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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는말씀/골로새서묵상일기

골로새서묵상일기 30 - 논쟁 이전에 순종입니다.

골로새서 2:18b~19   그런 자는 자기가 본 환상에 도취되어 있고, 육신의 생각으로 터무니없이 교만을 부립니다. 그는 머리에 붙어 있지 않습니다. 온몸은 머리이신 그리스도로부터 각 마디와 힘줄을 통하여 영양을 공급받고, 서로 연결되어서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시는 대로 자라나는 것입니다.


교회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하게 됩니다. 교회 식물들을 가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요. 매일 물을 줘야 하고, 관리를 해 줘야 하는데 이게 엄청난 일입니다. 사실 보기에는 좋은데 그렇게 보이는 것 이면에는 또 다른 엄청난 수고가 뒤 따라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합니다. 손님 중에 그 사실을 알아주는 분이 있어요. 레크레카를 좋아하는 이유가 잘 관리된 식물과 이를 위해 정성을 기울이는 것을 보면 카페의 손님들에게도 정성을 기울일 것이란 믿음이 간다고 하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정말 눈물이 날만큼 감사하더라고요. 보이지 않는 수고를 알아주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죠. 사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음료를 제조하고 대접하는 일에도 수많은 수고가 동반됩니다. 전문가 출신도 아니고 경험도 없는 우리가 음료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실험을 하고 또 연습을 하죠. 가장 맛있고 건강한 음료를 만들기 위해서 매진을 해요. 그렇게 만들어진 음료는 레시피가 있습니다. 재료는 얼마나 넣고,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가 정해지죠. 재료뿐 아니라 순서도 맛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음료 제조 순서까지 정해서 레시피를 만듭니다. 가령, 어떤 것들은 혼합되는 순서로 인해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도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일회용 컵 사용 시 환경 호르몬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법의 순서로 정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음료를 하다 보면 편한 방법들이 생겨나요. 어차피 모든 재료가 섞이는 거잖아요? 그러니 바쁘다 보면 넣는 순서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안 될 때가 있죠. 그러면서 자신만의 방법들이 생기더라고요. 물론 그런 자신만의 노하우가 최선의 것이라면 상관이 없는데요. 이미 수많은 고민과 실험을 통해 정해진 순서를 무시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이야기가 달라지죠. 이미 문제를 예상하고 만들어진 순서인데 편의상으로 그 순서를 바꿔버린다면 그 맛과 향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쉽게 그 문제에 빠지죠. 이유는 보이는 것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에요. 또한 그런 깊은 고민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죠.

 

카페의 레시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공부나 운동 등 어떤 학습의 문제에 있어서도 매뉴얼이 있어요. 그 매뉴얼을 짜는 사람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아마도 수없이 반복하고 고민하며 그 매뉴얼을 만들 겁니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제공될 거예요. 그러나 매뉴얼은 그 많은 고민들을 다 담지 못합니다. 그냥 순서와 할 일을 제시할 뿐이죠. 때론 경고나 주의사항으로 적어 두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순서도 바꾸고, 방법도 자기 편한 대로 하죠. 운동이라면 힘든 것은 빼고 쉬운 것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했다고 정신승리를 하죠. 그렇다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운동을 한 것일까요? 제대로 만들어낸 것일까요?

 

신앙생활도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자기 나름의 신앙이 많아요. 말씀을 들으면 대부분 내 머릿속에서 그 말씀을 재단하죠. 불편하고 듣기 싫은 것들은 잘라냅니다.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고 하죠? 그 많은 말씀 가운데 내가 듣고자 하는 말만을 뽑아 듣는 재주가 우리에게 있어요. 그렇게 전혀 다른 의미의 말씀이 우리 안에 자리 잡게 되죠. 그리고는 그 말씀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우길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우리에게 노하우라는 것이 있죠.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그것은 능력이에요. 그런데 그 요령이 생기는 방법에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처음 주어진 매뉴얼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매뉴얼대로 내 몸에 방법이 붙은 그 이후에 생기는 것이 노하우입니다. 그런데 매뉴얼을 무시하고 노하우가 생겨요. 우리는 그것을 노하우라고 하지 않고 잔머리라고 합니다.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씀에 충실하고, 말씀에 전적으로 믿으며 지켜 나갈 때 우리 안에서 말씀에 대한 노하우와 응용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기초 없이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기초가 바로 우리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논쟁 이전에 순종입니다. 분별 이전에 믿음이고요. 축복 이전에 수고입니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돌파하지 못하는 것은 순종과 믿음, 수고를 먼저 하지 못해서일지도 몰라요. 그 말씀의 기초에 뿌리를 두지 못해서 말이죠. 그저 내 나름대로 믿어서 말입니다. 그러면 자기 환상에 도취되고, 고집과 아집으로 뭉친 교만에 사로잡힙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우리이기를 소망합니다. 그분이 주신 영양분이 막히지 않고 흘러넘쳐 그 영향으로 사는 오늘이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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