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366 - 때론 억지로 한 일도 복이 됩니다.

2025. 8. 12. 05:00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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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서 23:26   그들이 예수를 끌고 가다가, 들에서 오는 시몬이라는 한 구레네 사람을 붙들어서, 그에게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의 뒤를 따라가게 하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넓은 마음과 높은 꿈을 품고 시원한 분위기를 가득채운 여러분의 하루 되시길 빕니다.

예수님은 이리저리 끌려다니시다 결국 사형 판결을 받으시고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사형 판결 직후 집행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절차와는 달랐습니다. 당시 로마의 사형 집행 절차와도 맞지 않았죠. 다만 시기가 유월절이었고, 이는 여러 도시, 심지어 외국에서까지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몰려드는 유대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로마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본래 십자가형은 로마의 형벌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나무에 매다는 형벌이 있었지만, 십자가 형틀을 체계화한 것은 로마였습니다. 로마의 십자가 형벌은 보통 세로 기둥이 미리 박혀 있고, 죄수가 가로 기둥을 형장까지 지고 가는 형태였습니다. 가로 기둥의 무게는 약 50kg 정도였다고 합니다. 만만치 않은 무게였죠. 태형과 고문으로 이미 쇠약해진 상태이셨던 예수님께는 더욱 힘든 무게였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예수님의 발걸음이 더딘 것을 답답해 여긴 로마 병사들은 구경하던 한 사람을 붙잡아 예수님의 십자가 기둥을 대신 들게 했습니다. 이는 당시 흔한 일이었죠. 로마 군인들은 지나가던 유대인들을 불러 세워 자신의 짐을 지고 가라 하면 유대인들은 두말 않고 가야만 했습니다. 이런 일이 많아지자 유대인들이 들고일어났고, 결국 합의한 것이 5리만 가도록 하는 것이었죠. 이와 관련하여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오 리를 가라 하면 십 리를 가주라'는 말씀입니다.

졸지에 예수님의 십자가 기둥을 대신 진 사람은 구레네 사람 시몬인데요. 구레네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에 위치한 고대 도시였습니다. 현재 지명은 샤하트입니다. 어떻게 아프리카에서까지 사람이 왔을까 싶지만, 그곳은 당시 유대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크게 형성되어 있던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아마도 유대인이었던 시몬이 유월절을 맞아 예루살렘으로 왔다가, 뜻하지 않게 예수님을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게 된 것이죠.

오늘 본문 누가복음에서는 시몬에 관해 간단히 소개되어 있지만, 마가복음서에서는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로 시몬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알렉산더와 루포가 당시 마가복음서의 독자들에게 익숙한 인물이었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어쩌다 예수님 대신 십자가를 졌던 시몬이 후에 그리스도인이 되고, 그의 아들들이 초대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로 성장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참 재미있죠? 우연히, 아니 억지로 한 일인데, 이로 인해 삶이 바뀌고 길이 달라졌다는 것이 말이죠.

때로는 억지로 한 일이 복이 되기도 합니다. 시몬은 자신이 원해서 십자가를 대신 진 것이 아닙니다. 시쳇말로 재수 없게 걸려서 고생을 한 셈이죠. 그런데 그것이 시몬에게는 큰 복이 되었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이 구원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좋을 때가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내 뜻이 아니라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삶이 옳은 삶이고, 복 있는 삶이기 때문이죠.

사랑하는 여러분, 뜻하지 않게, 억지로, 하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우리에게 많습니다. 그럴 때면 우리는 불평과 불만, 때론 재수 없음을 탓하죠. 그러나 그런 뜻밖의 상황이 우리에게 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주님과 관련된 일들이 그렇습니다. 원치 않게 억지로 했지만 결국 그것이 나에게 복이 되는 전화위복의 섭리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은혜입니다.

그러니 원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불평하지 마세요. 오히려 기쁘게 하세요. 피할 수 없다면 즐기세요. 때로는 억지로라도, 때로는 원하지 않지만 해야 될 일이 있다면 기쁘게 하세요.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떤 보배로운 길을 열어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주님의 은혜 안에서 담대하고 감사하게 하루를 살아가시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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