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31. 04:45ㆍ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 4:16 예수께서는, 자기가 자라나신 나사렛에 오셔서, 늘 하시던 대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셨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는 흐른 가을 날씨 같더라고요. 아직 8월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가을이라니 좀 이른 감이 있죠? 그런데 여름이 짙어질수록 가을이 다가서는 자연의 이치는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오늘이 무덥다면 시원해질 내일을 기대하며 좋은 기분을 놓치지 않는 우리 되기를 빕니다.
이스라엘은 지리적으로 크게 북, 중, 남, 3개의 지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중에 제일 큰 지역이 남부지역으로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을 포함하는 유다지역이죠. 중부는 사마리아라고 불렸는데요. 옛 북이스라엘 시절의 중심부였던 곳이죠. 가장 북부에 속한 곳은 갈릴리 호수를 끼고 있어서 갈릴리지역이라고 불렀죠. 어제 본문에서 갈릴리로 돌아오셨다고 말한 그곳이 바로 갈릴리지역입니다.
그런데 갈릴리라는 지명은 어떤 도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북부 지역 전체를 통칭하는 이름입니다. 마치 서울특별시나 경기도처럼 말이죠. 이 갈릴리에 속한 도시들이 많은데요. 대부분 우리 눈에 익숙한 곳들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주로 활동하시던 곳이어서 신약성경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대충 그 지명을 나열하자면, 가버나움, 게네사렛, 가나, 막달라, 디베랴 등이 있죠. 그중에 예수님께서 크고 자란 나사렛이 있습니다. 어제 본문에서,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가르치셨다는 기록은 공생애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표현이었고요. 오늘 본문부터는 그 사역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특별히 오늘 본문은 예수께서 자라나셨던 나사렛부터 시작하죠.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고향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죠. 그런 곳을 발판으로 사역을 전개해 나가시는 것은 현명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그 현명함을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한 본문은 아닌 것 같아요. 제 눈에는 더욱 현명한 예수님의 방법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고향으로 가셔서 회당을 찾으셨습니다. 이 회당을 헬라어로 [시나고게(συναγωγή)]라고 하는데요. 번역하면 '함께 모이다'라는 뜻입니다. 이를 한자로 '모일 회(會)', '집 당(堂)'자를 써서 회당으로 번역한 것이죠. 이 회당에 대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스라엘에는 성전이 하나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유일하죠. 그런데 이 성전이 파괴되어서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각 도시마다 성전을 대신하여 회당을 만든 것입니다. 이는 마치 오늘날 교회 같은 것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교회는 성전이 아니라 회당에 더 가깝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회당에서 주로 말씀 교육이 이루어졌죠. 특별히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부모가 자녀에게 성경을 가르쳤습니다. 이 또한 오늘날 주일학교와 같은 개념이죠. 그렇게 안식일에 함께 모여 주님을 찬양하고 그 말씀을 가르치고 배우며, 은혜를 나누는 장소가 회당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 가셨다고 오늘 본문은 기록하죠. 이보다 더 눈에 띄는 구절은 '늘 하시던 대로'라는 표현입니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어릴 적부터 늘 이 회당에 오셔서 말씀을 읽고 나누고 예배했다는 거죠. 오늘날로 말하면 일종의 주일성수인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시는 삶의 패턴 하나를 발견합니다. 우리가 나의 삶을 시작하는 첫걸음,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가정을 꾸리고, 인생의 기록들을 만들어 가는 첫 단추가 바로 주일 성수라고 말입니다. 물론 주일 성수가 꼭 교회 출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와 하나님이 만나는 특별한 장소, 다른 생각과 삶에서 단절되고 오직 주님 앞에 엎드릴 수 있는 그 시간을 갖는 것이 주일 성수임은 틀림없어 보이죠.
바쁠수록 주일성수가 필요합니다. 주일성수는 내 시간을 쪼개서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 시간을 값지게 만드는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유대인에게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는 시간 개념이 있습니다. 크로노스는 우리의 시간과 같은 것이고요. 카이로스는 시간과 별개로 어떤 순간의 질적인 시간을 뜻하죠. 가령, 제가 묵상글 준비를 하는데 글이 써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말씀을 읽고 또 읽어도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을 때가 있죠. 시간은 흐르고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빛처럼 말씀이 밝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게 이런 뜻이었구나!' 할 때가 있죠. 이를 주로 깨달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그 순간 막혔던 생각들이 뚫리고 새로운 마음들이 몰려옵니다. 그렇게 시간을 끌던 것이 삽시간에 정리될 때가 있죠. 이런 경험은 공부할 때도, 어떤 연구를 할 때도, 또한 걱정과 근심 속에서도 이루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성령이 임하고 은혜가 넘친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죠.
주일성수가 바로 그 카이로스의 시간입니다. 어떤 크로노스의 시간보다 값진 지혜와 은혜가 흐르는 시간임을 저는 믿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시간과 주일성수를 바꾸지 마세요. 그 시간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면 우리는 예배시간도 그저 크로노스의 시간을 보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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