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서묵상24 - 믿음은 하나님께서 백지에 그림을 그리실 수 있도록 나를 깨끗하게 내어 드리는 것입니다. 요한복음6:60~71

2020. 2. 8. 07:12묵상하는말씀/요한복음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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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날 아버지는 초코릿이 들어있는 우유를 먹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켰는데요. 그런데 그만 말을 실수하고 말았습니다. '아들아! 슈퍼에 가서 밀크우유 하나만 사오련?' 초코우유가 아니라 밀크우유? 그런데 아무 말 없이 아들은 슈퍼에 가서 초코우유를 사왔답니다. 이런 것을 보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데 사실은 아버지도 밀크우유라고 말하면서 초코우유를 말했다고 여겼고요. 아들 또한 밀크우유라는 말을 들으면서 초코우유로 알아들었다는 겁니다. 그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서로가 같은 생각, 같은 뜻에 서있기 때문이죠. 같은 맥락에서 이런 실험도 있었다고 하네요. 문장을 적어놓은 시험지를 사람들에게 읽혔는데요. 그 문장에는 중요 단어가 아닌 필수적인 문장, 그러니까 '습니다'라든지, '어느날'이라든지 하는 문장에서 글자 하나를 뒤집어 놓았다고 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막힘없이 읽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글자가 뒤집혀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왜 그랬을까요? 당연히 그 글자일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죠. 같은 생각과 같은 뜻을 품으면 우리의 인식은 쉽게 받아들이죠.

그런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뜻과 생각이 다른 자리에 있을 경우, 우리는 아무리 쉬운 말로 이야기를 해도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죠. 가령 이렇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이 말을 그리스도인들은 아무 저항없이 받아들입니다. 무슨 뜻인지 알죠. 그러나 비그리스도인들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분이 어떻게 사랑인지, 사랑이라는 의미가 뭔지 도무지 알아 듣지 못하죠. 어려운 것은 말이 아닙니다. 다른 뜻을 가지면 어렵습니다. 요한복음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뜻이 다른,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대비해서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똑같은 자리, 똑같은 상황을 겪고 보지만 서로 다른 뜻, 다른 목적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죠. 오늘 본문도 우리에게 같은 말을 들으면서도 다른 의미를 갖는 두 부류를 보게 됩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말을 어렵다고 말하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중국어 공부를 할 때 선생님이 한 말이 기억나네요. 중국어 공부하려고 오는 사람들 가운데 제일 어려운 사람이 어느정도 공부하고 온 사람이라는 거예요. 왜냐하면 자신이 배운 것을 바탕으로 공부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사실 한국에서 가르치는 중국어에는 일정부분 오류가 있는데 그것을 배운 사람들이 그것을 버리지 못해서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거죠. 차라리 아무 것도 공부하지 않고 온 사람이 더 잘 배운다는 겁니다. 그 말이 참 재미있었어요. 우리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배우고 온 사람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건 맞는 말 같아요. 성경을 공부할 때도 어디선가 뭘 배워온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더 힘들죠. 교회를 조금이라도 경험한 사람들을 바꾸기가 더 어렵습니다. 자신이 정한 것들에 다른 말, 다른 생각을 용납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영접한다는 것은 나의 것을 다 내려놓아야 가능합니다. 순종이라는 것은 나보다 당신을 더 가치있게 여길 때에만이 가능한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곳으로 향하게 되어있죠. 믿음은 하나님께서 백지에 그림을 그리실 수 있도록 나를 깨끗하게 내어 드리는 것입니다. 그분이 어떤 그림을 그리시든지 허락하는 것이고, 자유롭게 그리실 수 있도록 어떤 찌꺼기도 없게 만드는 겁니다. 말씀 앞에 설 때가 바로 그렇습니다.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 이유죠. 나의 생각과 뜻을 내려놓고, 같은 마음과 영을 품을 수 있도록 정결의 기도를 해야 합니다. 말씀 앞에 우리가 회개의 기도를 드리는 이유죠. 나를 내려놓지 않고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어제의 나를 내려놓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오늘 새로운 날을 맞이할 수 있으니까요. 어제의 괴로움, 상한 감정, 절망감 등이 오늘 이 아침에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은 새로운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으니까요.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하죠. 이 아침은 주님이 나를 사용하시도록 나를 최대한 깨끗한 상태로 드리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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