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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서묵상일기 3 - 보고자 하는 자에게 길이 보입니다.

누가복음서 1:3~4   그런데 존귀하신 데오빌로님, 나도 모든 것을 시초부터 정확하게 조사하여 보았으므로, 각하께 그것을 순서대로 써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리하여 각하께서 이미 배우신 일들이 확실한 사실임을 아시게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제법 봄날씨를 느낄 수 있는 요즘이죠? 어제 교회 온실에 있던 화분들을 다 꺼내 본래 자리인 발코니로 다 옮겨 놓았습니다. 조금은 삭막했던 발코니가 화사해졌어요. 겨우내 쌓였던 먼지들을 털고 봄맞이하듯이 우리 안에 묵혔던 걱정과 근심들, 아픔과 상처들을 털어내고 새롭게 꽃필 날을 기대하는 하루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가복음서의 수신자인 데오빌로의 이름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이미 데오빌로에 대한 추측은 대충 나눴죠? 여기 '존귀하신'이라는 형용사가 붙은 것을 통해 그의 신분을 대략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단어는 주로 당시 로마의 고위 관리를 칭할 때 쓰는 표현이기 때문이죠. 이는 이어 나오는 '각하'라는 호칭과 연결됩니다.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단어이지만 우리나라도1980년대까지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기도 했죠. 

 

아무튼 수신자가 밝혀졌으니 이 편지를 쓰는 이유도 밝혀야겠죠. 누가는 오늘 본문에서 그 사실을 밝힙니다. 그러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 그분의 생애와 메시지, 그리고 이로 인해 당시에 미쳤던 영향력, 더 나아가 복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까지 일목요연하게 적어서 데오빌로에게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이 또한 오늘 본문에서 밝히죠. 누가와 데오빌로의 관계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분명 연관성이 있어 보이죠. 특별히 누가가 데오빌로에게 뭔가를 알려줘야 하는 위치나 관계였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조금 더 분석해 보자면 아마도 데오빌로는 복음을 접하고 그리스도인이 되었던 것으로 보이죠. 4절의 '이미 배우신 일'이라는 표현이 그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그런데 그 사실이 진짜이고 확실하다는 것을 누가는 증명해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복음에 대해 여러 다른 말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혹은 예수님을 향한 가짜 뉴스가 떠돌았을지도 모르죠. 아마도 데오빌로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서 누가에게 요청을 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데오빌로에게 조금 더 확실하고 정확한 사실을 전할 필요가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누가는 역사적인 사실, 그러니까 연대기적인 순서를 중시하여 누가복음서를 써 내려가죠. 특별히 예수님의 출생과 생애에 집중하여 그의 인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예수께서 메시아로 이 땅에 오신 분임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죠. 상당히 꼼꼼하게 글을 써 내려가죠. 게다가 소외된 이들을 향한 관심도 깊습니다.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향한 깊은 관심을 드러내죠. 이 또한 그의 성품을 알 수 있는 대목일 뿐 아니라, 최상 계급의 데오빌로에게 낮은 자들, 그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 설명해 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신앙은 구도(求道)입니다. '길을 찾는다'는 뜻이죠. 그래서 묻고 또 묻습니다. 알고자 하죠. 우리가 기도하는 이유는 알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이유는 그분의 뜻을 구하고자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신앙인은 끊임없이 찾습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묻고 또 묻죠. 그렇게 바른 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어제 찾고 구하고 두드리는 자가 얻게 된다고 말씀드렸죠? 데오빌로처럼 묻고 알고자 하는 이에게 은혜가 찾아옵니다. 바라는 자에게 기회가 오고, 보고자 하는 자에게 길이 보입니다. 우리 공동체 가족들이 꼭 붙들기를 바라는 것이 있어요. 그것은 구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기대를 버리지 않는 거예요. 걱정이나 근심이 해로운 것은 구하고 찾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대가 없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요. 끝까지 보고자 하세요. 찾기를 바라세요. 알고 싶어 하세요. 그 갈망에 답하시는 주님이심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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