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25. 04:45ㆍ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 4:5~8 그랬더니 악마는 예수를 높은 데로 이끌고 가서, 순식간에 세계 모든 나라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나서 악마는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 모든 권세와 그 영광을 너에게 주겠다. 이것은 나에게 넘어온 것이니, 내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준다. 그러므로 네가 내 앞에 엎드려 절하면, 이 모든 것을 너에게 주겠다." 예수께서 악마에게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하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죠? 이런 날들은 불쾌지수들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런 날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진짜인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영성이 얼마나 맑고 깊은지, 얼마나 뽀송뽀송한지를 알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죠. 운동선수들은 시합날을 기다린다고 하잖아요? 그동안 자신이 갈고닦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이런 기분으로 오늘을 열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나는 내 안의 평안을 깨뜨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말이죠.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광야 시험 두 번째 날입니다. 권리를 부추기고 결핍을 건드려도 꿈쩍하지 않으셨던 예수님께 새로운 유혹이 다가왔습니다. 모든 나라를 보여주며 그 권세와 영광을 주겠다고 말하죠. 일단 이 모든 권세와 영광을 주겠다는 말에 의문이 듭니다. 악마에게 그런 권한이 있을까요? 악한 세력이 부와 명예를 줄 권한을 가졌을까요? 이 의문은 또 다른 꼬리로 이어지는데요. 그다음 구절이 더 이상합니다.
'이것은 나에게 넘어온 것이니...'
이 구절은 복음서에서 누가복음에만 있는 구절이기에 더욱 그 의미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누가는 마태복음의 기록과는 달리 유혹의 순서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어쩌면 그만큼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보았다는 의미라면 누가만의 나름대로 근거를 가진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일단 저는 이 부분의 의미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신학자들의 여러 해석 가운데 저의 관심을 끄는 해석은 있습니다. 첫 사람 아담의 불순종으로 인해 부와 영광의 권세가 사탄에게 넘어갔다는 해석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사탄을 공중 권세 잡은 자라는 표현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해석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저는 우리에게 어떤 권세를 따를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 본문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신학자 헨리 나우웬은 이 본문에 대해 제목을 붙인 적이 있는데요. 그 제목은 '권세 확보의 시험'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힘을 갖기 원하죠. 세상을 살면서 힘이 있어야 편하다는 것을 모두 느낍니다. 물리적인 힘뿐만 아니라 정치, 행정적 위치, 경제적 지위, 더 나아가 도덕적 우월감이나 영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힘이 있어야 유익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죠. 하물며 아는 사람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일이 처리되는 것을 가까이서 느끼죠. 그 유혹은 예나 지금이나 늘 한결같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유혹을 어떻게 물리치셨을까요? 그의 반응에 우리의 해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간단하게 말씀하셨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죠.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탄에게 권세가 있다 하더라도 그 권세는 하나님의 권세와 다르다는 것을 말이죠. 우리가 착각하는 것이 있죠. 힘이라는 것이 강하고 세야 힘인 줄 압니다. 그런데 힘을 쓰지 않는 것도 힘입니다. 누릴 권리를 포기할 줄 아는 것도 힘이죠. 사탄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이 다 부러워할 힘을 과시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나님을 선택하죠. 이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힘이 아닌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힘입니다. 많은 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라고 말하죠.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못 삽니다. 왜 그럴까요?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면 다른 이들이 누리는 권리를 못 누릴까 봐 그런 것은 아닐까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면 가난해질까 봐, 아무도 안 알아줄까 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이 다 하고 싶어 하는 것, 남들이 인정해 주는 길을 마치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인 양 믿고 추구하는지도 모릅니다.
헨리 나우웬은 이에 대해 무력, 그러니까 힘을 쓰지 않는 것도 힘이라고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마치 예수께서 삼위일체 하나님이심에도 묵묵히 십자가를 지시는 것처럼 말이죠. 사랑 때문에 힘을 포기하고, 남을 위하여 힘을 조금 빼는 것, 그것이 진짜 힘인지도 몰라요.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남이 가려는 길 말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세요. 창조 때부터 나에게 심어 놓으신 주님의 소망을 따라 사세요. 그렇게 나의 길을 가는 자에게 먹을 것을 주시고, 입혀주시는 은혜가 임하는 삶이 축복받은 삶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사는 자에게 길을 열어 주시고 이웃을 허락하시며 소소한 행복과 사랑이 꽃피게 하시는 주님의 섭리가 진정한 삶인지도 모릅니다. 내게 주신 길, 하고 싶은 마음을 이 땅에 실현하는 축복이 우리 가운데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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