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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로마서묵상

로마서묵상10] "사람에게 가장 가치 있는 행동은 믿음밖에 없다."(롬4:1~8)

"사람에게 가장 가치 있는 행동은 믿음밖에 없다."(롬4:1~8)

 

 

 

우리 집 큰 아이가 어릴 적에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 뜨거운 국물에 의한 화상이었는데 돌이 채 되기 전인 어린아이인데다 화상의 부위가 동맥과 정맥이 흐르는 손목부위여서 얼마나 당황하고 놀랐는지 모른다. 급하게나마 응급조치를 하고 아이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뛰어갔다. 당시 우리가족은 중국에서 사역하고 있는 중이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까지 나는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아이의 손목에는 열기로 인해 옷이 살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마취나 다른 조치 없이 살에 붙은 옷가지를 당장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아이를 부둥켜안았고 의사는 아이 팔을 잡고 살에서 옷가지들을 천천히 떼어내기 시작했다. 천과 함께 아이의 살점도 따라서 떼어지고 있었다. 아이는 나를 목놓아 부르며 울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아이의 아빠다. 나는 이 아이의 보호자고 이 아이를 위해 목숨을 내어줄 수도 있을 만큼 사랑한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나님께서 향한 기도와 믿음밖에는...

우리는 행동지상주의자들이다. 행동이 없으면 의미도 없다. 더 나아가 행동하지 않는 것을 지극히 어려워한다. 아무 일 하지 않고 월급을 받는다면 너무나 좋을 것 같지만 그런 상태를 사람들은 몇 개월 버티지 못한다. 우리 안에는 행동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고 드러내야 하는 치명적인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뭔가를 했다고 자랑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가진 지극히 기본적인 본능이다. 뭔가를 이루고, 뭔가를 성취하는 보람과 수고를 사람들은 마다하지 않는다. 거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하려고 한다. 경쟁을 하고 서로 비교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랑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늦잠을 자기 위해 아침의 시간을 늘릴 수도 없으며, 밤낮을 바꿀 수도 없다. 좋은 날씨와 야외의 풍광을 즐기기 위해 계절을 묶어둘 수도 없으며, 비바람을 다스릴 수도 없다.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으며 자식 또한 선택하거나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주로 생명과 자연법칙에 관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모두 창조의 질서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그분 앞에 자랑할 존재가 되지 못한다. 우리가 제아무리 뛰어난 발명가라도 하나님의 창조역사 앞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우리가 제아무리 뛰어난 예술가여도 하나님의 예술성을 능가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아무리 똑똑하고,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이 땅의 창조주 앞에 자랑거리가 되겠는가?

믿음이 행동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가치 있는 행동은 바로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다. 믿음이 우리가 하는 어떠한 행동보다 용기 있고, 담대하며, 거룩한 것이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다.(약2:26) 그것은 행함을 동반한 믿음이 아니라 믿음이 행함 자체라는 말이다. 믿음이 가장 거룩한 행동이다. 당신의 믿음이 거룩한 행동이 아니라 추상적인 관념이라면 그것은 믿음이 아니며, 이미 죽은 것이다. 구원에 관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복음 역사에 관하여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행함은 그분을 인정하고 그분의 일하심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지키며 순종하는 믿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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