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26. 06:57ㆍ묵상하는말씀/느헤미야서묵상
오늘은 또 다른 느헤미야의 기도입니다. 그런데 내용이 좀 충격적입니다. 산발랏과 도비야의 도발에 느헤미야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에요. 기도는 저주와 분노로 가득 찼습니다. 기도를 이렇게 해도 되나 싶네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기도하면 안 됩니다. 기도는 누군가를 저주하거나 비난할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가령, 비근한 예로, 부모님께 다른 자식의 욕을 해 보세요. 어느 부모가 잘했다고 하겠습니까? 아무리 미운 자식이라도 형제끼리, 자식 간에 저주와 욕설을 퍼부으며 읍소하는 것을 원하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기도를 이렇게 하지 마세요.
이쯤 해서 의아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네가 뭔데 느헤미야의 기도가 틀렸다고 말해?'라고 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경의 말씀을 부인하는 것으로 보시는 분도 계실지 몰라요. 아무튼 기도는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은 잘못된 기도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잘은 모르겠습니다. 느헤미야도 인간이어서 화를 내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실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 알 길은 없습니다. 다만 이 기도 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본다면 이 기도의 의도가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6절에 보니 기도 후의 전개된 일들이 기록되어 있네요. 성벽을 쌓는 일이 계속되고 백성들은 더욱 열심히 일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만약 저주가 목적이었다면 기도 다음에 당연히 저주받는 산발랏과 도비야가 등장했을 텐데요.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열심을 기록합니다. 그렇다면 기도의 목적은 저주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일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독려하는 기도였을지도 몰라요. 적어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새롭게 열심을 낼 동기를 제공했음은 틀림없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느헤미야의 기도가 저주가 아니라면 어떤 기도였을까요? 여기서 저는 어제 묵상을 되짚어 보고 싶습니다. 어제 우리는 산발랏이 내 안에 있다고 묵상했죠. 내 안에서 나를 저주하고, 나를 비난하며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존재가 있다고요. 나의 가치를 한정 없이 폄훼하는 존재가 늘 내 안에 도사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툭하면 '너 같은 게 그러면 그렇지'라고 말하고, 툭하면 '너는 할 수 없어... 너는 더러운 죄인이거든'이라고 비난하는 존재가 내 안에 있어요. 게다가 그것이 마치 신앙인 것처럼 위장해서 우리를 괴롭히죠. 벌레만도 못하니 잠자코 있으라고 윽박지르죠. 어쩌면 느헤미야는 그 자아에 대해 지적하며 기도했는지도 모릅니다. 내 안에 나를 괴롭히며 나를 무너뜨리는 패배의 자아를 없애 달라고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잘되지 않을 것 같은 상상을 끊임없이 하고, 그래서 도전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산발랏 같은 자아, 무슨 일이 있든지 먼저 나쁜 가능성만 생각하는 도비야 같은 자아, 겸손을 가장한 끝없는 죄의식, 생각으로만 끝내고 입으로만 일하며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하는 인지 부조화, 이것들만큼 나를 갉아먹는 것들은 없습니다. 내가 사랑받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지 못하게 하고, 그분의 도우심을 받으며 살아가게 하지 못하는 것들은 상황이나 환경이 아닌 내 안에 죽치고 있는 산발랏 같은 자아입니다. 그 자아를 향해 우리는 느헤미야처럼 기도해야 해요. "너는 틀렸어.. 네가 나를 모욕하는 것은 하나님을 모욕하는 거야! 너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거야!" 그리고 그 자아에서 손을 떼세요. 손을 떼는 방법은 늘 감사하는 것입니다. 감사와 좋은 생각, 잘 될 것을 믿는 것이죠. 그래서 감사가 우리의 길잡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이 아침에 우리는 느헤미야처럼 기도하고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나를 폄훼하고 갉아먹는 내 안에 숨은 산발랏 같은 자아에게 이렇게 말이죠. '넌 끝났어.. 왜냐하면 이제 나는 감사하기로 했거든' 오늘도 감사로 자존감을 높이고 하나님의 자녀 된 직위를 인정하는 여러분 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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