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378 - 하나님은 지금, 가장 낮은 자를 들어 일하십니다.
2025. 8. 26. 05:00ㆍ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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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서 24:1~6 이레의 첫날 이른 새벽에, 여자들은 준비한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갔다. 그들은 무덤 어귀를 막은 돌이 무덤에서 굴려져 나간 것을 보았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 예수의 시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당황하고 있는데, 눈부신 옷을 입은 두 남자가 갑자기 그들 앞에 나섰다. 여자들은 두려워서 얼굴을 아래로 숙이고 있는데, 그 남자들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너희들은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찾고 있느냐? 그분은 여기에 계시지 않고, 살아나셨다. 갈릴리에 계실 때에, 너희들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해 보아라.
좋은 아침입니다. 지금 창밖에는 세찬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둠을 씻어내리는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새벽이네요. 문득 또 비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이들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모두들 무사하시길 기도하며 오늘을 시작합니다. 그래도 이 비가 우리의 마음속 해묵은 슬픔과 절망까지 깨끗이 씻어 내리고, 오늘 하루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깨끗한 도화지를 선물해 주기를 기도합니다.
드디어 안식 후 첫날 새벽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당시 그날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침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온 세상이 절망의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시간, 창조주께서 드리우신 가장 짙은 침묵을 깨고 생명의 빛이 터져 나왔습니다. 부활의 역사가 열린 것이죠. 이날은, 죽음이 영원한 끝이 아님을, 절망이 결코 우리의 운명이 될 수 없음을, 사랑이 마침내 모든 것을 이긴다는 것을 온 우주에 선포한 역사적인 날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단순히 한 사람이 죽었다가 살아난 기적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이것은 사망의 권세 아래 신음하던 옛 시대가 끝나고, 생명의 통치가 시작되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창조를 여는 시대 전환적인 사건이에요. 죄와 죽음의 법 아래 살던 우리가 이제는 생명과 성령의 법 아래에서 영원한 소망을 품고 살아가게 된, 가장 신학적이고도 실제적인 삶의 대전환인 셈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장엄한 역사의 전환점 한가운데서, 우리는 자칫하면 간과하기 쉬운 또 하나의 극적인 반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이 위대한 부활의 첫 번째 증인이 다름 아닌 '여자들'이었다는 것이죠. 당시 사회에서 여자들이 어떤 존재였는지 혹시 상상이 되십니까? 그들은 인격체라기보다는 남성의 소유물처럼 여겨졌고, 지적으로 미숙한 존재로 취급받았습니다. 오죽하면 탈무드에 "율법을 여자에게 가르치느니 차라리 불태워 버리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있었을까요. 그들의 증언은 법정에서 아무런 법적 효력을 갖지 못했고, 사람을 세는 숫자에도 여자들은 카운팅 되지 못했습니다. 철저히 무시당하고 소외되었던 존재들이었던 거죠.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가장 확실해야 할 부활의 첫 증인으로, 세상이 가장 믿을 수 없다고 여기는 바로 그 여인들을 세우셨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파격적이고 혁명적인 사건인지 느껴지십니까?
그러고 보면 누가는 복음서를 통해 일찍부터 하나님 나라의 전향적인 가치 기준을 알려 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누가복음서 1장에서 이미, 이름 없는 시골 처녀 마리아를 등장시키며, 가장 낮은 자의 몸을 통해 가장 위대한 구원의 역사가 시작될 것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사역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마지막 순간에도, 그는 또다시 여인들을 역사의 무대 한가운데로 불러내죠. 이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세상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통해 일하시고, 권력과 힘을 가진 자가 아닌 낮고 연약한 자들을 통해 당신의 역사를 써 내려가신다는 일관된 메시지였죠. 한 마디로,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뒤엎고 새롭게 하는 거듭남의 신비 그 자체이죠. 세상이 진리라고 믿는 힘의 논리, 남성 중심의 질서를 깨뜨리시고, 인간의 존엄은 기득권이나 사회적 지위가 아닌 생명 그 자체에 있음을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라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라고 말하죠. 그래야만 가치 있는 인생이라고, 그래야만 하나님께 쓰임 받을 수 있다고 속삭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용하시는 기준은 세상의 '잘남'과 '훌륭함'에 있지 않다고 말입니다. 그분이 보시는 것은 우리의 스펙이나 업적이 아니라, 무엇을 믿고, 무엇을 바라는가 하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아무리 하찮고 볼품없어도 우리의 믿음이 하나님을 향해 있다면 그 믿음은 반드시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그 믿음을 기억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반드시 쓰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오늘 새벽, 무덤을 찾았던 여인들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쓸데없고, 무모해 보이는 그녀들의 믿음을 하나님께서 주목하신 것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골방의 기도, 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작은 사랑의 실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반드시 하나님께서 좋은 길로 인도하신다는 우리의 그 작은 믿음 하나를 하나님은 기억하십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람을 통해 당신의 위대한 역사를 써 내려가시죠.
하나님은 지금, 가장 낮은 자를 들어 일하십니다. 가장 소외된 자를 통해 일하시죠. 하나님의 기준은 높고 낮음도, 잘남과 못남도, 크고 작음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직 그 안에 하나님을 향한 믿음, 하늘을 향한 희망으로 좌고우면 하지 않는 자를 쓰십니다. 거창한 계획이나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내 삶의 자리에서 그 작은 믿음을 놓치지 않으면 됩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는 그 믿음, 모두가 ‘아니’라고 말할 때 주님의 말씀에 ‘예’라고 순종하는 그 믿음을 지켜내면 돼요. 그것이 오늘 우리가 할 일의 전부입니다. 그 작은 믿음의 씨앗이 우리의 삶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역사를 이루어 가는지 지켜보시길 바래요. 우리는 '근심하는 사람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사람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당당한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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