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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로마서묵상

로마서묵상08] "사람은 다 똑같다."(롬3:9~20)

"사람은 다 똑같다."(롬3:9~20)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갔다. 보통 대학 초기에 하는 군 생활을 나는 대학원을 마치고 갔으니 다른 동기생들 보다 늦어도 한참을 늦었다. 부대 선임들은 나보다 서너 살, 어떤 이는 일곱 살 아래 연배도 있었다. 소위 군 문화의 격조 높은 격언(?)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군대에서는 줄을 잘 서야 한다.” 이 격언을 따르기 위해서는 선임들 가운데 누가 나에게 이득을 줄지, 누가 나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줄지 잘 살펴야 한다. 물론 나는 필요이상의 이익을 바랬던 것도 아니다. 그저 말이 통하고, 상식이 통하는 선임을 원했을 뿐이다. 짧은 시간동안 줄을 서야(?)하기 때문에 좋은, 혹은 마음을 줄 선임을 찾는 작업의 조건은 그리 다양하지 못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학력이었다. ‘그래도 좀 배운 사람이 낫겠지.’라는 생각은 그 당시 진리처럼 보였다. 중졸보다는 고졸, 고졸보다는 대졸이 훨씬 인격적일 줄 알았다. 학력이 높으면 상식적일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몇 달이 가지 못해 나의 생각이 무참히 깨지는 것을 경험했다. 인격은 성적순이 아니었다. 상식은 학력순이 아니었다. 들은 것이, 가진 것이 사람의 인격이나 성품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다 똑같다.

사람을 채용할 때 주로 보는 것은 이력이다.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어떤 경력이 있는지는 그 사람을 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적어도 채용현장에서는... 자기 소개서와 함께 이력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 인격을 판단한다. 부모가 누구인지, 어떤 가문인지, 그리고 어떤 대학과 어디서 일했는지는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좋은 가문과, 좋은 학교와 좋은 경력은 검증되지 않은 무한 신뢰의 근거가 된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도 비슷하다. 교회에 다닌다거나 믿음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인격을 판단한다. 더 나아가 어떤 교회를 다니는지,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가 그 사람의 인격이 되고 성품이 된다. 그 사람의 중심은 전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사람은 다 똑같다. 예수 믿어도 똑같고, 학력이 높아도 똑같다. 사람에게 의로움이란 털끝만큼도 없고, 사람에게 깨달음이란 눈꼽만큼도 없다. 그저 모두다 자신의 욕심과 주장에 빠져있는 도둑들이고, 입만 벌리면 거짓과 저주로 가득한 인생들이다. 선한 인생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사람이 희망인 것은 사람에게 가능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만이 하나님의 영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의로움의 도구가 되는 것은 사람에게 의로움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만이 하나님의 의로움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년을 예수 믿어도 오늘 그의 영에 주님이 안 계시면 그는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나를 판단하는 도구는 나 자신의 인격이 아니라 ‘내 안에 오늘 주님이 동행하시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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