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21. 06:59ㆍ묵상하는말씀/사무엘서묵상일기
삼상 1:21~22
남편 엘가나가 자기의 온 가족을 데리고 주님께 매년 제사와 서원 제사를 드리러 올라갈 때가 되었을 때에, 한나는 함께 올라가지 않고, 자기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아이가 젖을 뗄 때까지 기다렸다가, 젖을 뗀 다음에, 아이를 주님의 집으로 데리고 올라가서, 주님을 뵙게 하고, 아이가 평생 그곳에 머물러 있게 하려고 합니다. 나는 그 아이를 평생 나실 사람으로 바치겠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매일 아침 이 인사가 혹시 식상하신가요?
매일 쳇바퀴 돌듯 한 삶이 지루하신가요?
어떤 변화도 없는 늘 같은 생활이 힘드신가요?
본래 삶이 그렇다고 말씀드리면, 혹시 속상하실까요?
사실 다이나믹한 삶이 값지고 귀하지만
매일매일이 역동적이고,
늘 새로운 사건들이 우리 앞에 펼쳐지면 어떨까요?
매일 바닷가, 매일 산행을 하는 이들은
직업이 아니라면 없을 거예요.
이 또한 식상하고 지루함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삶의 지혜는 어쩌면 지루함을 즐기는 것에서 나오는지도 모릅니다.
꼭 같은 시간, 꼭 같은 일에서
새로운 기쁨, 새로운 감사를 찾아내는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가 영성일지도 몰라요.
주님의 드리운 손길을 찾는 흥미로운 놀이죠.
오늘도 그 숨은 그림을 찾는,
때론 퍼즐을 맞춰나가는
다채로운 즐거움을 누리는 하루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제 다시 성전에 오르는 날이 되었습니다.
매년 해 오던 제사를 위해 엘가나는 가족과 함께 실로로 갔을 거예요.
그런데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특별히 한나에게는 더욱 그렇죠.
작년까지만 해도 한나는 그날이 다가오는 것이 싫었을지도 몰라요.
예배 드림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그 기쁘고 즐거워야 할 시간에
오히려 놀림을 받고 조롱을 받아야 하는 것이 싫었을 겁니다.
왠지 이 장면을 떠올리니 부끄러움이 몰려오네요.
예배로 주님과 함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자로 세워져야 할 그 시간에,
오히려 누군가를 조롱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우쭐대는 모습이,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아닐까 싶어서입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랑과 이해가 아닌,
견제와 적개심으로 타인과 타 종교를 대하며,
선민사상에 기대어 죄인들을 멸시하는 모습이
어쩌면 브닌나와 닮아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에요.
아무튼 한나는 어제의 한나가 아닙니다.
작년의 한나가 아니죠.
어쩌면 이제 당당하게 개선장군처럼
성전에 오르고픈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는 뜻밖에도 예배의 여정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불참의 이유로 아들의 돌봄을 들고 있죠.
어느 책에 보니,
당시에는 젖을 떼는 기간이 3~5살이었다는 기록이 있더라고요.
아마도 그렇게 한나는 사무엘과 함께 늘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대목이 무엇을 의미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녀를 낳고
그 자녀들의 돌봄을 이유로
말씀과 예배에 소홀히 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자녀에 대해 기도로 매달렸다가도,
덜컥 자녀가 생기고 응답이 이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치 자신의 힘으로 이룬 양,
하나님의 은혜는 안중에 없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에서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있어요.
자녀에 대한 부모의 헌신은,
예배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말씀이 좀 이상하게 들리시나요?
만약 자녀가 나의 것이라면,
저의 이 말이 잘못된 교리처럼 들리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만약 하나님이 주신 자녀가
나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고,
나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에 의해 쓰임 받을 자라면,
그 자녀를 맡아 최선을 다해 키우고 세우는 일은
곧 예배 그 자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가 몇 년 동안 아들 사무엘과
어떤 모습으로 지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녀가 그 아들을 주님께 드리기로 했다는 것과,
또한 그 아이가 주님이 쓰실 아이임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녀가 그 기간을 어떻게 보냈겠습니까?
아마도 주님의 자녀처럼, 하나님의 응답처럼,
특별하고 거룩한 아이로 섬기며 키우지 않았을까요?
저는 사람의 천재성을 믿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고유한 재능이 있음도 믿어요.
천재적이고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범한 이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고 믿어요.
그러나 또 믿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천재성도, 어떤 특별한 재능도,
어미의 젖줄로부터 시작된다는 거예요.
어떤 성품도, 어떤 영성도,
어미의 품에서 그 기초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한나는 사무엘과 그런 시간을 보냈을지도 몰라요.
자신에게 맡기신 아들을 섬기는 시간,
주님의 사역을 하는 마음으로 보내는 시간 말이죠.
사랑하는 여러분,
사람은 혼자 자라지 않습니다.
성장도 혼자 이루어지지 않아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서로의 관계가 필요하죠.
그렇게 나의 젖줄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어요.
그는 내 것도 아니고,
내 소유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주님이 나에게 맡긴 사역이라는 사실이죠.
자녀도 그렇고, 이웃도 그렇습니다.
친구도 그렇고 동료도 그래요.
우리의 사랑은 내게 맡겨진 하나님의 선물을 대하는 것입니다.
오늘 만나는 이들을 새로운 눈으로 한번 보세요.
매일 보는 가족이지만,
또 매일 만나는 동료요 이웃이지만,
오늘은 내게 맡겨진 하나님의 선물로 한번 보세요.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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