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묵상21]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것도 거짓말입니다." (신5:19~21)

2012. 8. 4. 11:07묵상하는말씀/신명기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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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대형마트에 장을 보기 위해 간 적이 있습니다. 구입물품목록에 따라 이것저것을 구입하던 중에, 목록에 주류 제품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음식을 요리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었겠지요. 아무 생각 없이 주류 코너에 가서 제품을 잡으려 하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보면 어떻게 하지?’ ‘혹시 내가 이것을 사는 것을 보고, 목사가 술 마신다고 소문내면 어쩌지?’ 갖가지 쓸데없는 생각들이 스쳐가는 순간, 저도 모르게 멈칫거리고 말았습니다.

 

대학시절, 학교를 가는 버스 안에서 밖을 우두커니 보다가 우연히 길을 걷고 있는 친한 선배 한분을 보았습니다. 학교에서도 평판이 좋은, 믿음 좋은 선배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 눈을 의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입에는 하얀 막대기 같은 것이 물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저 선배가 담배를?’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그 선배만 보면 그 일이 생각났습니다. 더욱 저를 당혹해하는 것은 그 선배가 너무도 신실하고, 너무도 성결한 행동을 하는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선배가 그러면 그럴수록 저에게는 더 충격이고 가식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너무 그 괴로움에 아파하다 그 선배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선배, 나 지난번에 버스에서 선배 걸어가는 것 봤어요”

“어디서?”

“거기 00동네에서요”

“아~ 거기? 맞아... 우리 교회가 그 근처잖아... 나 부르지 그랬어?”

선배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부르고 싶었는데 못 부르겠더라고요.”

“왜?”

저는 머뭇거리다가 말하기로 했습니다.

“형이 입에 뭔가를 물고 있었거든요...”

선배는 무슨 말인지 모르는 듯 한참을 멀뚱 거리며 쳐다보았습니다.

“뭘? 내가 뭘 물고 있었는데?”

저도 더 이상 말도 못 하고, 쭈뼛거리고 있는데, 그제야 선배가 기억이 난 것인지 갑자기 한참을 웃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혹시 너, 내가 담배라도 피우는 줄 알았겠구나?”

“네... 담배... 아니었어요?”

“하하하... 담배는 무슨... 내가 버릇이 볼펜 물고 다니는 건데, 그렇잖아도 누군가 그러더라. 멀리서 보면 담배 물고 있는 것 같다고...”

“......”

 

없는 말을 하는 것만이 거짓말이 아닙니다. 불확실한 말을 하는 것만이 거짓말이 아닙니다. 사람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것도 거짓말입니다. 저는 그 선배의 신앙과 믿음을 알았는데, 내가 본 하나로 그의 신앙과 믿음을 무시해 버렸습니다. 이것이 거짓말입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내가 본 한 가지 사건을 가지고, 이전의 모든 것들을 거짓말로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습성이 있습니다. 그 습성 때문에 도대체 실수라는 것을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아니 인정하려 들지도 않습니다. 도무지 이해하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우리 안에서 발동하는 악한 거짓말은, 성찬을 위해 포도주를 사는 목사를 음주 목사로 만들고, 감사의 선물도 뭔가 의도가 있는 뇌물로 이해해 버립니다. 도무지 순수함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거짓이 없으셔서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십니다. 우리의 행동을 거짓으로 미리 판단하시지 않습니다. 우리의 의도를 미리 생각하시지 않습니다. 그분은 다 아시지만 거짓이 없으시기에 우리의 거짓을 미리 판단하시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의 은혜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숨 쉬고 있는 거짓말의 영은 모든 말을 거짓말로 여기도록 합니다. 말씀을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용하는 목사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만, 말씀을 들을 때 ‘이건 무슨 의도지?’라고 여기는 청중도 거짓말에 사로잡혀 있는 것입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좋은 마음으로 이해하며, 좋은 뜻으로 받아 들려주는 성품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나쁜 쪽으로 생각하는 것은 거짓말하는 것입니다. 사실관계 이전에 좋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잘잘못 이전에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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