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 07:15ㆍ묵상하는말씀/요한복음묵상
비유로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의도에 대해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비유라고 표현된 헬라어는 ‘파로이미아’는 난해하거나 상징적인 말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마치 알아듣지 못하도록 일부러 어려운 말을 쓰신 것처럼 생각되기 쉬운데요. 그래서 예수님이 어떤 비유의 말씀을 하면 제자들은 그 의미가 뭔지 알아채려고 서로 수근 거리기도 했죠. 그런데 오늘 말씀을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숨기거나 어렵게 말씀하시려고 비유로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지 않았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주님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주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말이 들리지 않은 거죠. 가령 예를 들면 그렇습니다. 다림교육은 무료교육기관이죠. 교육적 불균형과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세워진 기관이기에 돈으로 어떤 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료라고 하면 사람들이 의아해합니다. 아니 의심을 하죠. 자신의 생각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오히려 우리의 의도를 의심하는 겁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합니다. 왜 남을 위해 그런 희생을 하는지, 왜 대가도 없이 남을 돕는지, 그리고 사랑을 베푸는지 말이죠. 꽤나 시간이 지나 그런 말들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이제 다림을 이해했다’고요.
기도는 어쩌면 주님을 알아야 온전해지는지도 모릅니다. 주님이 어떤 분인지, 주님이 어떤 마음을 품고,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시는 분이신지 알지 못하면 기도는 중언부언이 될 뿐이죠. 주님이 나를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끊임없는 의구심과 걱정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이 전능하신 창조주임을 알지 못하면, 지금 눈 앞에 놓인 아픔과 절망으로 밖에는 기도할 수가 없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알려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은 주님의 말씀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귀를 열지 않았기 때문이고요. 우리가 바뀌지 않는 것은 주님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믿고 맡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재미있는 부분도 등장합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장면이죠. 주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믿는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확신까지 하죠. 그런데 그다음 예수님의 반응이 재미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죠. “너희들이 이제야 믿느냐? 하지만 너희는 곧 달아날 것이다.” 웃픈 현실이 드러납니다. 우리의 확신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런데 예수님은 제자들을 비난하시고자 이 말씀을 하신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읽어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그럴 줄 아심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또 믿는다는 것이죠. 이는 우리가 어떤 정당한 반응을 보이고, 놀라운 응답을 하는 사람이기에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보호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이 땅에 오셔서 우리를 위해 죽으셨습니다. 그 사랑은 우리가 잘해서도, 우리가 받을만해서도 아닌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무엇인가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우리가 잘한다고 주님이 더 사랑하시는 것도, 더 축복하시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우리가 잘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일을 하며 평안과 기쁨 가운데 사는 것입니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고, 맡겨진 작은 일에 행복하게 사는 일입니다. 위대한 삶은 내가 목표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살다 보니 만들어지는 것이죠. 입으로 떠든다고 삶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 번의 이벤트로 삶이 만들어지지도 않죠. 우리의 삶은 오늘 하루로 만들어집니다. 우리의 삶은 작은 나의 습관으로 만들어져요. 그러니 오늘도 작은 일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잘못해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주님은 우리를 떠나지 않으십니다. 다만 작은 일에 충성하고, 작은 마음과 작은 생각에 주님을 품으세요. 그렇게 작은 습관을 키우세요. 거기서 승패가 갈립니다. 오늘도 그 작은 하루에 승리하는 여러분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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