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282 - 나보다 더 중요한 분이 계십니다.

2025. 4. 30. 05:00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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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서 14:25~26   많은 무리가 예수와 동행하였다. 예수께서 돌아서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게로 오는 사람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내나 자식이나, 형제나 자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좋은 아침입니다. 하나님께서 오늘도 우리 삶의 가장 중심에 계심을 믿으며 하루를 엽니다. 삶의 분주함 속에서도, 나보다 더 크신 분이 나를 사랑하고 이끄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오늘도 감사와 평안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시작해 봅시다.

오늘 본문은 '많은 무리가 예수와 동행하였다.'로 시작하죠. 내심 이 부분이 예수님의 큰 인기를 대변하는 말처럼 들리실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러나 사실, 이는 우리의 예측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줄 알아야 하죠.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주님의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매일 묵상을 통해 주시는 메시지와 함께 또한 성경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 부분을 조금 심도 있게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는 '많은 무리가 예수님을 따랐다.'는 말을, 예수님의 인기나 혹은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닙니다. 이는 반전을 노린 말이죠. 이 말로 인해 오늘 본문의 말씀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곧바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죠.

 

누가복음서 14:26   "누구든지 내게로 오는 사람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내나 자식이나, 형제나 자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진정한 제자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기준을 제시하십니다. 많은 무리가 지금 따르고 있는데 거기서 제자의 기준을 제시하신다? 왜 그러셨을까요?

 

이런 전개는, 지금 따르는 많은 무리가 진정한 제자들이 아니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자신의 유익, '뭔가 얻을 것이 없을까?' 하는 마음이 더 큰 사람들이었던 거죠. 어쩌면 이는 우리들에게도 속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우리 가운데 예수님을 우리의 이익과 이권에 쓸모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제자가 되는 기준이 너무 높았다는 거죠. 부모나 자식, 형제나 아내, 더 나아가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우리를 당혹게 합니다. 이로 인해 많은 설교자들은 순교할 각오까지를 언급하기도 하죠.

 

그러나 이는 조금 과한 해석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오해할 만한 단어가 있는데요. 그것은 '미워하다'라는 단어죠. '가족과 형제, 아내와 목숨을 미워하라'는 말씀을 우리는 '버리라'는 말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신 하나님께서, 여기서는 가족을 '미워하라'고 하시다니요. 이는 설명이 좀 필요할 듯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미워하다'라고 번역된 헬라어 단어는 "미세오(μισέω)"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적대하거나 증오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선순위에서 밀어낸다', '덜 사랑한다'는 뜻으로 사용된 단어죠. 신약성경에서 동일한 표현은 또 다른 곳에서도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였다"(롬 9:13)고 기록되어 있지만, 이는 '에서를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선택과 우선순위를 의미하는 거죠. 그러니까 가족보다, 형제자매보다, 아내보다, 더 나아가 내 목숨보다 더 중요하고, 더 사랑해야 할 대상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 대상이 하나님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죠. 결국 예수님의 말씀은, 가족이나 자신의 생명을 소홀히 여기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최우선에 두라는 요청입니다.

가족은 소중합니다. 목숨도 귀합니다. 그러나 이 귀한 것들도 하나님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계획과 뜻에 따라 생명을 얻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삶도 다 주님의 역사하심 안에서 가능하고요. 나의 가족과 인연까지 모두가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허락된 선물들입니다. 즉, 하나님이 없다면 그 어떤 축복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 가족, 내 삶, 내 목숨보다 주님이 더 중요한 분이시죠.


성 어거스틴(Augustine)은 [고백록]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 당신을 향하여 우리를 지으셨기에, 우리 마음은 당신 안에서 안식할 때까지 쉼이 없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 이루고 싶은 삶, 귀한 생명조차도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 안에 있습니다. 가족은 내 소유가 아니고, 목숨도 내 것이 아닙니다. 모두 하나님께로부터 왔고, 그분의 계획 속에 주어진 선물입니다.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나를 따르라 Nachfolge]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내 과거, 나의 자아, 나의 가족과 직업을 모두 뒤로 한 채, 오직 그분만을 따르는 결단을 요구한다."

따라서 참된 신앙은 단순히 삶을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주님 안에 위치시키는 것입니다. 가족도, 생명도, 나 자신도 하나님께 의탁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이 그분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마태복음 6:33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하나님을 먼저 구하면, 오히려 가족도, 내 삶도, 나의 생명도 더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역설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보다 더 중요한 분이 계십니다. 그런데 그분이 바로 나를 살리시고, 세우시며, 사랑하시고 인도하시죠. 이게 참 재미있어요. 나보다 주님을 더 중요하게 여겼더니, 주님이 나를 더 중요하게 여기십니다. 결국 내가 주님을 더 중요하게 여김은, 곧 나를 살리고 세우고 사랑하고 인도하시는 은혜와 축복이 되는 거죠.

 

진짜 지혜는 나보다 그분을 더 우선순위에 놓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귀한 하나님의 살아계신 축복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비결입니다. 오늘 이 비밀을 아는 여러분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더 단단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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