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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로마서묵상

로마서묵상04] “'빛이 없는 상태'라는 말은 없다. 그냥 어두움일 뿐이다."(롬1:28~32)

“'빛이 없는 상태'라는 말은 없다. 그냥 어두움일 뿐이다."(롬1:28~32)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라는 말이 있다. 오히려 나섰다가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그래도 어느 수준은 유지할 것이라는 의미의 말이다.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 기준을 ‘0’으로 삼아 더 올라가면 ‘+’의 삶으로, 내려가면 ‘-’의 삶으로 계산한다. 어떤 상태의 일이든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가급적이면 우리는 플러스의 인생을 추구하고 꿈꾼다. 그런데 우리가 기준 삼은 ‘제로’의 상태는 어떨까? 봐 줄만한 상태일까? 플러스도 아닌, 마이너스도 아닌, 진짜 기준이 되는 상태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은 백지 상태는 일반적으로 ‘문제없다’고 여긴다. 그래서 ‘마음을 비운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마음을 비우면 마치 깨끗한 상태로 돌아가는 듯 말이다. “내려놓다”는 말도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우리는 실제로 많은 경우, 우리가 추구하는 욕심에서 문제들이 발생한다. 우리안에 있는 탐욕은, 끊임없이 가지려 들고, 취하려 든다. 우리 마음에 탐욕은 육체의 비만처럼 영적 비만으로 작용하여 영적인 성인병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기득권과 탐욕을 내려놓는 것이 회복의 출발점임을 분명히 시인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우리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것이 어디여야 하는가이다.

우리가 죄를 다 버린 상태가 되면 우리는 깨끗한 걸까?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의 상태를 집안의 상태로 가정하자. 집을 깨끗이 청소하면 과연 그 집은 깨끗한 걸까? 인테리어를 바꾸고, 물걸레질을 하고, 벽지와 장판을 새로 하면 과연 그 집은 안전할까? 청소한 그 집을 비우고 아무도 살게 하지 않으면 깨끗함이 유지될까?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마음을 비우면, 우리가 제로상태로 가면 그 상태는 깨끗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비움의 상태, 제로베이스는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온전하거나 깨끗하지 못하다.

예수님은 마태복음12장에서, 쫓겨났던 한 귀신이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와 보니 비고, 청소되고, 수리되어 있어 더 악한 일곱 귀신을 데리고 들어가 그 집을 더욱 심한 형편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말씀하셨다. 오늘날 이 악한 세대가 이와 같다는 말씀과 함께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을 과도하게 믿는다. 자신이 생각보다 깨끗한 줄 안다. 자신이 용감한 줄 알고, 왠만한 것은 이길 줄 안다. 죄를 버리면 자신의 힘으로도 집을 재건할 수 있을 줄 믿는다. 적어도 모든 것이 비워지면 그 자신은 선에서 출발할 줄 착각한다. 그러나 그 마음에 하나님을 두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그곳은 죄로 물든 곳일 뿐이다. 우리 마음에 다 버리면 깨끗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모든 것을 버리면, 하나님도, 죄도 몽땅 버리면 내 마음은 순수할 것이라는 믿음은 속는 것이다. 우리의 제로베이스는 불의와 추악과 탐욕, 악의로 가득하고, 시기와 살인과 분쟁과 교만이 가득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마음을 비운 상태의 본래 모습은 우매하고 신의가 없으며, 무정하고 무자비한 추한 모습이다.

‘빛이 없는 상태’라는 말은 없다. 그 상태는 그저 어두움일 뿐이다. 빛도 없고 어둠도 없는 상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둠을 버리고자 하면 빛이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 없이 우리의 더러움을 버릴 방법은 결코 없다. 하나님 없이 우리의 어두움을 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추하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럽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중간가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는 추락한다. 우리가 지금 간신히 주님을 붙들고 있기에 이쯤이라도 된 것이다. 자신을 본 모습으로 내버려주지 않게 해야 한다. 우리의 본 모습은 우리가 스스로 보기에 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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