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 04:45ㆍ묵상하는말씀/누가복음서묵상일기
누가복음 4:16~19 그는 성경을 읽으려고 일어서서 예언자 이사야의 두루마리를 건네받아서, 그것을 펴시어, 이런 말씀이 있는 데를 찾으셨다. "주님의 영이 내게 내리셨다. 주님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셔서,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셔서, 포로 된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먼 사람들에게 눈 뜸을 선포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 주고, 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좋은 아침입니다. 우리가 이 시간마다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를 나누죠? 그런데 여러분은 '좋은 아침'이라는 것을 어떻게 구별하시나요? 혹시 창밖을 보십니까? 좋은 날씨인지, 비는 안 오는지, 별일 없는지 살피시나요? 저는 오늘 어떤 날씨가 될지 잘 모릅니다. 지금 밖은 캄캄해서 날이 좋은 지도 알아보기 힘들어요. 그럼에도 오늘은 좋은 날임을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좋은 마음을 갖기로 확정했으니까요. 시편기자처럼 '내 마음 확정됐고 확정되었다'고 외치며 이 아침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진 좋은 마음으로 오늘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분의 오늘 되길 빕니다.
회당에 들어가신 예수님은 이사야의 말씀을 찾아 읽으셨습니다.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회당은 말씀을 읽고 공부하는 곳이죠. 지금도 이스라엘은 자녀들을 데려다 말씀을 읽히며 언어 공부를 합니다. 아버지가 자녀에게 말씀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자신도 말씀 공부를 하죠. 때론 서로 자신이 읽고 깨달은 말씀을 가지고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마치 주일에 우리가 말씀을 가지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오늘 이사야의 말씀을 읽으시죠. 이 말씀은 이사야서 61장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의 부제로 새 번역에서는 '구원의 기쁜 소식'이라고 붙여놓았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구원하시는 역사에 대해 기록해 놓았다는 거죠. 이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때의 이스라엘은 정세가 불안할 때였습니다. 나라는 풍전등화에 놓였고 삶은 피폐해져 갈 때였죠. 이후 나라를 잃고 포로생활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그때 이들은 이 말씀을 읽으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아니 희망을 놓지 않았죠. 비록 삶은 피폐해도 그들 마음속에는 기대로 가득 찼습니다. 믿음의 희망을 놓치지 않도록 힘을 주는 말씀이 바로 이 이사야 말씀이었던 거죠.
이사야서 말씀은 당시 성취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은 포로에서 귀환하였고 새로운 성전을 건축했죠. 그러나 그 삶 또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마치 사사기에 기록된 우리의 삶처럼 은혜가 주어지면 교만해져서 죄를 짓고, 그때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가슴을 치며 회개하다 구원을 얻지만 삶이 나아지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 마음대로 하는 버릇이 우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이 늘 반복되죠.
예수님 시대에도 똑같습니다. 나라를 잃었고 식민지배를 받는 처지가 되었죠. 독립의 열망을 품으며 많은 사람들이 세례 요한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다시금 나라를 되찾고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자 모인 이들 또한 그런 열망의 사람이었는지도 모르죠. 나라를 되찾고 싶고, 유대인의 민족적 자긍심을 다시금 세우고 싶고, 우리끼리 잘 사는 시절을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예수님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꿈꾸는 정치적, 문화적, 민족적 해방을 꿈꾸며 말씀을 읽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께서 선포하신 오늘 말씀은 전적으로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이죠. '나에게 기름을 부으셔서' '내가'해야 할 일을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바뀌고 내가 변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세계정세가 변하기 전에, 로마가 물러나기 전에, 유대의 정치 세력들이 정신 차리기 전에, 먼저 내가 변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이것을 조금 더 세련된 어휘로 말하면 죄로부터의 해방, 근본적인 자유를 선포하시는 것이죠.
내가 바뀌면 세상이 따라옵니다. 내 안에 자유를 이루고 믿음의 삶을 살면 주변이 변해요. 그렇게 한 영혼 한 영혼이 작은 촛불을 들면 정치적으로도 문화나 민족적 정서 또한 저절로 따라옵니다. 문제는 정치도, 역사도, 세계정세도 아닙니다. 바로 나입니다. 주님의 영은 나를 통해 역사하기 때문이죠. 내가 오늘 기쁜 마음으로 말하는 것 하나가, 내가 오늘 억울한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우는 것 하나가, 내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그 긍휼 하나가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바꾸며 미래를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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