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묵상일기 210 - 큰 소리가 진실은 아닙니다.

2026. 6. 11. 05:00묵상하는말씀/사도행전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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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16:22   무리가 그들을 공격하는 데에 합세하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상쾌하고 좋은 아침입니다. 잠시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길가의 나무들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자연은 늘 우리보다 천천히 움직이지만, 가장 분명하게 자기 길을 갑니다. 오늘 우리 마음도 그렇게 조금 여유로웠으면 합니다. 서두르더라도 평안을 잃지 않고, 바쁘더라도 주님의 숨결을 놓치지 않는 하루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오늘 본문은 짧지만 무서운 장면을 보여 줍니다. 

"무리가 그들을 공격하는 데에 합세하였다."

우리는 잠시 어제의 묵상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울과 실라는 한 여종을 자유롭게 했습니다. 점치는 귀신에 사로잡혀 있던 여종이죠. 그 여종은 오랫동안 주인들에게 돈벌이 수단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고통과 묶임이 누군가에게는 수익이었죠. 그런데 바울이 그녀를 해방시켰습니다. 한 사람이 사람답게 살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 여종의 주인들은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바울과 실라를 고소했습니다.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돈벌이가 끊겼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들은 사람들 앞에서 고소의 이유를 자신의 돈벌이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했죠.

"이 사람들이 우리 성을 소란하게 한다."
"로마 사람인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풍속을 전한다."

돈 문제를 사회의 질서 문제로 바꾸었습니다. 인간적 착취의 문제를 정치의 문제로 바꾸었습니다. 자기 이익의 문제를 공동체의 위기처럼 포장했죠. 어딜 보더라도 적반하장의 고소였습니다. 또한 비열한 술수임이 한 눈에 보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무리가 그 공격에 합세했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이 참 무섭습니다. 무리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 여종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그가 정말 자유를 얻었는지 묻지 않았죠. 주인들이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살피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바울과 실라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분위기에 휩쓸렸습니다. 목소리 큰 사람의 편에 선 것이죠. 힘 있는 사람의 분노에 동참한 것입니다.

큰 소리가 진실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화를 낸다고 그것이 정의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주 진실보다 분위기를 따라갑니다. 옳고 그름보다 내 편과 네 편을 먼저 봅니다. 사실보다 감정을 먼저 믿습니다. 분노가 크면 진실처럼 느껴집니다. 여럿이 같은 말을 하면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큰 목소리로 말한다고 진실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 쑥덕거림에 쉽게 동참해 버립니다. 스스로 확인해 보지도 않고 누군가의 말에 판단을 내려 버릴 때가 많죠.

오늘 우리는 정보가 넘치는 시대를 삽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진실은 더 쉽게 잃어버립니다. 유명한 사람이 말하면 검증된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 사실처럼 느끼죠. 댓글이 몰리면 그것이 여론처럼 보입니다.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하는 말만 계속 들려줍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무리 속에 서게 됩니다. 누군가를 향한 공격에 합세하고, 확인하지 않은 말을 퍼뜨리고, 힘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지워 버립니다.

그러나 무리를 무조건 악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무리는 악해서만 휩쓸리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기 때문에 휩쓸립니다. 정보가 없기 때문에 휩쓸리고요. 무엇보다도 왕따가 되지 않으려고 휩쓸립니다. 큰 목소리를 진실로 착각하기 때문에 휩쓸립니다. 그래서 이 말씀은 남을 향한 비판이기 전에 나 자신을 향한 질문입니다. 그 무리 속에 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날 빌립보 광장에서 가장 들어야 할 목소리는 주인들의 고발이 아니었습니다. 여종의 침묵이었습니다. 아무도 그에게 묻지 않았습니다.

"너는 괜찮으냐?"
"너는 자유로워졌느냐?"
"너는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느냐?"

힘 있는 사람의 분노는 도시의 문제가 되었지만, 힘없는 사람의 고통은 아무도 듣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세상의 슬픔입니다. 작은 사람의 진실은 큰 사람의 목소리에 쉽게 묻힙니다.

믿음은 큰 소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잠시 멈추어 묻는 것입니다. 정말 그런가? 누가 이 말로 이익을 얻는가? 누가 이 말 속에서 침묵당하고 있는가? 내가 지금 편드는 이 분노가 정말 하나님의 마음인가? 내가 미워하는 사람에 대해 나는 정말 알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잃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무리 속에 숨는 사람이 아닙니다. 무리 속에서도 진실을 묻는 사람입니다. 모두가 소리칠 때 잠시 멈추는 사람입니다. 힘 있는 사람의 말만 듣지 않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침묵까지 들으려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의 사연을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의 귀를 지켜 달라고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큰 소리보다 작은 진실을 듣게 해 달라고 기도합시다. 무리의 분노보다 주님의 마음을 따르게 해 달라고 구합시다. 내가 속한 편의 말이라고 무조건 믿지 않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말이라고 무조건 의심하지 않는 겸손을 구합시다. 큰 소리가 진실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의 분노도 반드시 정의는 아닙니다. 오늘도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진실 앞에 멈추어 설 줄 아는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https://youtu.be/yrYO5s3mR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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