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서묵상25 - 우리에게 권리가 있다면 그것은 주님이 우리를 제자로 삼아주신 것입니다. 요한복음7:1-13

2020. 2. 10. 06:39묵상하는말씀/요한복음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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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문에는 예수님의 형제들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사실 예수님의 형제들이 누구를 말하는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형제들로 표현한 것으로 봐서는 12제자들은 아닌 것 같고, 그 외에 예수님을 따라는 이들을 통칭 제자들이라고 칭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예수님의 가족들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다른 복음서에도 예수님의 가족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고요, 6절의 말씀으로 보아서도 유추가 가능합니다. "내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 말씀은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어머니 마리아에게 하신 말씀과 동일하죠. 그것으로 보아서는 가족이라는 연결관계를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해석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기지도 합니다. 그냥 전적으로 제 뇌피셜인데요. 느닷없이 예수님의 가족들이 나타나 뭔가를 요구하는 장면은 의외입니다. 다른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가족이 등장하는 기록의 요지는, 혈육만이 가족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따르는 주님 안에서의 모든 이들이 가족이라는 말씀을 하시기 위해서 등장하는데 비해 요한복음은 예수님에게 어떤 요구를 하는 것으로 등장하죠. 그 요구라는 것이 한마디로 이렇습니다. 놀라운 능력으로 유대의 중심부인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그곳을 뒤집어 놓으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묵상했던 세례요한의 메시아관을 실현하라는 의미죠. 다른 의미로 말하면, 주님의 능력으로 자신들이 추구하고 있는 뜻을 이루자는 제안입니다.

여기에서 저는 '형제들'이라는 표현에 관해 조금 다른 해석을 갖는데요. 혹시 그들은 12제자들이 아니었을까 싶은 해석입니다. 제자가 아니라 형제라 표현한 이유는 마치 제자들에게 있는 두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도 두 마음이 있죠. 예수님을 따르고 그분의 생각과 뜻을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반대로 예수님의 권능과 능력으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뜻을 이루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죠. 어느 마음이 크냐에 따라 기독교 신앙이 되기도 하고, 미신이 되기도 합니다. 그 두 마음이 제자들에게 있었다는 것을 요한복음 저자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가로까지 쳐서 (예수의 형제들까지도 예수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적고 있죠. 얼핏보아서 '가족들이니까 예수님을 믿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말의 의미로 보이기도 하지만 성경 어느 곳에서도 가족들이 예수님을 믿었다는 기록이 없고, 가족이라고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죠. 오히려 가족이어서 더 이해가 안 갈 수가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제자인데도 예수님을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처럼 저는 들려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저 저의 해석입니다. 이것이 맞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들이 가족이었는지, 제자들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에 이 두 마음이 있다는 것이 중요해요. 때로는 제자이기도 했다가, 때로는 형제이기도 한 마음이 우리 안에서 오락가락하죠. 어쩌면 형제라는 표현조차 나의 기득권을 드러내는 자리인지도 몰라요. 제자란 순종하며 따르는 직분인데 비해 형제는 일정하기 자신의 기득권을 주장할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까지 생각하며 기록하지는 않았겠지만 제게는 그런 의미로 읽혔습니다. 마치 우리가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기득권이 있는양, 구원받을 권리가 있는양, 혹은 다른 믿지 않는 이들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양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제자이기보다 형제를 자처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기도했으니 당연히 기도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죠. 그런데 기도했다는 것은 주님의 처분에 맡겼다는 것이지 내가 뜻한 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기도에 대한 대답은 주님이 내려주시는 것이지 내가 기도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기도에 대한 응답이 'NO!'라면 그것이 내게 가장 적절하고 훌륭한 처분임을 인정하는 것이 기도자의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에 도사리는 기득권은 내가 기도한대로 무조건 되어야 하죠. 안 되면 상처받고 삐집니다. 그게 주님의 능력을 이용한 나의 뜻을 이루려는 형제의 모습이 아닐까요?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제자입니다. 주님께 순종하며 믿고 따르는 자녀들이죠. 우리에게는 어떤 권리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권리가 있다면 그것은 주님이 우리를 제자로 삼아주신 것입니다. 그분을 따를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신 것이고, 그분을 배울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신 것이 우리의 권리에요. 그 제자로 사십시다. 형제(오늘 본문을 해석한 의미로의 형제입니다.)가 아니고요. 기득권을 주장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신앙이 아니라 제자로서 주님의 길을 묵묵히 따르는 그 권리를 믿는 우리들 되길 빕니다. 

오늘도 승리하세요. 오늘,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를 제일 많이 입에 달고 지내는 하루이기를 빕니다. 내 입술로 내 마음을 만드는 하루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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