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묵상25] 유창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것을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 (신6:16~25)

유창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것을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 (신6:16~25)

 

 

 

 

 

미국에서, 유학생 목사님 가정에 초대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성결교단 목사님이셨는데, 당시 에모리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중이셨습니다. 당시 신혼생활이셨던 이 목사님은, 유학 중에 결혼을 하셨는데, 부인되시는 사모님이 교포 2세로 상당한 미모를 지니신 분이셨습니다. 사모님께서 우리말에 서투른 관계로 두 분은 대부분의 의사소통을 영어로 하고 계셨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사모님께 그만 우문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사모님, 영어 잘하시니까 목사님 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시겠어요?”

 

목사님께서 아무리 영어를 잘하셔도, 40년 가까이 미국에서 태어나 생활한 사모님과, 이제 유학 온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목사님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겠지요. 겉으로 보기에도 발음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을 영어를 못하는 제 귀에도 들리니 당연한 말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사모님 말이 뜻밖이었습니다.

 

“생활하는 데는 제가 낫겠죠. 그런데 고급영어, 특히 신학과 관련된 영어는 목사님이 훨씬 저보다 나으시죠. 목사님의 공부에 제가 영어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분에게서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6세에 미국으로 건너간 어느 전도사님과 한동안 함께 지낸 적이 있습니다. 그 전도사님은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 분의 발음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영어교육을 위한 자녀들의 조기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도사님께 물었습니다. 좋은 발음의 영어를 하려면 일찍 미국에 유학을 오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취지의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도사님의 대답 또한 뜻밖이었습니다.

 

“아무리 발음이 좋다고 하여도 동양인의 발음은 동양인의 발음일 뿐입니다. 한국 부모들은 훌륭한 영어를 좋은 발음이라고 생각해서, 어린 나이에 일찍 유학을 보내는데, 아무리 일찍 유학을 보낸다 하여도, 발음이 조금 나을 뿐, 미국인과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발음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한 어휘를 구사하느냐입니다.”

 

어린아이가 말을 하면 신기합니다. 2살짜리 아이가 유창하게 말을 한다면 모두 놀랄지도 모릅니다. 어른들이 쓰는 말을 하고, 모든 표현을 다 할 줄 안다면 더욱 놀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유창하게 하는 말이 욕이라면 어떨까요? 만약 어린 아이의 유창한 발음으로 “재수없어!”, “쪽팔려!”, “간땡이가 부었군?” 뭐 이런 말들이 튀어 나온다면 어떨까요?

 

유창함보다 적절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말을 잘 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한 마디를 하더라도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교회에는 뛰어난 청년들이 있습니다. 수학, 영어, 컴퓨터, 경제, 의학, 신학, 정치... 다 뛰어난 공부를 하고, 전공과목들에 유창한 전문가들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의 전공분야의 유창함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아무리 교회에서 자신의 유창한 학문적 성과를 말한다하여도 저는 별로 기쁘지 않습니다. 제가 기뻐하고 사랑하는 이는, 자신이 섬기는 하나님과 말씀에 대해 이야기하고, 말씀을 나눌 친구들과 섬길 목원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들입니다. 교회에서 적절한 말은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나안에 들어가서 자녀들에게 해야 할 말은, 부모세대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얼마나 힘든 싸움을 싸워 왔는지도, 혹은 그들이 올린 성과들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계획, 가나안 땅에서 자녀들에게 해야 할 가장 적절한 말은, 바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입니다. 그 적절함을 잃으면 아무리 유창해도 소용없습니다. 세상은 유창함을 인정하지만 하나님은 적절함을 인정하십니다. 내 입술에 유창함보다 적절한 말을 담아야 합니다. 내 안에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유창한 능력보다, 사명을 감당할 적절한 능력을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세상이 인정하는 유창한 꿈이 아니라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을 담당하는 적절한 꿈을 꾸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