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293 - 우리는 모두를 향해 하나님의 은혜를 흘려보내야 합니다.

2025. 5. 13. 05:00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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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서 16:1~8   예수께서 제자들에게도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청지기 하나를 두었다. 그는 이 청지기가 자기 재산을 낭비한다고 하는 소문을 듣고서, 그를 불러 놓고 말하였다. '자네를 두고 말하는 것이 들리는데, 어찌 된 일인가? 자네가 맡아보던 청지기 일을 정리하게. 이제부터 자네는 그 일을 볼 수 없네.' 그러자 그 청지기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이 내게서 청지기 직분을 빼앗으려 하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낯이 부끄럽구나. 옳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다. 내가 청지기의 자리에서 떨려날 때에, 사람들이 나를 자기네 집으로 맞아들이도록 조치해 놓아야지.' 그래서 그는 자기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다가, 첫째 사람에게 '당신이 내 주인에게 진 빚이 얼마요?' 하고 물었다. 그 사람이 '기름 백 말이오' 하고 대답하니, 청지기는 그에게 '자, 이것이 당신의 빚문서요. 어서 앉아서, 쉰 말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묻기를 '당신의 빚은 얼마요?' 하였다. 그 사람이 '밀 백 섬이오' 하고 대답하니, 청지기가 그에게 말하기를 '자, 이것이 당신의 빚문서요. 받아서, 여든 섬이라고 적으시오' 하였다. 주인은 그 불의한 청지기를 칭찬하였다. 그가 슬기롭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자기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슬기롭다.


좋은 아침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새로운 하루, 그 은혜의 자리에서 오늘도 함께 걸어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말씀 앞에서도 멈추지 않고 묵상하려는 우리의 자세가,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진짜 믿음일 거예요.

 

오늘 본문은 '불의한 청지기' 비유입니다. 성경 안에서도 손꼽히게 난해한 비유죠. 저명한 신학자 루돌프 불트만조차 이 본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비유”라고 말하며 해석을 유보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학자들도 머뭇거리는 본문이라면,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해석하기는 더더욱 어렵겠지요. 하지만 감사한 것은, 묵상이 신학자만의 특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글을 읽을 줄 알고, 말씀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주님의 은혜를 묵상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매일 아침, 말씀 앞에 서는 삶을 살아온 분들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은 구하는 자에게 주시고, 찾는 자에게 보여주시며, 두드리는 자에게 문을 여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이제 본문의 내용을 간단히 되짚어보겠습니다. 어떤 부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맡길 청지기를 두었죠. 그런데 이 청지기가 주인의 재산을 낭비했다는 고발이 들어옵니다. 주인은 그를 불러, 청지기 일을 정리하라고 명령합니다. 해고를 앞둔 청지기는 고민에 빠집니다. ‘이제 어떻게 살아가나?’ 그래서 꾀를 냅니다.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불러 그들의 빚을 줄여주고, 나중에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죠.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보면, 이 청지기의 행동은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공금을 낭비한 데 이어, 주인의 허락도 없이 채무를 감면해 준 것은 사기요, 배임이요, 허위 문서 작성에 해당합니다. 오늘날 기준이라면 형사처벌감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님께서는 이 청지기를 칭찬하십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이들이 혼란에 빠집니다. 어떻게 예수님께서 불의를 행한 사람을 칭찬하실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 비유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해석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분명 청지기는 주인의 것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했습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 칭찬하신 이유는 그가 자신의 다가올 미래를 대비했다는 것이죠. 이는 종말을 대비하는 것과 연관성을 두며 불의 가운데서도 미래를 대비한 것이 지혜롭다는 해석입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다른 생각입니다. 먼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이 말씀을 제자들에게 하셨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비유에 등장하는 청지기는 제자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죠. 그러면 부자는 하나님으로 대비하여야 합니다. 그런 스토리 구성으로 보면 이 비유는 새롭게 보입니다.

