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22. 07:01ㆍ묵상하는말씀/느헤미야서묵상
오늘도 본문을 짧게 끊어 묵상합니다. 별 특별하지 않은 본문인데 5절에 눈이 갔습니다. 왜냐하면 5절이 다른 구절과는 조금 색달랐거든요.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다른 점은, 이름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부분 성벽 재건에 참여한 이들을 나열할 때 하나하나 이름을 불렀던 모습과는 달리 이 본문에는 그저 지명만 나올 뿐입니다. 드고아(테코아)는 예루살렘에서 직선거리로 약 15km 정도 남쪽에 위치한 곳으로 선지자 아모스의 고향이기도 하죠. 옛날에는 성경에도 곧잘 언급되고, 성도 축성될 만큼 번성한 도시였는데 지금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서안지구(웨스트 뱅크) 안의 아주 작은 도시가 되어 있네요.
드고아 사람들이 성벽 재건에 참여한 것은 팩트입니다. 그런데 그들 중의 유력자들은 공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여기서 유력자라고 말한 것을 볼 때, 좀 사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아요. 메시지 성경에서는 귀족이라고 표현했네요.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드고아에는 잘 사는 부유한 이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나라를 잃은 식민지 땅에서 잘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감이 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다르지만 소위 일제 강점기 때 좀 산다 싶은 사람들이 어떤 이들이었는지를 상상해 보면 느낌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이는 단순히 천한 일, 혹은 막노동을 하지 않으려는 것을 넘어서, 독립이나 재건 등을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드고아 사람들도 성벽 재건에 참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중의 일부가 공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거죠. 그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극히 일부였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주목하는 것은 그 극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느헤미야가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로 드고아 사람들의 성벽 재건 참여도 홀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일을 하기는 하는데 일하는 것 같지 않은, 시간을 보내기는 하는 데 함께한 것 같지 않은 이들이 있습니다. 책상머리에는 앉아 있는데 정작 공부는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죠. 뭔가 미적지근한 이들, 차라리 나가서 놀면 그나마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뭘 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데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그런 사람들이 있죠. 우리의 이야기는 아닌가요? 혹시 예수를 믿는다고 교회를 나오고, 공동체에 참여를 하기는 했는데, 기도는 하지 않고, 말씀은 듣지 않고, 공동체의 사람들과는 깊은 교제도 나누지 않는, 그리스도인 같은데 그리스도인 같지 않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없을까요? 사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한 썸 타는 그리스도인이 바로 우리는 아닐까요?
오늘 본문을 읽으면서 저는 느헤미야가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왕 하려면 폼나게 좀 하자’ 우리는 요한계시록을 통해 라오디게아 교회에게 보내는 말씀을 알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3:16,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면 좋겠다. 네가 이렇게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내 입에서 뱉어 버리겠다.
아침이 밝아옵니다. 우리에게 하루가 주어졌어요. 이 하루를 우리는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이왕 주어진 하루, 그리스도인으로 폼나게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왕 할 것이면 폼나게요. 확실하게 말이죠. 이왕 할 거면 신나게, 기쁘게, 마음을 담아서 하면 어떨까요? 대충 ‘저기 저 무리들’이 아니라 나의 이름 석 자가 확실히 담기도록 말입니다.
'묵상하는말씀 > 느헤미야서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헤미야서묵상22 -그 기분을 기억하세요.(느헤미야서 4:11~14) (0) | 2020.05.28 |
---|---|
느헤미야서묵상21 - 나의 입술은 지금 안녕하십니까?(느헤미야서 4:7~10) (0) | 2020.05.27 |
느헤미야서묵상20 - '넌 끝났어.. 왜냐하면 이제 나는 감사하기로 했거든'(느헤미야서 4:4~6) (0) | 2020.05.26 |
느헤미야서묵상19 - 산발랏은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느헤미야서 4:1~3) (0) | 2020.05.25 |
느헤미야서묵상18 - 교회는 협력하여 선을 이룹니다.(느헤미야서 3:30~32) (0) | 2020.05.23 |
느헤미야서묵상16 - 예배가 그리스도인의 출발이라면 나눔과 섬김은 그리스도인의 사역입니다.(느헤미야서 3:2~4) (0) | 2020.05.21 |
느헤미야서묵상15 - 예배는 방향성입니다.(느헤미야서 3:1) (0) | 2020.05.20 |
느헤미야서묵상14 - 기도했다고 쉬워지는 일은 없습니다.(느헤미야서 2:19~20) (0) | 2020.05.19 |
느헤미야서묵상13 - 선한 것은 나눌수록 커집니다.(느헤미야서 2:17~18) (0) | 2020.05.18 |
느헤미야서묵상12 - 내가 기도했다는 것은 나에게 맡겨진 사명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느헤미야서 2:13~16) (0) | 2020.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