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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요한복음묵상

요한복음서묵상61 - 길이 되고 진리되고 생명되는 오늘을 사세요.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깊이 있는 당부를 하십니다. 나와 같이 하자고 말이죠. 계속해서 마지막 만찬의 말씀이 변혁을 요구하시는 것이라는 사실을 묵상했습니다. 가룟 유다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들에게도, 자신이 가진 생각과 계획이 아닌 주님의 생각과 뜻을 품으라고 말씀하시죠. 어제 주일설교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신앙은 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예수님을 도구 삼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내가 도구 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그러면서 예수님은 자신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부분은 너무 유명한 구절이죠.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외울 만큼 익숙한 구절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익숙함과는 반대로 이 구절의 뜻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분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어렴풋 오해를 하고 있다고 할까요? 일단 주님은 당신이 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길은 헬라어로 호도스인데요. 이는 물리적인 길이 아닙니다. 어떤 지름길, 혹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죠. 호도스는 주로 인생의 길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는 삶의 생활방식을 의미하죠. 결과를 내는 방법인 아닌 그 과정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섬김의 모범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낮은 자세의 태도를 보여주시고, 보이지 않는 사랑의 마음가짐을 말씀하시죠. 그것이 길이기 때문입니다. 길은 걷는 것이 아니라 갖는 것입니다. 마음을 갖는 것이고 태도를 갖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습관입니다. 영적인 습관, 사랑의 습관, 용서와 이해와 긍휼의 습관이 필요하죠. 어쩌면 그 습관이 길인지도 모릅니다.

진리를 가리키는 알레데이아는 진실, 신실을 뜻하죠. 거짓과 위선의 반대말로 이해하면 맞을 것 같아요. 낮은 길, 가난한 마음, 겸손, 섬김, 이런 삶의 태도에는 진실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거짓과 위선이 가능하다는 뜻이겠죠? 다른 생각을 품고, 다른 목적성을 가지고 그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섬김이나 나눔은 진실이 보장되어야 하고, 사랑과 나눔은 신실해야 하죠. 어떤 드라마에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을 위해 사람들이 딱 4번까지 돕더라는 대사가 나오더라고요. 4번까지 돕고도 뭔가 변화가 없고, 돌아오는 것이 없으면 더 이상 돕지 않더라는 거죠. 오히려 그 이후부터는 비난이 있더랍니다. ‘내가 이렇게 도왔는데 저것밖에 안되나?’ ‘도와도 소용없는 인간이다’이란 비난 말이죠. 그래서 진실은 시간을 먹고살고요. 신실은 기한이 없습니다. 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이죠.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건 거래죠.

생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명 하니까 영원히 사는 무슨 영생불사를 생각하기 쉬운데요. 여기서 말하는 생명(조에)은 예수님과 함께하는 것을 뜻합니다. 사도 요한은 요한일서 5장에서 이런 말을 하죠. “아들이 있는 자에게는 생명이 있고, 하나님의 아들이 없는 자에게는 생명이 없다”라고요. 이때 생명이 바로 ‘조에’입니다. 예수를 품은 사람을 말하죠. 그래서 생명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사랑을 받는 자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자격이 있는 자인지를 아는 사람이 갖는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감격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것이 생명이에요. 그래서 생명이 있는 사람은 즐겁습니다. 오늘을 살 때 기대하며 살죠. 나를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계획들을 상상하면서 기쁘게 자신을 도구로 드립니다. 그것만큼 행복한 것이 어디 있겠어요?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묵상은 조금 잡다하네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 하루 나의 삶이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는 기회라는 사실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사세요. 나를 보고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나게 하는 사람으로 말이죠. 거대한 것을 꿈꾸지 마시고요. 오늘 하루를 아름답게 사세요.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사시고,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사세요. 오늘 만나는 이들에게 작은 사랑을 베풀며,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하루를 사세요. 작은 습관들을 만들어 가세요. 그것이 길이 되고, 진리가 되고 생명 되게 하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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