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묵상29] 진정한 믿음은 기억에서 출발합니다.(신8:1~20)

2012. 8. 15. 11:33묵상하는말씀/신명기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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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67주년 광복절입니다. 36년간 일본의 강제합병에 따른 강점기를 겪었던 대한민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매년마다 광복절이 되면, 많은 매체들에서는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기억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올해 광복절은 예년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유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독도 방문이 있었고, 올림픽 축구 한일전에서 일어난 박종우선수의 ‘독도는 우리땅’ 세리모니가 IOC의 제재를 받으면서 메달 박탈 위기까지 몰리는 일련의 사건 때문입니다.

 

독도문제는 이미 영토분쟁을 넘어 양국 간의 자존심과 감정의 문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국제사회가 언제나 그렇듯 사실관계보다는 외교관계에 의한 결정들이 이루어지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 이상 역사나 사실의 문제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독도에 관한 한, 실효적 지배에 의한 조용한 외교를 지향했습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은 실질적으로 영토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논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것인 반면, 일본은 끊임없이 이곳을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결론을 내리고자 했습니다. 어쩌면 일본은 작금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해 줌으로써 일본이 원하는 세계적 이슈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올림픽과 같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에서 박종우 선수 사건을 물고 늘어짐으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세계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독도문제를 한낱 지지율 상승의 도구로 사용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독도 분쟁지역화 작업에 동조해 주었다고는 더더욱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애국심의 발로였겠지요. 그러나 때로는 불타는 열정은 자신을 태우기도 합니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를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말합니다. 양국의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마치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관계인데 어느 순간 가장 먼 적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과거의 역사 때문에 깊이 파인 감정의 골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의 역사가 아닙니다. 그 역사를 푸는 방법이 문제입니다. 어릴 적 친구들을 보면 싸우면서 친해집니다. 이상하게도 심하게 다투고 난 후 더욱 친해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싸웠던 상처의 기억이 사라져서 친구가 된 것이 아닙니다. 그 기억을 상처가 아닌 용서로 바꾸었기 때문에 오히려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상처의 기억을 용서로 바꾸었기 때문에 오히려 상처가 친구를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역사를 푸는 열쇠입니다.

 

관계는 상처의 역사를 잊어버려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하지 못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 드라마를 보면 기억상실증에 걸린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드라마에는 왜 이리 기억상실증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곁에는 꼭 그의 기억이 돌아오면 안 되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그 사람은,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늘 불안합니다. 기억이 돌아오면 모든 것이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무 문제없는 것이 용서받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 아무 문제없는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용서의 문제와 해결의 문제는 분명한 기억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자신이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면 용서를 빌 수도 없습니다. 상처와 아픔을 기억하지 못하면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진정한 용서가 기억에서 출발하듯, 진정한 믿음 또한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십시오. 하나님과의 관계는 그분의 하신 일을 기억하는데서 출발합니다. 고달픈 인생을 살면서 낙심의 그늘에서 고개를 떨구기도 합니다. 아무런 소망도 없이, 아무런 가치도 없이, 되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인생을 한탄하며 눈물지을 때, 들에 피는 꽃을 봅니다.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것 같은 그 꽃도, 죽음 같은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어김없이 꽃봉오리를 틔웁니다. 하늘 나는 새들은 심지도, 거두지도, 모으지도 않지만 자라나고 살아갑니다. 하물며 우리겠습니까? 그런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기억이 믿음의 출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떡과 포도주를 나누시면서 ‘나를 기념하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기억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로 우리를 구원하심을 기억하는 것이 신앙의 출발입니다. 그분의 인도하심을 기억하는 것이 그리스도인 생활의 출발입니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 어려웠지만 지금이 있게 하셨고, 힘겨웠지만 견디게 하셨으며, 아팠지만 이기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작은 간구 속에서 일하셨고, 그 작은 응답 속에서 오늘 내가 존재합니다.

 

“야곱아 이스라엘아 이 일을 기억하라 너는 내 종이니라 내가 너를 지었으니 너는 내 종이니라 이스라엘아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아니하리라”(사 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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