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3. 04:45ㆍ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서 1:26~29 그 뒤로 여섯 달이 되었을 때에, 하나님께서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 동네로 보내시어, 다윗의 가문에 속한 요셉이라는 남자와 약혼한 처녀에게 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안으로 들어가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기뻐하여라, 은혜를 입은 자야,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하신다." 마리아는 그 말을 듣고 몹시 놀라,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궁금히 여겼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도 날이 참 좋더군요. 흐린 듯 맑고 따스한 듯 선선한 날씨가 무거운 몸을 가볍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주는 예년 기온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는데요. 우리도 어제보다 더 밝고 따뜻한 마음으로 오늘을 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가는 다른 복음서와는 다르게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세례 요한의 이야기와 더불어 하고 있는데요. 이는 아마도 조금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을 얻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어쩌면 누가복음의 독자들은 세례 요한과 관련이 있는 이들인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당시 유대인들 가운데 세례 요한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을 거예요. 세례 요한은 구약의 마지막 선지자로서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인물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특별히 세례 요한을 따르던 이들이 있었는데요. 그들은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이었습니다. 세례 요한 스스로 부와 명예를 버리고 광야에서 가난하게 살며 권력자들을 향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를 따르는 이들은 주로 권력에서 벗어나 있는 서민들이었죠.
물론 독자들의 입맛에 맞춘 설정만은 아닙니다. 이미 말씀드렸듯 누가는 이과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로, 예수의 제자 출신이 아닙니다. 예수의 삶을 곁에서 보지 못했다는 의미죠.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도 더 많은 취재를 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가랴와 엘리사벳의 이야기 또한 그의 철저한 취재의 결과일지도 모르죠. 아무튼 누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드디어 오늘 본문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예수님의 탄생 비화인 거죠.
주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났습니다. 이미 사가랴에게 나타나셨던 것과 같은 패턴을 유지하죠. 이것을 보면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바로 오늘 본문을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짧은 본문 속에서 몇 가지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죠. 마리아가 나사렛에서 살았다는 것과 요셉이라는 자와 정혼한 사이였다는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처녀였다는 사실이죠. 원문에 사용된 '처녀'라는 단어는 조금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결혼하지 않은 여인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이 단어를 가지고 굳이 처녀라는 뜻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요. 우리는 그런 의견을 무시하자고요. 이미 천사가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의 상식선에서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누가는 그 부분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죠. 천사를 대동하고 그의 예언을 듣는 것 자체가 기적이 진행되는 일이기에 이 부분 또한 그렇게 바라보아야 할 거예요.
아무튼 이 문제는 따로 다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오늘 본문에서 제가 주목하는 것은 주의 천사의 인사말이에요. 그는 이렇게 말하죠.
"기뻐하여라, 은혜를 입은 자야,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하신다."
주의 천사는 마리아에게 '은혜를 입은 자'라고 말하죠. 마리아와는 상관없이 그녀에게 이미 은혜가 임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마리아는 모르고 있다는 거죠. 그의 반응에서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궁금했다고 누가는 적고 있습니다.
이 사실이 저는 눈에 띄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주의 천사가 와서 알려주기 전까지는 그것이 은혜인지 저주인지도 모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마리아에게 주의 천사가 나타나 알려주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자고요. 남자를 모르는 여인이 갑자기 잉태를 했다면 어떻겠습니까? 아무리 변명을 한들 누가 믿어주겠어요? 심지어 당시 유대 관습에 따르면 정혼한 여인은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관습법을 가지고 있었죠. 그렇다면 과연 이게 은혜일까요? 저주일까요?
우리의 삶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때론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도 있고, 때론 절망에 이르게 하는 고난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앞에서 어떤 태도일까요? 만약 주의 천사가 그 사실을 우리에게 미리 알려준다면 뭐라고 말했을까요? 만약 내가 당하는 고난을 두고 은혜를 입은 자라고 한다면, 그리고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면 우리는 그 고난을 어떻게 맞이했을까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이유가,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시고 우리의 영혼과 삶이 잘 되기를 바라시는 뜻에 있음을 안다면, 우리 앞에 놓인 모든 문제들은 은혜임을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마리아 앞에 주의 천사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시고 어떤 말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마리아가, 자신이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임을 알았다는 것과, 그래서 앞으로 자신의 인생은 주님이 함께 하시는 좋은 길로 인도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고백하듯이 하나님은 반드시 우리를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맞이할 모든 미래는 문제든, 고난이든, 시련이든, 모든 것이 은혜임을 믿는다는 거죠.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주님의 은혜를 입은 자들입니다. 그래서 늘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죠. 이미 우리는 은혜를 받았고 그 은혜는 영원할 것입니다. 비록 세상이 우리를 속이고 놀려도 그 은혜는 변치 않을 것입니다. 때론 뒷걸음질 치고, 태풍이 몰아쳐도 결국에는 이기고 나갈 것이니 모든 것이 간증이 되고 자랑이 될 거예요. 그래서 은혜라고 고백할 것입니다. 그 은혜의 옷을 입고 오늘도 당당하고 담대하게 웃으며 사는 여러분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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