 

우리가 풀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청지기가 주인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것이죠. 이는 주인을 단순한 ‘부자’로 보면, 이는 금전적 횡령입니다. 하지만 주인이 하나님이라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생명, 재능, 시간, 기회를 주신 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것들을 마치 자기 것인 양 쓰고, 주님의 뜻과 상관없이 낭비하며 살아간다면, 그것은 곧 하나님의 것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그 청지기처럼요.

 

이제 두 번째 과제입니다. 그것은 주인이 경고하시는 거죠. 청지기 일을 정리하라고 합니다. 이 또한 부자와 종 사이의 문제라면 해고 통지로 볼 수밖에 없죠. 그러나 하나님과 우리 사이라면 어떨까요?

 

예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저희 어머니께서 제가 목사 안수를 받은 직후 제게 조용히 해 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믿지 않는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만나고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해 목사 사모가 되셨죠. 목회자로 생활하는 동안 어머니는 유독 아픈 이들에게 강한 영적 감정을 느끼셨던 모양입니다. 늘 조용하고 겸손하셨지만, 특별히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많으셨던 거죠. 그리고 기도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아셨던지 아버지도 아픈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러 가실 때 꼭 어머니와 함께 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많이 아프셨는데 그때,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기도를 부탁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시대가 시대인지라 나서기를 꺼려하셨던 어머니께서 거절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나 같은 것이 무슨 능력이 있다고 기도를 합니까?"

 

어머니께서 이런 내용의 말씀을 제게 해 주셨던 이유가 있어요. 그렇게 말씀하실 때 어머니는 요동치는 영적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하셨던 모양입니다. 마치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곤 이후로는 아픈 이들을 볼 때 예전과 다른 영적 감정을 보며 느끼셨답니다. '나에게서 능력을 가져가셨구나' 그리고 제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너의 재능은 너의 것이 아니라 주님의 것이다. 그러니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말고 주님이 사용하시도록 마음을 열어라"

 

어쩌면 지금 청지기에게 닥친 경고는 이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주님께서 주신 은혜와 능력을, 내 것이 아닌 그분의 것으로 다시 인식하고, 주님의 뜻에 따라 사용하라는 부르심입니다.

 

이제 세 번째 과제입니다. 청지기는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주인에게 빚을 진 이들을 찾아가 그들의 빚을 탕감해 주며 그들의 호감을 삽니다. 이유야 뻔하죠. 자신이 쫓겨날 때 그들의 도움을 받을 요량이었죠. 이 또한 부자와 종의 관점에서 보면 사문서 위조와 직권 남용에 해당하는 범죄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라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죠.

 

하나님은 은혜 주시기를 기뻐하십니다. 지금 청지기는 그 은혜를 나누는 거죠. 이는 부자의 재물을 마음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재물, 그러니까 은혜와 사랑과 긍휼을 쓰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야 제대로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는 것이죠. 예수님은 그것을 칭찬하시는 겁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우리는 은혜를 받았습니다. 사랑을 받았습니다.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은혜를 내 안에만 머물게 했다면, 그것은 낭비입니다. 하지만 경고 이후, 다시 깨닫고 흘려보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다시 청지기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어떠신가요? 이제 좀 이해가 되십니까? 진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 받은 것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은혜는 나눌수록 더 커지고, 사랑은 베풀수록 더 깊어집니다. 베풀면 베풀수록 주님은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맡기십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원리요, 하늘나라의 법칙입니다.

그러니, 나만 구원받았다고 자랑하지 마세요. 나만 사랑받았다고 주장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나님의 사랑이 끊어진 사람은, 은혜의 통로도 막히고 맙니다. 이웃을 향한 긍휼이 멈추면, 하늘의 긍휼도 흐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하나님의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나와 맞든 맞지 않든, 그 모두를 향해 하나님의 은혜를 흘려보내야 합니다.

오늘도 우리를 통해 주님의 사랑과 긍휼이 흐르기를, 그래서 우리로 인해 누군가가 주님의 은혜를 다시 경험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렇게 복된 하루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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