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서묵상일기 280 - 왜 끼리끼리 만나면 안 되는지 아십니까?

2025. 4. 28. 05:00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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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서 14:15   함께 먹고 있던 사람 가운데 하나가 이 말씀을 듣고서 예수께 말하였다. "하나님의 나라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이렇게 귀한 하루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월요일 아침,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이 아침 햇살처럼 찬란한 여러분의 아침이길 기도합니다.

오늘부터 읽을 말씀은 소위 '큰 잔치의 비유'라고 말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어가기 전에 15절 말씀, 짧은 글을 통해 주님이 주시는 메시지를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중심 된 내용은 내일부터 나누고, 오늘은 조금은 지엽적이지만 제게는 중요하게 다가온 메시지를 나눕니다.

본문을 보면, 예수님의 말씀을 듣던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요.

"하나님의 나라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

이 말, 언뜻 보면 참 은혜롭고 믿음 좋은 고백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사람은 이 말을 통해 자신이 하나님의 잔치 자리에 앉을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치 "나는 이미 합격한 사람이야" 하듯, 자기 안위와 만족에 빠진 모습이지요. 사실 유대인들에게는 전통적으로 메시아사상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사상에는 메시아가 오실 때 그들은 큰 잔치가 벌어진다고 믿었고, 또 구원받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믿었죠. 그래서 그는 자신도 그 자리에서 음식을 먹을 것을 상정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전에 예수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생각하면 그래요. 예수님은 지금 바리새인 집에서 그들의 친구들에게, 환대의 정신을 오용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시고 경고를 날리셨죠. 그 내용은 이미 어제 묵상한 바 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그렇게 한방 얻어맞았는데, 그런데 그는 마치 그 말씀이 지적으로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죠. 오히려 그 잔치에 당연히 자신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왜 그럴까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바로 ‘끼리끼리’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우리 괜찮지?" "우리 복 받을 거야" 하며 위로받고, 칭찬하고, 그러면서 자기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끼리끼리 문화가 무서운 거예요. 자신이 어떤 위치에, 어떤 상태인지를 모르게 만듭니다. 내가 뭘 잘못하는지도 모르죠. 누군가 좋은 말을 하거나, 혹은 가르침을 주어도 제대로 듣지를 못합니다. 그것을 견강부회(牽強附會)라고 하나요? 자기에게 좋은 대로 끌어다 해석해 버리는 거죠. 무식해서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러 듣지 않으려 하는 것도 아니에요. 자기 세계에 빠져 있으면 무슨 말을 들어도, 무슨 일이 벌어져도 다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것, 그것이 끼리끼리 문화의 폐해죠

 

요즘 모든 시스템이 알고리즘에 의해 진행되죠.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편리성을 가져다 주는 것은 확실합니다. 자신의 성향과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알고리즘은 더욱 끼리끼리 문화를 촉진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고 확증편향을 곤고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그것을 알고리즘 편향이라고 하죠. 그러다보니 자신이 다 옳은 것처럼 보입니다. 내 생각이 잘못됨을 알지 못하는 거죠. 내가 속한 커뮤니티는 늘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만들죠. 게다가 각종 가짜 뉴스까지 믿게 만듭니다.

 

고전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감옥은, 자신이 이미 옳다고 믿는 마음이다."

끼리끼리 모여 만든 세계는 다른 소리를 듣지 않고, 다른 아픔을 보지 않고, 다른 진실에 눈 감습니다. 끼리끼리 있을 때, 우리는 더 좁아지고, 더 작아지고, 더 갇히게 되죠. 끼리끼리 모이면 시야가 좁아져요. 다른 사람을 향한 이해와 포용은 사라지고,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며 자신을 정당화합니다. 그 결과는 무섭습니다. 편견, 배타성, 교만이 싹트죠. 그래서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이런 말을 했어요.

"진정한 공동체는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단지 가난한 사람 돕는 법을 가르치시는 게 아닙니다. 끼리끼리의 감옥에서 나오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갇힌 문을 열고 더 넓은 곳으로 나오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아는 것, 내가 익숙한 것 너머로 가라고 초대하십니다.

요한계시록 3:20   보아라, 내가 문 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에게로 들어가서 그와 함께 먹고, 그는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

나만의 세계에 갇히지 마세요.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세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거부하지 마세요. 익숙하지 않은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자기에게 갇히면 갇힐수록 우리는 더 시야가 좁아지고, 좋은 것을 듣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끼리끼리의 무서움이 거기에 있어요.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안 들립니다. 한비자가 그랬나요?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곧 올바른 길을 보는 것이다."

우리의 신앙은 끼리끼리 안에서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낯선 곳을 향해, 낯선 사람을 향해, 두려움을 넘어 사랑으로 다가갈 때 진짜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에요. 하나님의 나라는 나와 다른 이들을 품는 잔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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