 제자들과 다르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우리 역시 '나의 필터'로 말씀을 읽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가 듣고 싶은 말씀, 내 생각과 계획을 지지해 주는 말씀에만 '아멘'하고,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나의 희생을 요구하는 말씀 앞에서는 슬그머니 눈을 감아버리는 경우는 없습니까? 사업의 성공을 위해 축복의 말씀을 붙들면서, 가난한 이웃을 돌보라는 말씀은 외면하고, 위로와 평안을 주는 구절은 밑줄을 그으면서,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라는 말씀은 애써 모른 척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우리 안에 있지는 않나요?
오늘 주님은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믿음은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것만 선택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진짜 믿음은 나의 필터를 깨뜨리고 '하나님의 필터'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내 생각, 내 경험, 내 기대를 내려놓고, 말씀이 이끄시는 대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이해하고, 나의 삶을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기 위해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은 무엇일까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이렇게 기도해 보시면 어떨까요?
"주님, 제 생각의 필터를 거두어 주시고, 주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해 주세요."
"주님, 나의 원함으로 타인을 바라보지 않게 하시고, 주님의 사랑으로 이웃을 보게 해 주세요."
나의 필터를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하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진짜 믿음의 사람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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