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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신명기묵상

신명기묵상91- 세상에는 흔적이 없어도 하나님 마음에는 새겨진 이름되시길 빕니다. 신명기 34:1-12

오늘로 신명기 묵상이 끝납니다.
1월부터 시작했으니까 4개월 동안 계속된 묵상이었죠.
제가 신명기서를 우리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설교한 것만도 두 번이고요.
이미 매일 묵상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묵상을 하면서는 또 다른 신명기를 읽었어요.
제게는 훨씬 가슴으로 읽은 묵상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구약성경이 본래 좀 먼듯한 말씀들인데요.
특별히 모세오경 중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가 조금 더 그렇죠.
그런데 마치 나에게 주시는 말씀처럼 들렸습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말씀들이 제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히브리 기자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죠.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어서, 어떤 양날 칼보다도 더 날카로워서, 사람 속을 꿰뚫어 혼과 영을 갈라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놓기까지 하며, 마음에 품은 생각과 의도를 밝혀낸다고요.
마치 제게 이번 신명기 말씀이 그랬습니다.
나의 숨은 의도, 나의 보이지 않는 생각들을 밝혀내는 시간 같았어요.
그래서 말씀이 울기도 하고, 버팅겨 싸우기도 하고, 아파 가슴을 움켜쥐기도 하면서 새벽을 보냈습니다.
또한 뜻 모를 해방감도, 잔잔한 미소로 마무리하게 되는 기쁨도 누렸죠.

오늘 본문은 모세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오늘 나오는 이야기 대부분은 훑어본 내용들입니다.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이야기,
아직 기력이 남아있으나 ‘여기까지’라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이야기,
자신을 내려놓고 여호수아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이야기 등은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더 이상 묵상할 내용이 없는 듯했는데요.
말씀을 몇 차례 있는 동안 6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대로 다시 적어보죠.
6 모압 땅 벳브올 맞은쪽에 있는 골짜기에 묻혔는데, 오늘날까지 그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00주년 기념교회 이재철 목사님이 은퇴하시면서 마지막으로 설교한 말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성도들에게 한 마지막 당부는 ‘이재철 목사를 철저히 버리라’라는 것이었죠.
교회는 하나님을 섬기고 기억하는 곳이지 목사를 기억하는 곳이 아니라는 뜻에서였습니다.
또한 사역자의 인생은 다리를 놓는 것이라는 의미죠.
다리를 지나 만날 사람, 혹은 가는 곳이 중요하지 다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기념해주길 원하죠.
며칠 전에는 새로 교회에 담임자가 된 후배 목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 어려움을 당하고 있더라고요.
그 첫 번째가 은퇴하신 목사님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랍니다.
은퇴하신 원로목사님이 매주 설교를 하시겠다고 나섰다는 거죠.
아직 기운이 팔팔하니 설교를 해도 괜찮다는 겁니다.
목사가 설교를 하고 싶은 거야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있을 자리와 떠날 자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죠.
그것이 다 자신을 기록하고 싶은 욕망 때문입니다.

연예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자신이 잊힐까 봐라고 해요.
그것은 비단 연예인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잊히기를 두려워하죠.
내가 없이도 행복한 것을 두려워하고, 나의 노고가 기억되지 않는 것을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기록에 남기려 하고, 기념하게 하려고 하죠.

그런데 오늘 본문은 모세를 통해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는 무덤이 없다고 말이죠.
이 말은 모세가 하나님의 역사(History)에 징검다리를 놓는 일을 했을 뿐임을 나타냅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역사의 주인공이 내가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뿐이죠.
우리가 칭송의 대상이 아닙니다.
교회가 성지가 되거나 높임을 받거나, 단체나 사역자가 위대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 사역의 마중물일 뿐입니다.
우리는 쓰임 받는 도구일 뿐이죠.
단지 그것이 우리의 기쁨이고 복입니다.

이름 석 자 이 땅에 남기는 것에 목숨 걸지 마세요.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것을 꿈으로 삼지 마세요.
이미 우리의 이름은 생명 책에 기록되어 있고, 이미 하나님은 우리의 이름을 아십니다.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이 땅의 무덤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손바닥에 새겨진 이름이고요.
하나님 가슴에 박힌 우리의 믿음입니다.

세상이 몰라줘도 하나님은 아시는 이름 되길 빕니다.
세상에는 기록이 없어도 하나님의 생명 책에는 기록된 이름 되길 빕니다.
세상에는 흔적이 없어도 하나님 마음에는 새겨진 이름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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