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4. 11:32ㆍ묵상하는말씀/신명기묵상
영화에 보면 주연과 조연이 있습니다. 주연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에 비해 조연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주인공은 대부분 좋은 역할이거나, 기품 있게 비치는 반면에, 조연은 선한 역할, 악한 역할 가리지 않습니다. 때론 기품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망가지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물론 그들이 받는 조명과 비례하여, 개런티도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명품조연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주연은 아니지만 감칠 맛 나는 연기로 극의 흥미와 재미를 한층 더해주는 조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을 명품조연이라고 합니다.
성경에서도 명품조연들이 있습니다. 뛰어난 인물이지만, 더 뛰어난 사람들에 가려져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에 의해, 낮은 곳에 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령 갈렙과 같은 사람이 그렇습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은 모세를 잇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누가 되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믿음과 열정, 그리고 지도력에 있어서 훌륭한 이들입니다. 그들은, 함께 거대한 가나안 거민들을 “우리들의 밥”이라 외쳤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기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갈렙이 여호수아보다는 여러 면에서 조금 앞선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도력이 나이에서 나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그는 여호수아보다 젊었습니다. 가문에서도 갈렙은 유다 지파로, 장자의 지파였고, 머뭇거리는 여호수아에 비해 갈렙은, 결단력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호수아에 가려 조연으로 남았습니다.
구약의 마지막 선지자 세례 요한은, 당시 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과 어려움에 빠져 있던 이스라엘을 홀로 떠받치고 있던 위대한 지도자였습니다.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았고, 심지어 권력자들조차 떨게 만드는 영적 카리스마가 대단한 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곧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예비하는 조연이었습니다.
한 시대의 영웅은 둘일 수 없다고 했나요? 주연이 있으면 조연이 있고, 조연이 있어야 주연이 있는 것입니다. 갈렙과 세례 요한은 주연과 같은 인물이지만, 더 주연 같은 인물로 인해 조연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세상의 이치가 다 그렇습니다. 다 주연이 되고 싶어 하지, 조연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인생에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 엑스트라가 되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낙심과 좌절이, 인생에 존재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당대 주연으로 살지 못하는 아쉬움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렙이나 세례 요한이 명품조연으로 빛날 수 있었던 비결이 뭔지 아십니까? 그들이 아름답게 조연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그들이 비록 주인공이 되지 못했지만,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 줄 아십니까? 바로 말씀을 품은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오늘 신명기에서 하나님의 언약을 선포합니다.
“당신들의 발바닥이 닿는 곳은 어디든지 다 당신들의 소유가 될 것입니다.”(신 11:24)
그 말씀은, 모세가 죽고,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에도 하나님께서 동일하게 주셨던 말씀입니다.
“너희 발바닥이 닿는 곳은 어디든지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수 1:3)
지도자가 되지 못하고, 변방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살던 갈렙은 좌절이나 낙망을 품지 않고, 바로 이 말씀을 품고 살았습니다. 그가 85세 되던 해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위험의 땅 헤브론 앞에서, 갈렙은 당당하게 이 말씀을 외칩니다.
“네가 주 나의 하나님께 충성하였으므로, 너의 발로 밟은 땅이 영원히 너와 네 자손의 유산이 될 것이다”(수 14:9)
그리고 계속 외칩니다.
“이제 주님께서 그 날 약속하신 이 산간지방을 나에게 주십시오. 그때에 당신이 들은 대로, 과연 거기에는 아낙 사람이 있고, 그 성읍은 크고 견고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기만 한다면,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나는 그들을 쫓아낼 수 있습니다.”(수 14:12)
예수님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는 세례 요한이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위대한 지도자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리스도를 위한 명품 조연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말씀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세례 요한에게 ‘당신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그리스도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세례 요한은 당당하게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눅3:4)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씀은 이사야 40장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한 소리가 외친다. "광야에 주님께서 오실 길을 닦아라. 사막에 우리의 하나님께서 오실 큰길을 곧게 내어라.”(사 40:3)
세례 요한은 인기를 품은 것이 아니라, 박수를 품은 것이 아니라, 이 말씀을 품었습니다. 세례 요한은 상황이나 환경을 마음에 품은 것이 아니라 말씀을 품었습니다. 그 품은 말씀이 자신의 미래가 되었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부추기는 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마음에 말씀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왕이 되라고, 높은 자리, 많은 권세가 있다고 속삭이는 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말씀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힘들고 어렵고, 갖은 욕설과 비방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그 마음에 말씀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연약한 성품이어도, 말씀을 품은 성품은 세상을 이깁니다. 세상을 이기는 것은 펄펄 끓는 감정이나 의욕이 아닙니다. 세상을 이기는 것은 내가 지닌 열정이나 힘이 아닙니다. 오직 세상을 이기는 힘은 말씀을 품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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