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2. 07:17ㆍ묵상하는말씀/느헤미야서묵상
유대의 절기는 조금 복잡합니다. 그래도 성경에 등장하는 몇몇 절기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죠. 가장 잘 알려진 절기는 유월절입니다. 장자의 죽음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절기죠.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그리스도의 구원으로 인식하는 절기입니다. 물론 유대인들은 그런 해석을 인정하지 않죠. 그들에게 예수님은 메시아가 아니니까요. 유대인들은 기독교인들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신약성경은 없어요. 암튼, 그 유월절은 무교절과 칠칠절로 이어집니다. 유월절을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과 연결시킨 초대 기독교는 칠칠절을 성령이 임하시는 오순절로 해석하죠.
이와 버금가게 중요한 절기는 나팔절입니다. 유대인에게는 이 날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새해이기 때문이죠. 성벽을 완성한 이스라엘은 나팔절을 시작하죠. 이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팔절은 대속죄일로 이어지고요. 광야에서 인도하신 하나님을 기억하는 초막절로 이어집니다. 우리의 믿음은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리고 초막절의 마지막 날에는 거룩한 대회라는 명칭이 붙은 특별한 날을 갖죠.
느헤미야서는 이 절기의 과정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다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여서 회개를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모임이 어떤 절기인지, 혹은 어떤 의미의 모임인지 유대인 전통의 절기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절기를 지키기 위해 모인 모임은 아니라는 뜻이죠. 그러면 왜 모였을까요? 물론 여러 가지 학설이 있습니다. 대속죄일과 초막절을 그들은 다시 복원하는 작업을 했겠죠. 아마도 잊혔던 전통을 회복하는 것이기에 여러 시행착오들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진심으로 속죄하고 조용히 마음을 다해 예배할 시간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행사는 행사대로 치르고, 다시 모여 그들은 이제 마음의 예배를 하기 위해 모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쯤 해서 어떤 확증된 사실이 아닌 개인적인 묵상이 떠오르는 데요. 그것은 요즘 우리의 상황과 맞물려 주시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바로 ‘자발적인 예배’인데요. 우리는 현재 코로나 19 때문에 교회의 모임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예배는 온라인으로 대체되었고, 소모임과 나눔은 현재 중단된 상태죠. 그동안 삶을 나누며 함께 성장했던 교회이기에 아쉬움과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공동체의 의견을 모아 지역과 나라, 이웃을 위해 잠정적으로 모임 중단을 지속하기로 했죠. 그리고 오늘 아침 이 말씀을 통해 주시는 메시지를 듣습니다. 그것은, 어떤 의무감도 아닌, 어떤 전통도 아닌, 그리고 어떤 인간적인 관계도 아닌, 내 ‘자발적 의지를 동원한 예배’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큰 모험을 걸고 계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믿고 맡기시는 거죠. 어떤 사회적 체면이나 책임감, 혹은 인간적 관계로 묶인 예배가 아니라, 진정으로 진심과 성실을 동원한 예배를 바라시는 마음을 우리에게 던져 주셨다고 말입니다.
예배는 행사가 아닙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도 아니에요. 예배는 우리의 호흡입니다. 왜냐하면 예배를 통해 우리는 내가 나다워지니까요. 습관적이 아닌 자발적인 예배가 되었으면 합니다. 책임과 책무가 아닌, 감사와 사랑의 예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그리스도인이었으면 하고, 홀로 있으나 함께 있는 은혜가 있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걷는 길에 주님도 걸으시고, 내가 스스로 일어날 때 주님 힘주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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