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3. 07:27ㆍ묵상하는말씀/사무엘서묵상일기
삼상 14:20~23 사울과 그를 따르는 온 백성이 함께 함성을 지르며 싸움터로 달려가 보니, 블레셋 군인들이 칼을 뽑아 들고 저희끼리 서로 정신없이 쳐 죽이고 있었다. 블레셋 사람들 편을 들어 싸움터에까지 나왔던 히브리 사람들도, 이제는 돌이켜서 사울과 요나단이 지휘하는 이스라엘 편이 되었다. 또 전에 에브라임 산간지방으로 들어가 숨었던 이스라엘 사람들도, 블레셋 사람들이 지고 달아난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뛰어나와 블레셋 군인들을 뒤쫓으며 싸웠다. 그 날 주님께서 이렇게 이스라엘을 구원하셨다. 전쟁은 벳아웬 너머에까지 번졌다.
좋은 아침입니다.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올해는 눈이 정말 많이 오네요. 지금 창밖이 어두워 밤새 눈이 어떻게 쌓였는지, 길은 어떤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어제보다 기온이 올라간다는 예보에 마음이 놓입니다. 아침 출근길 모두의 안전을 기도합니다.
어제 우리 교회 최연소(?) 교인이 방문했습니다. 오래도록 보지 못한 아쉬움을 한꺼번에 달랠 기쁨이었습니다. 온다는 연락에 진짜 할아버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어요. 매번 영상으로 인사도 하고 보았지만 역시 얼굴은 직접 보아야 맛입니다. 보는 순간 소리를 질러버렸으니까요. 한두 달 사이 훌쩍 커버린 아이를 보며 새삼 제가 늙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런데 저의 반가움과는 달리 아이는 낯섦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낯을 익히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었는데 그만 서로 못 본 사이 그 수고가 다 날아가 버린 거죠. 우는 모습까지 이쁜 것을 보면 확실히 할아버지 된 기분입니다. 아이들은 어쩜 그리 다 이뻐 보일까요? 모습 자체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요즘에는 못생긴 애들이 없어요. 그렇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며 쳐다보는데 한 가지 모습이 제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아이가 엄마 품에서는 울지 않는다는 거예요. 낯설고, 어색하고, 어쩜 무섭기까지 한 분위기에 울음을 터뜨리지만 엄마 품에서는 그 모든 낯섦이 없어지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주위를 둘러보죠.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자리에서 여유롭게 쳐다보듯이 말입니다. 그곳에서는 무서움도 두려움도 없어지죠. 상황이 바뀌거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죠.
사울은 군대를 이끌고 요나단이 헤집고 있는 전쟁터로 달려갑니다. 뒤늦은 출동이죠. 사실 지도력은 예측 불가능한 때 발휘되는 것입니다. 아직 이루어진 것이 없고, 불투명할 때, 어려움이 산적해 있어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그 순간 지도력은 빛을 발합니다. 그러나 사울의 지도력은 한 박자 늦습니다. 모든 것이 눈에 보이고 이길 것 같아야 움직이죠.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믿음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이 땅에서 먼저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길을 이웃보다 먼저 걷고, 그리스도의 뜻을 누구보다 먼저 드러내는 우리들의 길에는 결단과 믿음이 동반되어야 하죠. 이것이 앞서 걷는 이들의 숙명입니다.
그런데 사울이 뒤늦게 출동해보니 상황이 난장판입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자기까지 서로 싸우고, 두려움에 블레셋 편을 들었던 이스라엘 사람들, 언제난 그렇게 상황을 쫓아 반역하는 이들이 있죠? 그들이 다시 이스라엘 편으로 돌아섭니다. 아마도 요나단의 용맹과 이스라엘이 이길 것 같은 느낌들 때문에 두려워서 도망갔던 이스라엘 백성들도 돌아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스라엘이 블레셋을 이기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어쩌면 기적은 외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그것이 기적을 일으키는 것인지도 모르죠. 우리가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 그것이 기적의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기도하고, 예배하며 바라고 소망하는 일들이 기적처럼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본래의 자리, 우리가 창조된 그 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창조의 목적에 맞는 자리로, 주님의 자녀 된 자리로, 주님의 생기가 살아 숨 쉬는 자리로 우리가 돌아갈 때 기적이 일어나는 것인지도요. 마치 사슴처럼 강한 발도, 사자처럼 날카로운 이빨도, 독수리처럼 창공을 나는 날개도 없이 단지 주님의 형상을 닮은 것으로 만물을 다스리는 기적이 일어났던 그 에덴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제자리에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목사님이 되신 시인과 촌장의 가수 하덕규 님의 노래 가운데 [풍경]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그렇습니다. 모두가 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고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는 풍경이죠. 정말 하나님의 역사와 기적이 일어나는 때는 우리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때입니다. 가장 안전한 자리, 예수께서 죽기까지 이루기 원하셨던 것, 모두 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거기에서 기적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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