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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서묵상일기 5 -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누가복음서 1:8~13   사가랴가 자기 조의 차례가 되어서, 하나님 앞에서 제사장의 직분을 담당하게 되었다. 어느 날 제사직의 관례를 따라 제비를 뽑았는데, 그가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가 분향하는 동안에, 온 백성은 다 밖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사가랴에게 나타나서, 분향하는 제단 오른쪽에 섰다. 그는 천사를 보고 놀라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사가랴야, 두려워하지 말아라. 네 간구를 주님께서 들어주셨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것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고 하여라.


좋은 아침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날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오늘을 처음 살죠.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아무 변화 없는 똑같은 상황 속에 있다고 해도 새롭게 이 시간을 맞이해야 하죠. 이 아침에 어제는 잊고 새로운 각오와 결단으로 새롭게 주신 시간을 살아내는 여러분 되시길 빕니다. 그것이 주님의 선물을 선물답게, 주님의 은혜를 은혜답게 나의 삶에 녹여내는 방법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담겨 있는 내용은 여러 가지입니다. 사극과 같은 드라마를 보면 그 시대 풍경을 비춰줄 때가 있죠. 그저 사람들이 사는 풍경쯤으로 우리는 보지만 그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고증에 맞춰 초가집도 만들어야 하고 당시 입었던 옷 모양도 재연해 내야 하죠. 우리 눈에는 쉽게 지나가는 것들이지만 만드는 이들에게는 하나하나 세심한 고찰이 필요하죠. 오늘 본문이 딱 그렇습니다. 이야기야 사가랴가 성전에서 기도하다가 주의 천사를 만난 장면이지만 누가는 그 사이에 성전의 모습과 제사장이 분향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죠. 제사장과 백성들의 장소가 달랐던 것도, 분향하는 제단이 성소의 중앙에 있었던 것도 누가는 이 짧은 기록 속에 다 담고 있는 셈이죠.

 

그래도 오늘 본문의 핵심은 사가랴 앞에 천사가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사가랴는 주의 천사를 보고 놀라고 두려웠다고 하죠. 왜 안 그러겠습니까? 주의 천사를 직접 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런 사가랴에게 주의 천사는 안심을 시키죠. 그리고 그가 나타난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좀 생경합니다. 다시 들어보시죠.

 

"사가랴야, 두려워하지 말아라. 네 간구를 주님께서 들어주셨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것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고 하여라."

 

갑자기 주의 천사가 나타나 사가랴에게 자녀를 허락하는 이 장면이 좋지만 좀 어색하죠. 내둥내 아무 일 없다가 지금 주의 천사가 나타난 것이 좀 이상하죠. 이미 사가랴와 엘리사벳은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하죠. 그 이전에는 없었던 응답이 지금 주어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하나님께서 알아서 다 잘 정리해 주시기를 바라죠. 물론 모든 우주의 질서가 우리의 간구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다 하나님께서 알아서 일하시죠. 지구가 돌고, 내일이 오는 것을 기도하고 바라며 간절히 꿈꾸는 이 없어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렇게 선물로 주십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일들이 있죠. 우리의 기도가 필요하고 믿음이 필요한 일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하나님께서 만드시는 '스토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람에게는 다 서사가 있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 스토리가 감동적일수록, 그 스토리가 극적일수록 그 인생은 더 많은 영향력과 쓰임을 받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렵잖게 알 수 있죠. 성경을 보면 하나님이 쓰시는 인물들의 인생이 참 고달프죠. 다 '스토리'가 있어요.

 

세례 요한의 인생도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 스토리의 시작이 바로 아버지 사가랴의 간구죠. 우리는 알지 못했지만 주의 천사가 한 말로 인해 사가랴가 특별한 간구를 끊임없이 해 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오늘 본문에서 알게 됩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는 절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반드시 하나님께서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것을 믿고 간구했음을 알 수 있죠. 이는 꼭 자녀를 갖고 안 갖고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자녀의 유무가 은혜의 표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가랴의 간구는 주님께 응답받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그가 절망하지 않았다는 것, 그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 그가 함부로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믿지 않고 미리 포기할 뿐이죠. 하나님은 결코 우리에게 절망하시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믿지 않고 미리 절망할 뿐입니다. 우리가 미리 절망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미리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기대를 접지 않는다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스토리'는 반드시 완성이 될 것입니다. 오늘 나의 믿음, 나의 간구가 그 스토리의 한 페이지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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