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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서묵상일기 8 - 스스로 내 길을 가세요.

누가복음서 1:15~16   그는 주님께서 보시기에 큰 인물이 될 것이다. 그는 포도주와 독한 술을 입에 대지 않을 것이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성령을 충만하게 받을 것이며,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서 많은 사람을 그들의 주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할 것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교회 화단이 난리가 났어요. 봄은 봄인가 봅니다. 작은 새싹들이 소리 없이 올라오네요. 메마른 가지에서 피어오르는 푸르른 생명력이 놀라울 따름이죠. 우리의 힘든 시간 속에 피어오르는 소망의 싹을 기대하며 오늘이 그 시작이길 기도합니다.

 

어제 우리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성령 충만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 묵상을 나눴습니다. 이것이 세례 요한의 인생을 구성하는 토양이라면 오늘 나눌 포도주와 독한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는 것은 씨앗에 속하죠. 또한 토양이 부모의 몫이라면 이제 뿌려지는 씨앗은 세례 요한 본인의 몫이 되는 셈입니다. 뿌린 대로 거두는 원리가 여기에 적용되는 거죠. 

 

포도주와 독한 술을 입에 대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은 그저 단순하게 술을 먹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는 민수기 6장에 언급된 자발적 서원자들을 나타내는 표현이죠. 이를 유대인들은 나실인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들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발적으로 수도사적인 삶을 선택했죠. 그들이 서원한 것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는 것, 그리고 죽음과 관련된 것을 만지지 않는 것 등이었죠. 각각의 의미가 다 있습니다. 정결한 삶, 주님께 주권을 드리는 삶, 그리고 부정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진 삶을 의미하죠. 그러니까 세례 요한은 스스로 나실인의 삶을 살기로 작정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그리스도인입니다. 이는 자발적으로 세상과 다른 삶을 선택했다는 의미죠. 다르게 말하면 우리도 나실인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나실인이 예수님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 가운데 예수께서 자라난 고향 나사렛이 있습니다. 나사렛과 나실인의 언어적 어원이 같기 때문이죠. 혹자는 나사렛이라는 동네의 이름은 그냥 명칭이 아니라 나실인들이 모여 살아서 부르게 된 이름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구약에는 나사렛이라는 지명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죠.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목적을 위해, 또는 어떤 유익을 위해 선택하죠. 그러다 보니 그 목적이나 유익에서 벗어날 경우 우리의 감정과 기분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낙심과 절망도 그런 상황에서 주어지죠. 그런데 믿음의 선택은 다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어떤 목적이나 유익 때문이 아닙니다. 물론 유익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그것은 다음 문제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것은 자발적인 선택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자녀가 되기로 한 것은 자발적인 서원이죠. 내가 스스로 그 자리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마치 다니엘이 스스로 사자 굴에 들어가듯이, 예수께서 스스로 십자가의 길을 걷듯이 말이죠. 우리가 걷는 믿음의 길이 그렇습니다.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 이스라엘에게 보여주신 하나님의 섭리는 이를 잘 보여주죠. 그때 수많은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열 가지 재앙이며 이집트와의 숨 막히는 협상이 진행되죠. 그런데 그 지난한 대립의 과정이 지속되었던 이유는 하나님께서 단번에 해결하실 능력이 없으셔서가 아닙니다. 오직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그 광야의 길로 나오도록 하시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은 우리가 스스로, 자원하는 심령으로 주님의 길을 걷길 바라시죠. 그리고 그 자원하는 심령 위에 주님의 기적과 은혜가 함께 하시는 겁니다. 

 

누가 시켜서 선택하지 마세요. 그 선택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모든 선한 선택은 자발적이어야 합니다. 자원하는 심령만이 생명력이 있고, 자발적인 마음만이 주님의 도움을 받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강제로 하시는 법이 없습니다. 강권하시나 기다리시고, 권면하시나 우리의 선택을 존중하십니다. 그래서 오래 기다리시죠. 우리가 주로 자녀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권면하죠? 그런데 그건 '니 좋은 일을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하라'는 의미죠. 자원하는 마음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스스로 내 길을 가세요. 자원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일을 하세요. 억지로 하지 마시고 이왕 하실 일이라면 자발적으로 하세요. 그 길이 광야일지라도 자원해서 가세요. 자원하는 심령 위에 기름을 부으시는 하나님께서 그 길을 가나안으로 향하도록 하실 거예요. 나의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자원하는 발걸음은 가벼울 겁니다. 그 위에 주님의 빛이 우리를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죠. 오늘도 주어진 하루에 끌려가지 마시고 자발적으로 뛰어드세요. 나의 하루를 자원하는 심령으로 사는 여러분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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